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케이크 터치스크린으로 주문하면 죄책감 덜 든다고??

조회수 2018. 8. 30. 09: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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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기계화가 무서운 것일까

최근 몇 년 새, 컴퓨터나 아이패드,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너무나 대중적인 일이 됐다. 많은 음식점들이 직접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온라인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음식을 서비스한다.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를 때도 테이블 위에 놓은 태블릿을 활용한다. 맥도날드가 도입한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은 로봇의 일자리 대체 이슈와 맞물려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주문 과정에 전자기기를 도입하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주문 오류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생생한 사진을 보며 음식을 골라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조선일보
(신사역 부근 맥도날드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통해 햄버거를 주문하고 있다)

홍콩 중국대학과 미국 미시건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이처럼 사람과 사물 사이를 잇는 주문 인터페이스가 소비자의 음식 선택에 어떤 작용을 할지에 관심을 가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데스크톱에서 마우스를 가지고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와 터치스크린을 통해 주문하는 경우, 소비자의 선택에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소비자의 정신적 시뮬레이션(Embodied Mental Simulation)으로 이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적 시뮬레이션이란 이전에 겪었던 지각 경험을 불러들여 상상을 통해 재경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이전에 케이크를 먹었던 경험이 있다면 우리는 케이크의 질감이나 향기, 맛, 색깔 등을 개인적인 인지 영역에 차곡차곡 저장해 둔다. 이후 케이크 사진을 보면 사진만으로도 동일한 지각 경험을 다시 느끼게 된다.

마우스를 통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과 터치스크린을 통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 사이에 정신적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다를까? 이들 연구진은 터치스크린을 통하면 정신적 시뮬레이션 효과가 더 커져서 즉각적 만족에 충실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출처: Unplash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85명의 대학생 피험자들을 모집하고 이들을 2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의 피험자들에게는 아이패드를 제공했고, 다른 그룹의 피험자들에게는 데스크톱을 제공했다. 각 모니터에 시럽이 잔뜩 발라져 달콤해 보이는 치즈 케이크와 아무 드레싱이 없는 과일 샐러드 사진을 띄우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아이패드를 통해 음식 사진을 접한 피험자들의 95%는 치즈 케이크를 선택했고 데스크톱을 통해 사진을 본 피험자들의 73%가 치즈 케이크를 택했다. 전체적으로 치즈 케이크 선택율이 높기는 하지만 터치스크린으로 접한 사람들이 치즈 케이크를 선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손으로 직접 모니터를 만지면 정신적 시뮬레이션이 더 강하게 진행되면서 보다 쾌락적인 안을 좋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음식 사진을 손으로 직접 만진 피험자들은 과일보다 케이크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실험을 하나 더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22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패드와 데스크톱을 활용해 홍차와 핫 초콜릿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실험에서의 특징은 선택 버튼과 음식 사진 사이의 거리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정신적 시뮬레이션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해 쾌락적 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예상한 대로 버튼과 사진 사이의 거리가 가까우면 터치스크린을 사용할 때 더 쾌락적인 대안(핫초콜릿)을 선택하는 비율이 월등하게 높게 나왔다. 반면 버튼과 사진 사이의 거리가 멀면 터치스크린과 데스크톱을 사용할 때 쾌락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비율에 차이가 없었다. 

(생생한 사진을 제시하고 사진과 주문버튼 사이를 가깝게 하면 주문량을 늘릴 수 있다)

소비자가 마케팅 메시지를 받고 의사결정을 하는 도구로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그 접점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접점이 어떤 특성을 지니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의사결정 경로가 달라질 수 있고 최종적인 결정 내용마저 달라질 수 있다.


직접 제품을 만지는 듯한 터치 인터페이스의 경험은 소비자로 하여금 보다 즉각적인 만족에 충실한 결정을 내리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음식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품의 실용적 또는 쾌락적 특성을 파악하고 선택을 유도하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면 보다 향상된 마케팅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쾌락재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생생하고 본능에 소구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할 필요가 있다. 

필자 신병철 중간계캠퍼스 학장

* 중간계캠퍼스는 교육 컨설팅업체로 학문적 성과를 실무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비즈 최한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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