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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잡스의 이력서..한국이라면 광탈일까?

조회수 2018. 10. 18. 15: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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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1955~2011)의 젊은 시절 이력서가 경매에 나왔습니다. 45년 전 쓰인 종이 한 장이 17만4000달러(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니 역시 사람은 출세하고 봐야 하나 봅니다.

출처: RR 옥션
(휴잇-패커드 인근 베이(Bay near Hewitt-Packard)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만 부근에 기반을 둔 전자기기 회사 휴렛(Hewlett)-패커드의 철자를 오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력서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꽤나 파격적인(?) 이력서인데요. 너무 성의 없게 쓴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지원하는 회사는 물론 어느 직무를 원하는 지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소에는 잡스가 중퇴하기 전 잠시 다닌 '리드 대학'(reed college)을 적어놨고, 전화도 '없다'(none)고 썼습니다. 

(타임지에 등장한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

도대체 어떤 의도로 저렇게 친절하지 않은 이력서를 쓰게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취업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보기 힘든 잡스의 이력서를 두고 완벽 스펙과 화려한 자소서로도 취업에 실패하는 한국의 취준생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잡스 이력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스티브 잡스의 흑역사다."(rh****), "한국사회라면 그냥 나가리 아닌가?"(ejd****), "스티브 잡스라도 지금의 한국이었다면 애플은 커녕 영문과 졸업해서 문송합니다(문과는 죄송합니다) 했을 듯"(ye*****)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출처: SBS 뉴스 캡처

스티브 잡스의 이력서. 무조건 '광탈(광속 탈락)'할 만큼 별로일까요? 글로벌 인사컨설팅 업체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에게 채용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스티브 잡스의 이력서는 어떤지 물었습니다.


Q. 잡스의 이력서 어떤가요? 

A.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혁신적인 몽상가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그가 적은 스킬(Skills) 부분에서 감명받았습니다. 타이핑, 머신, 키펀치(종이 카드 또는 테이프에 구멍을 뚫는 기계) 등 굉장히 기초적인 역량을 묻는 질문에 컴퓨터와 계산 능력 항목을 엮어 디자인 테크(design tech)라고 써놓다니요. 1973년 당시에 디자인과 테크를 합쳐 새로운 단어를 만든 혁신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잡스야말로 융합형 인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원하는 직무도 적혀있지 않는데요? 

A. 서구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을 분명히 표합니다. 그러나 이 이력서에는 공란으로 되어있습니다. (추측건대) 잡스가 원하는 직무 자체가 없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Q. 스티브 잡스의 이력서니까 좋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요? 

A. 1973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그 시대 역시 기업 나름의 채용 프로세스가 있겠지만, 인재를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이 이력서를 보고서 당장 인터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흥미에 써놓은 디지털, 일렉트로닉 등 단어 하나하나가 지금이라면 익숙한 단어일지라도 그 당시 기준이라면 굉장히 혁신적인 단어들이기 때문이죠.


Q. 스티브 잡스의 이력서에서 배워야 할 점은? 

A. 잡스는 자신의 강점을 잘 어필하는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정의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면 천편일률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핵심은 자신의 역량과 전문성으로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서 A 분야에서 성장하고 싶다'보다는 '사람의 눈동자 움직임을 파악해서 수학적으로 B를 증명한 적이 있다. 이를 활용해 C 분야에서 연구를 더 넓혀보고 싶다'라는 식인 것이죠.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직무 희망)와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직무 역량)입니다.



잡스의 이력서는 사실 '1973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배제하고 봤다면, 제대로 작성도 안 된 무성의한 이력서로 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가 없던(이후 1974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앨테어 880이 출시)시기에 손으로 작성된 잡스의 이력서는 그 시대의 혁신을 담았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박 대표의 분석에도 나와 있듯이 잡스는 '몽상가' '혁신가'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직부적응자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되어도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의 대기업에는 채용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잡스는 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3년 뒤인 1976년에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했고 2018년 1월 현재 애플은 시가총액 세계 1위(990조 원)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력서 한 장으로는 절대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인터비즈 홍예화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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