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은 어떻게 '치믈리에' 시험을 탄생시켰나?

조회수 2018. 7. 31. 19: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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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 미각 1%에 도전하라!" 2018년 7월 잠실 롯데호텔에서 제 2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치러졌다. 작년 7월 같은 장소에서 초대 시험이 치뤄진 뒤 꼬박 1년만이다. 1회 때에 비해 절차도 세분화됐다. 선착순으로 500명만 응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약 58만 명이 온라인 응시까지 할 수 있었다. 온라인 시험 만점자 2만 7000명 가운데 추첨된 500명이 본시험 참가 기회를 얻었다. 


치믈리에란 치킨과 소믈리에(포도주를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사람 또는 그 직종)의 합성어로, 치킨 감별사를 뜻하는 말이다. 살아 있는 병아리를 감별하는 게 아니다. 치믈리에 시험은 다 튀겨진 치킨을 먹고 어느 브랜드의 어떤 메뉴인지를 알아맞히는 행사였다.

치킨을 튀기기 가장 좋은 온도는? 치킨 고수들의 도전

출처: 배달의민족 공식 유튜브 채널

배달의 민족은 작년 치믈리에 이벤트로 '2018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통합미디어 부문(IMC) 캠페인 전략 금상을 수상했다. 치킨 500마리 값으로 어마어마한 홍보효과를 누린 치믈리에 대회는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였을까? 바로 신규 입사자 워크숍에서 나온 기획이었다. 워크숍에서 눈을 가리고 무슨 치킨인지 맞추는 게임을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참석자들은 깔깔거리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20분 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신나게 떠들었던 내용을 문서로 정리했고, 그것은 곧바로 치믈리에 자격시험 기획서가 됐다.

출처: 배달의민족 공식 홈페이지

생선회 曰 박수 칠 때 떠놔라

출처: 배달의민족 공식 홈페이지

배달의 민족의 독특한 캠페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2015년부터 매년 '배민 신춘문예'를 개최하고 있다. 음식과 다이어트를 소재로 하는 짧은 글짓기 행사인 배민 신춘문예는 이제는 수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치킨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다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광고 문구도 바로 2017 배민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다. 4년 연속 심사 기준은 <'풋!' 하게 웃기거나 '아~'하고 공감되는 시> 그대로다. 올해 당선작에는 △가재는 게 편이고 나는 많이 먹는 편(최우수상) △우리 집 할머니는 입맛이 없다 하시며 자꾸 나이를 드신다(최우수상)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삼겹살로 달랜다(우수상) 등이 있다. 

대상은 치킨 365마리, 최우수상은 치킨 30마리, 우수상과 입상은 각각 치킨 7마리와 2마리를 받게 된다. 당선작은 실제 TV 광고나 버스 광고에도 활용된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B급 유머 코드, 패러디 등의 광고를 활용하면 주 소비자층인 2030 젊은 층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진행된 신춘문예에서는 잡음도 있었다. "Meat Too, 저도 당했어요"같이 미투 운동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이 응모됐지만 회사 측은 이를 그대로 온라인상에 노출시켜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화려한 최신 기법보다는 기본 핵심으로 돌아가라

출처: 배달의민족 공식 블로그

배달의 민족은 어떻게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로 평판을 쌓아 올릴 수 있었을까? 바로 마케터(Marketer)에 집중한 덕분이다. "콘텐츠 마케팅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빅데이터다"하는 최신 기법들을 적용하는 것도 좋지만 핵심은 ‘사람’, 즉 마케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은 좋은 사람을 마케터로 뽑고 다 같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주장한다. 쓸 수 있는 마케팅 예산이 경쟁사들 간에 비슷비슷하다면 성패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은 과거 예산 제한 때문에 3초짜리로 구성된 영화관용, IPTV용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3초 동안 치킨이 기름에 지글지글 튀겨지는 장면을 노출시켜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치킨을 주문하게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다. 

좋은 마케터에겐 좋은 소비 감각이 필수다. 좋아하는 물건을 사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마니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애정을 갖는 브랜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본인이 소비생활을 즐기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참고 도서: 장인성(2018), 마케터의 일, 북스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7호

필자 조진서 동아일보 기자

인터비즈 박성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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