이효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쿨한 것'과 '힙한 것'의 차이

조회수 2018. 10. 25.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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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원조 걸크러시'이자 '쿨함'의 상징이었던 가수 이효리. 그녀는 이제 제주도로 내려가 원조 힙스터의 상징이 되었다. 대중들은 2000년대 방송을 종횡무진하던 그녀를 ‘세련되고 쿨하고 멋진 연예인’의 상징으로 여겼다. 최근 방송에서 얼굴을 드러낸 이효리는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제주도 애월에서 채소를 가꾸며 수더분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삶에 몰두한다. 지금의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힙스터다. ‘주류에서 벗어난' 이효리는 소비 프레임에 균열을 낸다. ‘아,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라고 라이프 스타일의 대안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MBC ‘쇼! 음악중심’
(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사람들은 ‘멋지고 트렌디한 것’을 보면 ‘쿨하다’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쿨’이라는 단어 대신 ‘힙’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위 사진은 2008년 발매된 <It's Hyorish>의 타이틀 곡 U-GO-GIRL 무대다)

이점에서 힙스터라는 용어가 절묘하다. 이효리를 힙스터로 부를 때 우리는 그녀가 주류 연예인이라는 틀을 벗어 던지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나가는 측면에 주목한다. 흔히 별 구분없이 쓰는 표현이지만 힙하다는 것과 쿨함의 차이는 여기서 드러난다. ‘힙함’에는 3자의 시선이 거의 배제돼 있다. 주류적 질서가 강제하는 취향이 아니라 나만의 취향을 추구하면서 살면 그냥 그게 힙한 거다. 반면 ‘쿨함'은 판단 근거에는 ‘제3자가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깔려 있다. ‘타투’ ‘수염’ ‘빈티지’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힙과, ‘스타일리시’ ‘댄디’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쿨은 좀 다르지 않은가.


현재 소셜미디어에서 ‘여기 힙하다’ ‘이 스타일 완전 힙하네’’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며, 힙스터라는 용어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힙스터의 함의를 생각할 때, 이 현상의 이면에서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해온 한국인의 가치관이 뒤흔들리는 흐름이 읽힌다. 소비와 라이프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화전민적 소비행태를 보이는 힙스터 집단...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현실주의자 힙스터'

출처: pxhere

그간 ‘힙스터 집단’에 대한 경영계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힙스터는 그 자체로 엄청난 소비집단이 아니고, 취향조차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힙스터들이 일제히 특정한 취향을 소비한 후, 비즈니스와 연결되고 유행을 타면 일제히 떠나는 ‘화전민적 소비행태’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다수의 ‘일반인’ 사이에서 유행하고 ‘비즈니스’와 ‘대중적 소비’로 연결되는 순간 ‘힙하지 않은 것’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 진짜 힙한 곳은 사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른 채 그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2018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마케팅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이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힙스터는 그 자체로 ‘사는(living)’ 방식이지만 그들처럼 살 수 없는 ‘현실주의자 힙스터’나 ‘힙스터 추종자’들은 힙한 취향을 ‘사는(buying)’ 방식으로 그들을 따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대량 소비’가 존재하며 기업들은 미리 힙스터들의 취향을 읽고 그들을 쫓아 따라오는 힙스터 추종자와 현실주의자 힙스터들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 (힙스터와 현실주의자 힙스터에 대해 알고 싶다면? 관련 기사 참조: 저항문화의 상징, 힙스터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힙스터... 그래서 그들은 '취향소비'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의 마음은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아래 내용은 국내 최고 트렌드 전문가로 꼽히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윤덕한 이사(심리학 박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힙스터 열풍은 장기적인 전망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생겨났다. 미국에서 힙스터가 갑자기 부상한 계기는 2008년 당시의 경제위기 때다. 한국에서도 계층이 고착화되고 저성장 시대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힙스터가 부상했다. 10년 정도 바짝 노력해도 집을 사기는커녕 전셋집 구하는 것도 어려워지니. 오히려 ‘오늘 나의 즐거움과 취향 만족’을 위해 다소 비싸지만 공정무역을 한 커피와 복고적인 아날로그 기기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coco7341) 캡처
(1인 식당 망원동 코브라파스타클럽. 하루 전 날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 예약을 해야 한다.)

2016년 말 비씨카드가 조사한 상권분석 결과는 이러한 소비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중심상권이라 하는 종로나 대학로, 동대문과 DDP 근처 등과 전혀 다른 곳의 상권이 커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공장들이 즐비했던 문래동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고, 경리단길과 연남동에서 많은 소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SNS와 블로그를 검색해서 자신들 사이에서는 ‘힙’하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개인화된 가게’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나'를 위한 소비라서 사실 ‘절제’가 약하고 그래서 소비도 은근히 크게 이뤄진다. 다만 어마어마한 대중소비가 아니라 ‘취향소비’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수입 100만 원 미만에 20만 원짜리 헤드폰 지르는 사람..어떻게 분석할까?

일단 늘 하던 기계적인 타기팅부터 버려야 한다. ‘서울 사는 20대 남성’과 같은 분류와 타기팅 말이다. 요새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롭게 타게팅 한다는 등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예전과 같은 타기팅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지금은 진짜 아니다.


수입이 100만 원이 안 되는데 20만 원짜리 헤드폰을 ‘지르는’ 사람을 두고 예전에는 직관적으로 자기가 돈을 벌지 않는 20대 초반, 혹은 돈을 벌더라도 아직 충동적 소비 경향이 강한 20대 남성일 것이라고 봤다. 방금 말한 저소득-고가헤드폰 구입은 예전식의 타기팅 그룹으로 나눠보자면 40대 초반에 많다. 아마 적은 수입으로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자 하는 힙스터나 욜로족일 것이다. 

지금은 '소비자 타깃 세그먼트의 전형성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기업들이 강하게 가질 시기다.

따라서 라이프 스타일 단위로 먼저 타깃 세그먼트를 쪼개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층 안에 연령대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봐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라이프 스타일인지, 단기적 관점의 욜로(YOLO)나 힙스터인지를 먼저 보고, 만족감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인지 등을 봐야 한다. 이렇게 라이프 스타일을 몇 가지 나눠놓고 이 안에서 다시 연령층별로 어떤 분포가 있는지를 역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분석이 끝났더라도 절대 몇 년 이상 그대로 써먹으면 안 된다. 소비 취향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소비행태는 그냥 1년 단위로 보는 게 맞다. 


또한 어떤 이슈가 등장하고, 그 이슈가 어떤 감정을 일으킬 것인가를 주목해야 한다. 타게팅 라이프 스타일 집단이 어떤 이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됐는지 분석해야 한다. 지금은 감정을 먼저 흔들어놓지 않으면 어떤 마케팅 메시지도 먹히지 않는다.  

출처: LG전자 광고 캡처

힙스터들은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마케팅 전략도 그런 식으로 짜고, 광고도 그렇게 해야 한다. LG 그램 노트북은 그런 전략으로 성공했다. 15.6(인치)형 그램이 나왔을 때 그게 진짜 980그램밖에 안 될지 사람들은 의심을 품었다. 그래서 그냥 저울에 달아 사람들이 영상으로 확인하게 했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솔직했다. 이게 ‘힙한 마케팅’이다.


무엇보다 예전의 브랜드 전략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힙스터의 시대’에 ‘내가 이 제품을 사서 쓰면 멋있어 보일 것’이라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개인의 선택과 취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면 힙스터가 선택하고 그 뒤에 힙스터 추종자들이 따라올 것이다. 


※ 본 콘텐츠는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3호에 고승연 기자가 작성한 ''진정성'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힙스터, 기존 타기팅 방식 버리고 감정 흔들어야' 기사를 참고해 제작됐습니다.

인터비즈 홍예화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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