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에 도장 2개 미리 찍어주는 진짜 이유

조회수 2018. 7. 10. 17: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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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스탬프 방식의 '리워드 마케팅(Reward Marketing)'이 유용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종이 쿠폰 대신 구매할 때마다 별 모양의 ‘e-스티커’가 적립되는 형태의 온라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빈 역시 종이 스탬프에서 온라인 스탬프로 방식을 바꿨다. 유통 브랜드 역시 리워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GS25는 자체 개발한 '나만의 냉장고' 앱으로 온라인 도장을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한정판 상품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가 도장을 열심히 모으는 이유

출처: 네이버 TV
KBS2 예능 <어서옵SHOW>의 한 장면. 깜빡하고 도장을 못 찍은 날에는 커피값이 너무 아까워진다

소비자들은 왜 도장 모으기에 열중할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부여된 진행 효과(Endowed progress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도장 쿠폰을 받은 소비자들은 이를 모으기 위해 같은 브랜드 상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목표 달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목표가 주어졌을 때 무의식적으로 해당 목표를 완수하도록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즉 인간은 특정 목표를 부여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성취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특정 목표를 수행하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면 그들이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시작점이 아니라 이미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강조해야 한다. 과정을 강조하는 것은 소비자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폰에도 적용되는 조삼모사(朝三暮四) 논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부여된 진행 효과가 어떤 상황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실험은 미국의 세차장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실제 세차장을 방문한 300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형태의 리워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A에서는 세차 무료 도장 쿠폰을 나눠주고, 쿠폰에 나와 있는 8번의 도장을 다 찍으면 공짜 세차를 한 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B에서 제공한 쿠폰은 도장을 찍는 칸이 10칸이었으며 이때 도장 두 개가 기본적으로 찍혀있는 상태였다. 즉 소비자가 10번의 도장을 채우는 과정 중 이미 두 번의 과정이 완수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두 그룹의 소비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 세차를 해야 하는 횟수는 동일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B는 마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미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두 그룹의 실험자들이 세차를 얼마나 하는지 살펴봤더니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자들은 동일한 목표를 할당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두 번의 도장이 찍힌 그룹에 속한 소비자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약 2배가량 더 자주 세차를 했다. 8개의 도장을 모두 채운 소비자 수 역시 미리 도장 2개가 찍혀있는 쿠폰을 받은 소비자 그룹에서 월등하게 많았다.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기업의 전략

출처: 네이버 TV
tvN 예능 <20세기 소년 탐구생활>의 한 장면

이를 통해 같은 리워드 프로그램이라도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짜는지에 따라 소비자 행동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이 도장 모으기 같은 리워드 프로그램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다음의 요소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소비자들에게 목표를 제시할 때, 성취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것이 좋다. 도장 2개가 미리 찍힌 쿠폰을 받은 세차장 이용객들은 총 10번의 도장을 찍어야 하는 도전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시작점에 있기보다 이미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느낄 때 해당 목표를 좀 더 완수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둘째, 소비자들이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느끼거나 목표 달성 과정 중 어느 위치까지 왔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 목표 달성 동기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목표를 세부적으로 나눠서 중간 거점이 여럿 존재하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특정 커피 브랜드가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도장을 한 개씩 찍어준다고 가정하자. 총 20번의 도장을 찍으면 다이어리라는 가장 큰 선물을 주고, 8번을 찍으면 커피 한 잔, 15번을 찍으면 텀블러를 제공하는 식으로 보상을 세분화할 수 있다. 최종 목표를 향해가는 긴 과정 중에 작은 중간 목표들을 심어주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는 자신이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고 강하게 인지할수록 이전에 투자한 내역(예컨대 이미 찍힌 도장)에 민감해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는 '손실 민감 법칙(The loss-sensitivity principle)'을 따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이미 자신이 한 투자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목표를 완수하지 않을 경우 이런 투자가 손실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야 한다.


최근 리워드 프로그램이 종이 쿠폰에서 모바일 앱 형태로 진화하면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와 가까워지고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리워드 프로그램의 내용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 관련 기사 보기


*참고문헌: Joseph C. Nunes, Xavier Drèze,“The Endowed Progress Effect: How Artificial Advancement Increases Effor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2, March 2006, pp. 504-512.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3호
필자 이승윤

필자 약력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 글로벌 마케팅리서치 컴퍼니인 Nielsen 선임연구원


인터비즈 박성지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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