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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탐정이...? 흥미진진한 '탐정 비즈니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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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작성일자2018.10.11. | 1,542 읽음

한국엔 탐정이 없다. 적어도 공식적으론 그렇다. 지난 20년간 수차례 공인탐정법안이 입법이 논의됐으나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탐정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법 조항엔 최근 헌재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못이 하나 더 박힌 셈이다.

(영화 '탐정: 리턴즈' 속 한 장면)

출처 : CJ 엔터테인먼트

그렇다고 실제로 이른바 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큰 비지니스 시장이기도 하다. 경찰청의 ‘민간조사업의 관리에 관한 입법정책과 자격시험 교육의 구체화 방향’ 용역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현재 흥신소가 대신하는 탐정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에 따르면 민간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조사인력 수요도 8600명에 달한다. 실제로 전국에서 뛰고 있는 민간조사업자 수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대부분은 사업자 등록을 '기타 서비스업'으로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크게 한국서 탐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로펌들이 맡은 기업조사 영역과 불법 사생활을 캐는 영역으로 나뉜다. 탐정은 불법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어엿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한국에선 흥신소가 일부 탐정 역할... 문의 10건 중 8건은 불륜 조사

흔히 탐정이라고 불리는 민간 조사업은 개인 또는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사사로운 사건이나 사고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일반인에게 알려진 사설탐정은 어떤 이미지일까. 아마 개인의 의뢰를 받아 대상자를 미행하거나 추적하는 경우를 떠올리기 쉽다. 이는 사실 '민간 조사원’ 업무의 일부에 불과하다. 전국에 3000여 개에 이르는 업소가 성행중인 음지의 사업이다.


기자의 취재요청에 응한 흥신소 사업자 A씨는 호리호리한 몸매로 대표되는 영화 속 탐정의 이미지와는거리가 멀었다. 살이 찐 체형에 몸에 붙는 티셔츠, 스포츠형 머리가 오히려 범죄자를 연상시켰다. 그는 심부름센터에서 10년이나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자잘한 심부름이나 배달을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런 게 돈이 되는구나 하고 심부름센터 창업을 알아봤다고. 그는 창업을 하기에 앞서, 서울 강남의 한 흥신소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셜록홈즈 속 삽화 이미지. 셜록홈즈는 깡마른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다.)

이곳에서 막상 돈이 되는 일은 배달 보다는 돈을 떼먹고 사라진 사람을 찾아달라거나 남편이 바람을 피우니 찾아달라는 요청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그는 지금도 문의 중 상당수는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찾아달라는 요청이라고 밝혔다. 간통죄가 폐지된 뒤로는 재산분할권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감도 많아졌다고.


비용은 대체로 착수금과 성공 수당으로 나뉜다. 이 흥신소 사업자의 경우엔, 의뢰비용 성격인 착수금의 경우 하루 기준으로 50만 원 수준이다. 불륜 현장을 적발하는 경우엔 여기에 성공수당까지 합치면 300만~50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대체적인 시장가이나, 위험도나 의뢰인의 신분 등에 따라 높아지기도 한다. 이들은 불륜 현장을 어떻게 찾는 것일까. 적발하려면 최대한 자세히 상황을 들어서 동선을 낭비하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미행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그는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아서 동선을 며칠간 체크한다. 의심되는 장소에선 여자직원과 함께 연인인 척 가장해 주위를 살핀다. 이는 물론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2016년 7월 적발된 한 흥신소의 경우엔, 해커 김모 씨는 이동통신업체 SKT 서버를 뚫어 위치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통신사의 위치정보 서버와 교신하는 데이터를 해킹했고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흥신소 업자들에게 건 당 30만 원에 건네졌다. 그가 경찰에 입건될 당시 34명의 외뢰인도 함께 입건됐는데 80%는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조사업이 법제화되더라도 남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미행을 하는 행위는 지금처럼 불법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음지가 아닌 탐정 사업도 가능할까?  


로펌에선 이미 전문직으로 활용...기업 내부 조사 등에 포렌식 활용

국내서 탐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데엔 이처럼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법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민간 사찰의 위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탐정이 제도권에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민사 소송의 경우 합법적인 증거 조사가 관건인데 이를 공권력이 다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공권력이 닿지 않는 분야에서 법적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사실상 가족을 찾거나 뺑소니 사고 조사 같은 일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손상철 대한민국탐정협회 대표는 "공인 탐정은 당연히 조사 업무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지부터 체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인탐정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법이 통과되더라도, 현장을 직접 조사하는 등 경찰과 업무가 겹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동안 민간에서 처리하기 어려웠던 사이버포렌식 등의 신사업이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한국특수행정학회가 주관하는 서울 광운대학교 민간조사대학원의 교육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 범죄현장의 지문채취과정을 교육받으며 지문을 분류하고 판독하고 있다)

출처 : 동아일보 DB

개인사업자가 아닐 뿐이지, 사실 국내서도 기업 감시처럼 전문영역에선 조사업자들이 직업상으로 존재한다. 주요 로펌의 조사팀에 속한 경우다. 로펌들이 적극적으로 자체 포렌식 팀을 도입해 회사 내 PC, 서버,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하고 회사 내부 비리를 캐고 대응체계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엔 외국계 회사가 국내 지사의 비리 조사나 대표 행적 조사를 위해 로펌 측에 이와 같은 감시 및 조사업무를 의뢰하면서 생긴 업무다.


이게 최근엔 일부 국내 대기업의 경우엔, 검찰이나 경찰 등의 수사 등에 대비해 모의 조사 등을 요청하는 업무로 확대됐다. 로펌들은 자체 포렌식 조사를 거쳐 사정기관 수사에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주요 로펌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이와 같은 내부 조사조직을 활용해 고객사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의 업무는 국민 법감정엔 맞지 않아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는 편이다. 현재도 이와 같은 전문 탐정영역은 존재하므로, 개인 사무실을 열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게 법제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출처 : 동아일보 DB

특히 한국에서 최근 문제로 불거지는 반도체 분야 등 해외 기술 유출 사건 등에 대해선 사법적인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게 로펌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공인탐정법이 통과될 경우, 이와 같은 영업비밀 유출 사안에 대해서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에 대해 반박하는 이들은 이미 로펌들이 내부 자료 조사등을 통해 시행하고 있어 별도의 법 제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도 10일 탐정업 금지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며 "꼭 탐정업이 아니더라도 신용조사업, 경비업, 손해사정사 등 탐정업 유사직역에 종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선 기업조사 분야에서 전문직으로 활약

해외선 탐정의 종류가 더 다양하다. 외국에는 기업 인수합병 전문 탐정도 있다. 인수 의향을 가진 회사 측에선 인수 대상 회사의 기업 규모나 재정 상태 등 고급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탐정은 고소득 직업으로도 꼽힌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탐정의 평균 연봉은 2016년 기준 6만1600달러(약 6585만 원) 수준이다.


출처 : 명탐정코난 애니메이션 화면 캡처

현재 미국 내에서만도 5만5000명의 사설탐정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계사, 보안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을 고용해 활동하는 탐정회사도 존재한다. 이들 역시 주로 로펌이나 기업들과 연계한 활동을 펼친다. 2014년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의뢰를 받아 미국 연방수사국(FBI) 출신 탐정들이 가짜 비아그라를 제작해 유통한 조직을 추적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공인탐정법이 국회서 통과될 경우, 이들이 할 역할도 상당부분 해외처럼 기업의 보호와 감시 역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탐정은 불륜 조사와 미행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전문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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