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할아버지가 쓴 로맨스 소설 <욕망의 텐더 윙>, 무슨 내용일까?

조회수 2018. 9. 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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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의 괴짜 마케팅 시리즈

치킨 하면 떠오르는 할아버지가 있다. 하얀 양복을 입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는 백발의 커넬 샌더스(Colonel Sanders, 샌더스 대령)다. 젊은 시절 도전했던 사업들이 모두 망한 후 노장 투혼을 발휘해 그가 세운 회사가 바로 치킨 프랜차이즈 KFC다. 버거킹, 맥도날드에 버금가는 패스트푸드계의 대기업인 KFC는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춰 특이한 물품을 내놓으며 이색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곳곳에서 KFC가 출시했던 '괴짜' 굿즈(goods)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치킨향 나는 닭다리 모양 입욕제

출처: 빌리지 뱅가드

2017년 KFC 재팬은 일본의 잡화용품점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와 협업해 '치킨향 입욕제'를 만들었다. 목욕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기획된 상품이었다. 치킨향 입욕제를 갖고 싶다면 KFC 재팬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특정 게시물을 리트윗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입욕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KFC는 15일 동안 매일 100명의 사람들을 추첨했고, 당첨된 사람들에게만 치킨향 입욕제를 나눠줬다. 닭다리 모양의 입욕제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마치 기름에 닭이 튀겨지듯이 사르르 녹았다. 이 입욕제는 11가지 허브와 향신료가 첨가됐기 때문에 진짜 치킨 냄새가 났다.

창립자가 직접 쓴 로맨스 소설

출처: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가 직접 쓴 로맨스 소설 <욕망의 텐더 윙>)

미국의 기념일인 '어머니의 날'은 KFC에게도 특별한 날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항상 연중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017년 어머니의 날에는 조금 색다른 이벤트를 기획했다. 특정 치킨세트를 구매한 고객들은 책을 받을 수 있었는데, 바로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가 직접 쓴 로맨스 소설이었다. 96쪽짜리 소설의 제목은 <Tender Wings of Desire>. 직역하면 '욕망의 텐더 윙(치킨)'이다. (이 책은 아마존에서도 99센트면 구입할 수 있었다.) 


소설에는 아름다운 여성 마들렌 파커(Madeline Parker)와 할랜 샌더스(Harland Sanders) 대령이 등장한다. (소설 속 샌더스 대령이 치킨 할아버지 샌더스와 동일인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들렌은 사랑 없는 결혼을 해야만 하는 비참한 현실로부터 도망친다. 그리고는 정체를 숨긴 채 해변의 여관에서 일을 하며 지낸다. 그러다 그녀는 샌더스 대령을 만난다. "그는 키가 컸고 머리는 밝은 금발이었으며 눈동자는 마치 바다 같았다." 마들렌과 샌더스 대령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를 즈음, 샌더스는 불길한 편지를 한 장 받는다. "유치한 뱃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와!" 과연 샌더스는 마들렌을 버려둔 채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출처: KFC
(<욕망의 텐더 윙> 광고 영상)

줄거리만큼 홍보 영상도 예사롭지 않다. 광고 속의 남자는 상의를 벗은 채 느끼한 표정으로 '욕망의 텐더 윙'을 읽고 있다. 'KFC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정말 어이가 없지만 읽다 보니 어느샌가 몰입해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며 소설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2017년 어머니의 날 KFC 매출은 대박이 났다.

치킨 맛 나는 매니큐어

출처: KFC
(매운맛 매니큐어와 오리지널 맛 매니큐어)

KFC의 슬로건인 'It's finger lickin' good'. 즉 손가락에 남은 양념까지 빨아먹게 하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이 현실이 됐다. 2016년 KFC 홍콩은 먹을 수 있는 치킨 맛 매니큐어를 만들었다. 맥코믹(McCormick)이라는 푸드 테크놀로지 회사와 함께 협업해 만든 이 매니큐어는 오리지널 맛과 매운맛 두 가지로 출시됐다. KFC의 매니큐어는 일반 매니큐어와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 그냥 손톱에 바르고 잘 말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식용 제품이었기 때문에 냉장보관이 필수였으며 유통기한은 5일 정도였다.


KFC 홍콩 지사에서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기 때문에 이 캠페인은 홍콩에서만 한정적으로 진행됐다. KFC 측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물하고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흥미를 높이기 위해 이 캠페인을 기획했으며 시장 반응을 시험해보기 위해 일부러 대량 생산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KFC
(KFC가 만든 선크림과 치킨 향이 나는 향초)

KFC가 내놓은 제품이 언제나 구매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특이한 굿즈를 소장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은 항상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이벤트 기간이 끝나면 KFC의 굿즈는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으로 변했다. 앞서 소개한 사례 이외에도 치킨 선크림, 치킨 향초 등 KFC의 시도는 다양하다. 물론 하나같이 상식을 뛰어넘는 이상한 물건들이다. 하지만 재밌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패스트푸드계의 대기업인 KFC. 도대체 왜 이렇게 B급 냄새를 풍기는 마케팅까지 하게 된 것일까? 일각에서는 KFC의 시도는 전혀 이상할게 없다고 평가한다. '주목(attention) 마케팅'이 트렌드인 시대에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KFC를 한 번이라도 더 각인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KFC가 말도 안 되는 굿즈를 만들어내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아닐까.

인터비즈 박성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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