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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과자, 원조가 어디야?" 돌고도는 베끼기 역사

조회수 2018. 10. 2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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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선진국의 기술이나 문화를 모방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으며 머지않아 미국을 꺾고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경제력이 커진 만큼 중국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표절 및 모방 문제'는 세계 많은 기업들의 골칫거리다.


한국의 피해도 적지 않다. 한류가 중국에서 유행하면서 '가짜 한국 음식'들이 중국에서 판을 치고 있다. 중국의 표절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식음료 부문에서만 매년 수천억 원의 잠재적 손실이 발생하는 하는 것으로 관세청은 추산하고 있다. 

출처: 징동닷컴, 관세청 블로그
(중국 기업들은 한국 브랜드처럼 보이기 위해 실제로 한국어를 넣어 제품을 만든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브랜드의 이름을 살짝만 바꿔 짝퉁 제품을 만들고 있다. 포카칩은 '포커칩', 에이스는 '애이스', 아이비는 '아이버', 진라면은 '찐라면' 등으로 교묘하게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다. 중국에서 인기를 끈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를 비슷하게 따라 한 기업도 있다. 이들 제품은 포장이나 내용물이 거의 비슷하고, 한국어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큰 차이가 없어 속아 넘어가는 중국 소비자가 상당히 많다. 한국에서 수입한 원본 상품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출처: MBC 뉴스 방송 화면 캡처, 농심블로그(신라면)
(브랜드 이름을 교묘히 바꾼 예시. 교촌치킨은 '교춘치킨'으로, 참이슬은 '참일슬'로 바꿔서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이런 모조 제품의 기승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중국 기업이 유사 상표를 자국에 먼저 등록한 경우에는, 이쪽에서 정품 행세를 해도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한다. 그저 눈앞의 사기행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식료품뿐 아니라 외식 브랜드, 화장품, 게임, TV 방송 프로그램 등 매우 다양한 범위에서 모방 행위가 만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도 사실은...

식음료 분야의 표절이나 모방은 중국만의 문제일까. 과거 한국도 이에 관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일부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은 특히 일본 제품을 모방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는데, 그중 자주 언급되었던 것이 바로 식음료다. 실제로 2007년 후지TV에서 방영된 프리미어A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이 모방한 일본 먹거리를 주제로 방송을 내보냈다. 3년 전 JTBC 뉴스룸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적 있다.

출처: JTBC News 공식 유튜브 캡처
<'베끼기 천국' 과자시장, 어디까지 합법인가>

방송에서 언급된 제품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빼빼로, 초코송이, 마이쮸, 17차 등이다.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글리코사의 '포키', 오리온 초코송이는 메이지사의 '버섯의 산', 크라운제과의 마이쮸는 모리나가제과의 하이쮸, 남양유업의 17차는 아사히주류의 '16차'를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제품 콘셉트, 내용물 형태, 패키지 디자인 등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제조사들은 "일부 오해가 있거나 콘셉트가 비슷하긴 하지만 베낀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또 일본 TV도쿄는 2005년 인기 시사 프로그램 ‘월드 비즈니스 새틀라이트’(World Business Satellite)를 통해 한국 제과업계의 일본 과자 베끼기 관행을 10여 분에 걸쳐 방송했다. 이 방송은 한국의 일본 제품 모방 실태를 출시연도와 함께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일본도 모방을 통해 발전한 나라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한국 업체들을 비꼬았다.

(글리코사의 바통도르(위)와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아래))

실제로 일본 글리코사는 롯데제과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정판으로 나왔던 '빼빼로 프리미어'의 디자인이 2년 빨리 출시된 자사의 '바통도르'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법원은 글리코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제품 형태 및 상자 면의 배색과 구성이 매우 유사해 글리코 제품을 모방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일본 역시 떳떳한 입장은 아니다. 사실 동양권에서 모방의 원조는 일본이다. 1853년 미국에 의해 강제 개항된 일본은 급속히 미국과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였다. 그 받아들이는 방식이 바로 모방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인을 일컬어 '모방의 천재'라고들 했다. 과거엔 지적 재산권에 대한 개념이나 법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모방은 훨씬 쉬웠다. 그 바통을 한국이 이어받았고 이제는 중국으로 넘겨준 셈이다.


일본의 식품업계는 과거 미국이나 유럽 제품의 라이선스를 사오거나 모방해 제품을 만들었다. 한국의 식료품 업계가 일본을 '감명 깊게 참고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들 중에는 미국이 원조인 경우가 많다. 다만 옛날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아 이런 논란이 크게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

(일본기업이 일부 모방하거나 라이선스를 사와 만든 제품들)

카피의 역사는 돌고 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수한 기술과 문화를 갖춘 나라는 항상 모방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은 미국 제품을 모방했고, 한국은 일본, 중국은 한국 것을 끊임없이 모방했다. 또한 모방만 했던 나라에서 더 좋은 제품이 나오면 역으로 카피당하기도 한다. 모방의 역사는 서로 꼬리를 물듯 돌고 돌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누군가 애써 만든 창작물을 그대로 베끼는 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선진 국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겪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우수한 기술과 문화를 가진 나라로써 겪는 '숙명'인 셈이다. 지금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과 일본을 모방하고 있지만, 중국이 더 성장한다면 얼마 뒤엔 우리가 중국을 베끼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모방의 역사와 원리에 대해 정리한 '모방의 힘'(저자 김남국 경영학 박사 / DBR편집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것들은 대부분 앞서 창조된 것들을 ‘응용’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유럽 문화를 전 국가적으로 베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만큼 강력한 군사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독일의 과학기술을 베끼거나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의 그리스 로마 문화와 르네상스를 베끼고 독일의 과학기술을 훔쳐 초강대국이 되었다.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한글글꼴용어사전, 위키미디어
(구텐베르크나 스티브 잡스도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포드의 컨베이어시스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이 세 가지는 모두 인류의 삶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뒤바꾼 위대한 발견에 속한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아이디어는 천재들만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나,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사례를 보면, 천재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남다른 생각으로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아이디어를 창조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이런 생각이 오해라고 말한다. 위대한 ‘혁신’을 이룬 위인들도 이미 인류가 만들어놓은 지식과 기술의 모방 없이는 창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를 주고,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친 창조적 발견들이 실제로는 ‘모방’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날로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의 제품과 브랜드 문화를 베낀 중국을 보고 비판하기만할 여유가 없다. 물론 기업을 위태롭게 만들 정도의 지적 재산권 탈취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해야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들은 어차피 계속 베낄 것이고 그렇다면 따라오기 힘든 뛰어난 기술과 제품, 문화를 확대·재생산할 역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인터비즈 김혜림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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