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는 없구요. 레고 블록 받으세요" 프랑스 어느 카페

조회수 2018. 8. 10. 09: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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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회 참여가 활발한 사회
출처: 채널A 뉴스

프랑스 파리 2구의 작은 카페 주아이외(Joyeux·기쁨)는 손님들이 주문을 하면 영수증과 함께 색색깔의 블록을 준다. 우리나라의 진동벨 같은 걸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블록은 음식을 서빙하는 종업원을 위한 것이다. 주아이외 카페의 종업원들은 다운증후군 또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블록의 색으로 종업원들은 어느 테이블에 음식을 서빙해야 할지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프랑스 파리의 카페 ‘주아이외(Joyeux·기쁨)’에서 일하는 로즈마리(왼쪽에서 두 번째)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로즈마리처럼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이 로즈마리에게 볼 뽀뽀를 하고 있다)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카페

출처: 채널A 뉴스

가게 주인 얀 뷔카유 랑르자크 씨는 2012년 '에메랄드 범선 사회 연대' 재단을 설립해 생활이 어려워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국내외 여행을 경험시켜주는 일을 했다. 이후 6년 동안 병자, 부랑자, 노숙인 등 6500여 명이 재단을 통해 범선 여행을 했다. 당시에 만난 한 장애인의 부탁으로 주아이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랑르자크 씨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북서부 렌 지역에 주아이외 1호점을 열었고, 지난달 23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에 맞춰 파리에서 2호점을 냈다. 매장은 크지 않지만 종업원은 20명이 넘는다. 보살핌이 필요한 주아이외 직원들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오랜 시간 일하기 힘들어 업무 시간이 주당 12~25시간으로 짧기 때문이다. 2층 주방에서 일하는 21세 장애인 루이 씨는 매니저 가랑드 씨는 "빵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 피곤하지 않다"며 "제과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가게의 모토는 '가슴으로 모시는 식당'이다. 손님을 부를 때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클리엉(client·손님) 대신 꽁비브(convive·초대손님)로 부른다. 집에 초대한 손님처럼 정성껏 모신다는 의미다. 랑르자크 씨는 "앞으로 주아이외는 스타벅스와 경쟁할 것이며, 보르도나 릴 지역에도 가게를 낼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출처: 채널A 뉴스
(가게 모든 직원의 신발은 왼쪽과 오른쪽 색깔이 서로 다르다. 이는 서로 다를지라도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출처: 채널A 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짓도 주아이외 카페를 방문해 힘을 보탰다)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물결

출처: 한국장애인개발원
(제주도청 삼다정에 입점한 아이갓에브리씽 8호점)

국내에서도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증장애인 바리스타와 비장애인 바리스타가 함께 일하는 카페 'I got everything(아이갓에브리씽)'이다. 커피를 마시며 '즐거움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한 공간을 지향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은 2016년 10월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동에 1호점을 열며 시작됐다. 이후 인천광역시청점, 천안시 한들문화센터 등의 공공기관에 입점하였고, 현재 며칠 전 문을 연 전북 혁신도시 지점까지 포함해 총 22호점으로 늘어나 80여 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출처: 한국장애인개발원 유튜브
(매니저와 장애인 근로자 2명이 한 조가 되어 2교대로 근무한다. 카페 운영의 수익금은 인건비를 포함해 장애인들의 일자리 개발과 확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올 3월 로레알코리아 본사에 20호점을, 4월엔 여주프리미엄 아울렛에 21호점을 내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카페 사업 모델을 공공 영역을 넘어 민간 영역으로도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는 카페 브랜드 자체의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 덕택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1호점을 내기 전 이태원 '장진우 거리'로 유명한 장진우 셰프의 컨설팅을 통해 커피는 물론 디자인 표준화 작업까지 진행했다.

출처: '일로와제주' 페이스북
(아이갓에브리씽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품질의 원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애인 카페'의 민간 영역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은 공공영역을 넘어 민간영역까지 확대될 때 그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아이갓에브리씽은 로레알코리아 본사 지점, 여주프리미엄 아울렛 지점에 이어 점차 민간 영역으로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개발원 최경숙 원장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은 당사자의 경제적 자립은 물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선순환 기회"라며 국내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참조기사] 번호표 대신 블록 가진 손님에… 다운증후군 직원 ‘기쁨의 서빙’

글 동정민 동아일보 특파원
인터비즈 홍예화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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