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청소업체는 왜 충주댐에 호랑이그림을 그렸을까?

조회수 2018. 7. 2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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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실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은 과거부터 성장과 이익 창출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세계가 저성장 시대로 들어서면서 기업이 추구해야될 가치는 재무적 성장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친환경, 장애인 고용, 교육 등 공동체 전체를 위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게 되었다.


시장조사 기관인 민텔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6%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소비자의 63%가 향후 기업의 윤리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2017년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의 10명 중 7명(68.1%)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62%)에 비해 6%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이렇듯 소비 과정에서 의미까지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윤리 경영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윤리적 기업의 기준?

출처: 유로모니터
윤리적 기업의 조건(공정, 친환경, 공유 등)

유로모니터는 오는 2020년까지 기업의 윤리적 기준에 따라 생산되는 제품의 시장 규모가 583억 달러(약 6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착한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을 윤리적 기업이라고 부르는 걸까? 기준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제품이 공정한 유통 및 생산 과정을 거쳐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커피, 의류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공산품이 투명한 경로로 국내에 들어오는지,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이 문제가 없는 지 여부를 살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지,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가 친환경적인지 등을 고려하는 소비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윤리적 경영 철학으로 주목받는 기업

앞서 언급된 조건을 갖추고,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의 기로에서 나름의 방향성을 수립하여 윤리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글로벌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에버레인(Everlane)


에버레인은 2010년 마이클 프레이스먼(Michael Preysman)이 '윤리적 제조' 이념을 기반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남녀 의류 및 액세서리, 신발 등을 판매하며 최근에는 언더웨어 부문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온라인 의류 업체로 시작한 에버레인은 윤리적 제조과정을 공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고객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문구와 함께 실제 생산 비용(Ture cost)이 상세히 나타나 있다. 

출처: 에버레인 홈페이지

위 사진에 따르면,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 데 원단 값 12.78달러, 인건비 7.5달러, 운송비 1.9달러, 관세 3.7달러, (단추, 지퍼와 같은) 부재료 값 2.15달러가 들어 총 원가가 약 28달러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에버레인은 이윤 40 달러를 더해 판매가를 68달러로 책정했다. 일반적인 청바지 가격이 140달러인 것에 비하면 72달러나 저렴한 편이다. 

출처: 에버레인 홈페이지

이와 더불어 에버레인은 각 제품별로 제조 공장을 공개하고 공장 노동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근무 환경 등을 담은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제품에 대한 정직한 가격 정책, 공정 무역,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으며 입소문을 탔다. 안젤리나 졸리,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에버레인의 제품을 착용하는 모습도 노출됐다.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에, 비싸지도 않은 브랜드이지만 윤리적 기업이라는 이유가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유명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찾는 소비자가 늘자 에버레인은 최근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사업까지 진출하며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뉴욕과 LA에 쇼룸과 스튜디오를 예약 방문제로 운영하고, 뉴욕에 '캐시미어 캐빈'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어 캐시미어 의류를 한시적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출처: 에버레인 홈페이지

② L.

생리대, 탐폰 등의 여성용품과 콘돔을 제조하는 캘리포니아 기업 'L.'은 친환경 제품 생산 및 적극적인 기부 활동을 하고 있는 윤리적 기업이다. 이들은 "전 세계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슬로건을 걸고 인체에 무해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L. 에서 소개한 제품으로는 유기농 면 소재를 사용한 생리대와 탐폰, 그리고 향료 및 표백제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한 여성용품 등이 있다.

출처: L. 홈페이지

만약 소비자들이 L.의 제품을 구입하면 개발 도상국의 여성에게도 여성용품이 기부된다. HIV 위험에 놓여 있는 아프리카 여성, 생리대 부족으로 학교를 결석해야 하는 네팔과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이 기업의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여성 인권 향상 및 생활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L.은 2800명의 여성 기업가로 구성된 네트워크와 협력하여 2017년에만 5000만 개의 제품을 기부했다. Vanity Fair는 "L.의 제품이 수백만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평했다.  


③ Karcher(카처)

출처: 카처 홈페이지
호랑이가 새겨진 충주댐

카처는 올해로 설립 83주년을 맞는 독일의 청소 장비 기업이다. 이들은 회사가 보유한 특별한 기술과 장점을 살려 글로벌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카처가 진행하는 활동은 전 세계 80여 곳의 문화 유산 및 랜드마크를 세척하는 클리닝 캠페인이다. 짧게는 수백 년부터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는 문화 유산은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훼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청소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청소 기법뿐만이 아니라 청소 도구, 장비, 약품 등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유물의 변형 없이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출처: 카처 홈페이지

예를 들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은 높이만 38미터, 양팔 너비가 28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유산이므로 일반적인 장비로는 클리닝 자체가 불가능하다. 카처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으로 이 예수상을 10년에 한 번씩 청소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N 서울타워와 충주댐 청소 역시 카처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 2011년, 사회 공헌 캠페인 차 한국을 방문한 카처는 고압 세척기 및 스팀 청소기를 이용하여 N 서울 타워를 세척했다. 충주댐의 경우, 단순히 댐을 깨끗이 하는 게 아니라 오래 묵은 때를 활용해 댐 자체를 예술적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기상과 얼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소나무를 댐에 그려 넣었다.


카처와 같은 전문 기업이 아니라면 문화 유산의 정기적인 클리닝과 관리는 거의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기업 고유의 노하우를 통해 전 세계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하며 윤리적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들은 선진적인 직원 복지, 진심 어린 사회공헌 등을 실천하는 기업에 지지를 표할 것이다. 그들도 한정된 자원을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소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소비자들은 윤리적 기업을 보며 단순 호감을 갖는데서 그치지 않고 SNS 등을 통해 자발적인 마케팅까지 실천하고 있다.


민텔의 라이프스타일 애널리스트인 로렌 보네또(Lauren Bonetto)는 “소비자들이 비윤리적인 기업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고, 이는 새로운 표준(Norm)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제 원하든 원치 않든 윤리적 경영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


* 이 글은 KOTRA 해외시장뉴스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박근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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