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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가 적벽에서 조조를 살려준 이유는?

조회수 2018. 8. 2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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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적벽대전 당시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의 목숨을 살려준 이야기가 실려있다. 군사 제갈량이 촉오 연합군에 의해 패주하는 조조의 퇴로를 예측하고 화용도로 관우를 보내 조조의 목을 가져오라 명령했으나, 끝내 관우가 그를 살려보냈다는 이야기다. 삼국지의 수많은 명전투 중 으뜸으로 꼽힐만한 적벽대전,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화용도에서의 이 이야기는 관우의 의리와 제갈량의 리더십, 지모를 잘 드러내주는 대목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관우의 선택은 정말 최선이었을까. 의리와 명령 앞에서 고뇌하던 관우의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창의적 문제해결 이론인 트리즈(TRIZ)에 입각한 ‘최선의 선택’을 찾아보자.

중국 양자강 일대 붉은 절벽이 늘어선 적벽. 삼국시대 통일을 목표로 계속 영토확장을 하는 조조의 100만 대군과 양자강 일대 동오의 왕인 손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손권은 유비와 동맹을 맺었다. 유비의 신하이자 ‘지혜의 신’으로 불리는 제갈량은 조조의 100만 대군의 뱃머리를 쇠사슬로 묶고 화공을 퍼부었다. 도망가는 조조의 군사들은 육지에서 유비의 군사가 공격하자 상당수 목숨을 잃었다. 

조조의 군선들이 불에 타 없어지고 전세가 기울었다. 조조도 전쟁터를 벗어나려 했다. 유비와 제갈공명은 흡족한 마음으로 패잔병을 쫓아가 이들을 섬멸할 작전을 세웠다. 제갈량은 장군들에게 자신이 지시한 장소에 숨어있다가 조조를 기습하라고 명했다. 그런데 ‘천하의 명장’ 관우에게만은 유독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관우는 발끈했다.

제갈량은 이처럼 말하며 화용도에서 기다릴 때 ‘반드시 모닥불을 피워놓으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기습작전이라면 숨어있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으라니? 하지만 관우는 명령을 따르기로 하고 천하의 명마 적토마와 수많은 기병들을 이끌고 화용도로 나아갔다.


같은 시간 조조는 소수의 기병들을 이끌고 적의 포위망을 뚫고 있었다. 이때 화용도 방향의 먼 발치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조는 이를 보고 제갈량을 크게 비웃었다. 모닥불을 일부러 화용도 방향에 피워놓고 강 포구 방향에서 매복하게 하는 계략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조조는 화용도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관우를 맞닥뜨렸다. 하지만 조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조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뒤 급히 말에서 내려 관우의 말을 더듬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예전에 관우가 조조에게 몸을 의탁할 때 조조는 어떻게든 관우를 회유해 등용하고자 온갖 재물과 관직, 명마인 적토마를 하사했다. (관우는 모든 재물과 관직을 물리쳤으나 유비에게 한시라도 더 빨리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적토마만을 기쁘게 받았다고 한다.) 이후 관우는 전장에서 조조를 도와 적장의 목을 가져왔고, 유비의 거처를 파악한 뒤엔 미련없이 떠났다.

조조는 적토마를 쓰다듬으며 관우에게 ‘예전에 은혜를 입었으니 이제 나에게 은혜를 베풀라’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전한 것이다. 조조의 부탁에 결국 남아의 기개와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관우는 조조를 살려줬다.

무거운 마음으로 진영에 돌아온 관우. 제갈량은 관우를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유비와 장비의 만류에마지 못해 관우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 날 저녁, 관우가 조조를 살려보낼 것을 알면서도 그를 전장에 내보낸 이유를 묻는 유비에게 제갈량은 “제가 어제 저녁 밤하늘 별자리를 보니 조조의 명이 다하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관우는 조조에게 은혜를 입은 바 있어 마음에 부담이 되고 있었을 터, 이번 기회에 관우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던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이 한 마디에 유비의 불편한 심기는 풀어졌다. 하지만 제갈량의 이 같은 행동에는 관우를 승복시켜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우가 내린 선택을 트리즈로 다시 한 번 풀어보자.


우선 관우가 부딪힌 문제는 ‘딜레마의 상황’이다. 조조를 죽여야 하지만 죽이지 말아야 하는 문제다. 트리즈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물리적 모순이라 정의한다. 트리즈는 물리적 모순의 문제 상황에서 ‘분리의 원리를 적용하라’고 권한다. △시간에 의한 분리, △공간에 의한 분리, △전체와 부분에 의한 분리다. 관우가 시간을 분리한다면 ‘지금 죽이지 않고 나중에 죽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관우가 딜레마의 상황에 빠진 건 조조를 죽여야 하는 이유(명령 복종을 위해)와 죽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은혜를 갚기 위해)가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기술적 모순이라고 이야기 한다. 기술적 모순에 대하여 트리즈는 40가지 발명원리를 제안한다. 관우의 경우에는 40가지 발명원리 중 ‘24번. 중간매개체를 이용하라’를 활용할 수 있다. 관우가 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우선 조조를 죽이지 않고 명령을 지키는 방법이 있고, 조조를 죽이면서 은혜를 갚는 방법이 있다. 조조를 죽이지 않고 명령을 지키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관우가 직접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중간 매개체)이 죽이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조조를 밧줄로 묶고 끌고가 공명에게 건네면 되지 않을까?

이 두가지 생각을 조합하면 처음에 죽이지 않고 끌고간 후 나중에 제갈량의 손으로 죽이게 하면 된다는 답이 나온다. 제중간매개체를 활용하면 결국 조조를 죽이지 않고 명령을 지키는 전략을 달성할 수 있다. 관우는 이러한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하나의 목적을 포기했다. 창의적 해결책을 찾지 못한 관우는 제갈량의 리더십에 굴복 당하고 만 것이다.

이제 다시 한 번 관우의 입장으로 돌아가보자.당신이 관우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트리즈 
(TRIZ·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러시아어 약자)

200만 건 이상의 전 세계 특허를 분석해 그 공통점을 분석한 창의성 기법. 40가지 발명원리, 76가지 표준해결책, 문제해결 프로세스 등 구체적 방법론을 문제 유형과 상황에 맞게 제시한다.

트리즈는 문제의 원인이되는 모순 상황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죽느냐 사느냐’처럼 어느 하나가 이래야 되고 저래야 돼서 수단간 충돌이 일어날 때는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 딜레마 문제)으로 규정한다. 또 서로 다른 두 개가 서로 부딪혀 목적 간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기술적 모순 (Technical Contradiction, 상충문제)으로 규정된다.
출처 세계적 경영매거진 DBR 61호
필자 김효준
인터비즈 콘텐츠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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