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도시에서 세계인의 도시로..비결은 'I♥NY' 한 문장

조회수 2018. 9. 2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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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브랜딩으로 재탄생한 뉴욕
출처: 플리커
(뉴욕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고에 공공안전 노조가 ‘공포의 도시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캠페인으로 반발에 나섰다.)

- 오후 6시 이후 거리에 나돌아 다니지 마라.

- 걷지 마라.

-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라.

- 호텔 방에 귀중품을 놓고 외출하지 마라.

- 화재를 조심하라.

1975년 경찰과 소방노조 등 공공안전노조가 배포한 ‘뉴욕 방문자를 위한 생존가이드(Welcome to Fear City-A Survival Guide for Visitors to the City of New York)’ 팸플릿에 써져 있는 문구다. 이는 재정난에 허덕이던 뉴욕 시가 5만여 명에 달하는 뉴욕시 소속 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한 것에 반발하기 위해 벌어진 캠페인이었다. 실제로 당시 뉴욕은 각종 길거리 범죄와 쓰레기가 가득한 도시로 유명했다. 1970년대 뉴욕은 그렇게 망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뉴욕은 다르다. 맨해튼에는 전 세계의 관광객과 비즈니스맨들이 모여든다.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도시다. 2015년 캐나다 토론토의 컨설턴트 업체 디코드(Decode)가 세계 55개국 젊은 층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젊은이가 지내기 좋은 도시 1위'로 뉴욕이 꼽히기도 했다.  


공포의 도시였던 뉴욕. 불과 30여 년 만에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오후 6시 이후 거리에 나돌아 다니지 마라... 공포의 도시 뉴욕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1974년 뉴욕의 지하철 모습)

1970년대 초 뉴욕은 청소부들이 파업에 나서 길거리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던 곳이다. 지하철에는 험악한 낙서가 가득했고 공항과 기차역, 심지어 호텔에까지 소매치기와 강도가 들끓었다. 당연히 맨해튼에 있는 사무실 빌딩과 호텔은 텅 비어갔고, 기업들은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노동자에게는 우호적이고 기업에는 비우호적인 도시, 범죄자들이 들끓는 도시라는 평판이 확산되며 뉴욕은 점점 황폐해졌다.

출처: ABNY 홈페이지, (오른쪽) 픽사베이
(미국 부동산 투자자 루이스 루딘(Lewis Rudin)이 결성한 ABNY, (오른쪽) 뉴욕의 빅애플 캠페인)

더 이상 손놓고 앉아만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뉴욕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1971년 ‘더 좋은 뉴욕을 위한 모임(ABNY · Association for a Better New York)’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ABNY는 정부 고위관료 및 파워 브로커들을 조찬간담회나 강연 행사에 초청해 세금 감면, 임대료 규제 완화 등 친비즈니스 정책을 펼치도록 건의했고, 이는 상당 부분 관철됐다. 뉴욕의 치안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ABNY는 자비를 들여 모든 경찰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했고, 타임스퀘어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경찰이 매시간 직접 감시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뉴욕관광청과 함께 ‘빅애플(Big Apple)’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수십만 개의 사과 모양 옷핀, 스티커 등을 나눠주며 뉴욕을 홍보한 것이다.


그러나 ABNY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뉴욕 시의 재정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1975년에는 5만여 명에 달하는 뉴욕 시 소속 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한 뉴욕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고가 발생했다. 뉴욕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사람들이 뉴욕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그 당시 발생한 뉴욕의 경제적 손실만 해도 160억 달러(18조608억 원)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나왔다.

I♥NY...단 한 문장이 이룬 변화

이에 뉴욕은 도시 브랜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뉴욕의 브랜딩 정책을 총괄한 사람은 1977년 선출된 휴 캐리 뉴욕 주지사였다. 그는 뉴욕상무부와 함께 뉴욕 시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뉴욕상무부는 외부 시장조사기관의 조언에 따라 타임스퀘어의 볼거리, 브로드웨이의 조명 등을 강조하고 풍부한 자연환경, 금융센터 등을 내세우는 쪽으로 홍보 방향을 설정했다. 그리고 범죄, 교통 체증, 높은 노조 가입률 등의 부정적인 내용은 감출 것을 지시했다.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은 숨기는 전략이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I♥NY'라는 뉴욕 로고다.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가 만든 작품으로 마케팅 도구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글레이저가 뉴욕 시의 의뢰를 받고 고민하던 중 우연히 냅킨에 스케치한 것이라고 한다.


I♥NY 로고는 뉴욕 주의 관광 상품에도 잘 어울렸다. TV 광고와 인쇄광고물에서도 눈에 띄는 매력을 발산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지식재산권을 요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하게 한 뉴욕상무부의 전략 덕택에 로고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는 소비와 관련된 바이럴 마케팅의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출처: fragrantica.com
(I Love New York For All Bond No.9)

사실 I♥NY 캠페인 속 보여지는 뉴욕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뉴욕 시민들은 장기 실업, 공공 서비스 중단 및 축소,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 폐지, 방화 등 계속되는 악재로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뉴욕 시 당국은 I♥NY 캠페인으로 ‘뉴욕은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환상을 심어주려는 뉴욕 시의 전략은 조금씩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많은 사람들이 I♥NY 티셔츠를 입고 기꺼이 캠페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당국은 뉴욕에 대한 인쇄물, TV 광고, 가이드, 상업광고 등을 만들면서 5번 애비뉴의 쇼핑, 브로드웨이 극장, 세계무역센터 근처의 새로운 나이트라이프 등 맨해튼 3개 지역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즉 뉴욕은 방문하기 좋은 곳이고, 돈 벌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홍보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홍보 전략이 먹혀들었는지 뉴욕 관광 패키지에 대한 요청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들도 급증해 1976∼1977년 사이 관광객 증가율은 56.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관광객 수가 0.1% 늘어난 것과 비교해 엄청난 수치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캠페인을 시작한 지 2년째가 지나면서 I♥NY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관광 프로그램이 됐다. 더불어 뉴욕 주와 뉴욕 시가 추진해온 비즈니스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후반 뉴욕은 관광객의 천국이 됐고 1980년대에 들어서도 이와 같은 추세는 지속됐다. 비즈니스 출장자, 컨벤션 참가자,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으며 그들은 뉴욕 곳곳을 누비며 많은 돈을 썼다. 이에 맞춰 럭셔리 호텔, 관광시설 등도 많이 지어졌다. 이렇게 뉴욕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뉴욕이 공포의 도시에서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되기까지에는 도시 브랜딩 과정이 있었다. 뉴욕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정부가 아닌 민간의 주도로 도시 살리기와 브랜딩 전략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뉴욕 시와 뉴욕 주의 관광, 투자유치 현황과 문제점 파악을 위해 전문 조사기관을 활용했고, 로고와 슬로건 제작을 위해 천재 미술디렉터인 밀턴 글레이저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게다가 관료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밀턴 글레이저의 의견을 들어 I♥NY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로고와 슬로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뉴욕의 브랜딩 사례는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도시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장기화된 경제 불황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지자체들은 도시 브랜딩이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78호
필자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인터비즈 홍예화 정리 
inter-biz@naver.com

* 이 글은 『뉴욕 비즈니스 산책 (엄성필 저, 한빛비즈)』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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