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이유 있는 분노'.. 창업의 본질을 말하다

조회수 2018. 7. 2. 09: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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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52)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우선 그는 잘 나가는 방송인이다. 2015년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쿡방(요리 방송)’ 열풍을 이끌었고 최근엔 SBS로 옮겨 골목식당과 자영업자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으론 백종원 레시피로 대표되는 각종 요리법을 개발하는 요리 연구가이기도 하다. 그 스스로는 어떤 표현을 가장 편안하게 여길까.  


20일 서울 강남구 더본코리아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예능인이라는 표현과 연예대상 후보라는 말에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요리사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전 요리가 좋은 게 아니예요. 그저 먹는 걸 좋아해요"라며 섬세히 정정했다. 다만 그는 대한민국 외식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엔 거침없었다. 그가 자신을 일컬어 가장 많이 쓴 표현은 '외식업 선배'였다. 

출처: 더본코리아 홈페이지

그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외식사업을 키우는 기업가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그가 이끄는 외식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는 2017년 기준으로 1740억 원 매출을 기록한 명실공히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올해 기업공개(IPO)도 준비중이다.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외식시장에서 작은 식당을 가지고 시작해 일군 성과다.


인터비즈가 성공한 외식 비즈니스 전문가 백 대표에게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그 특유의 어눌한 충청도 말투가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던질 때 만큼은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뛰어들지 말라"며 단호해졌다. 그는 조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들도 털어놓았다. 

식당 창업을 준비한다면... 조언 1) 식당일부터 존중하라

"다들 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거치는 게 장사라고 생각하잖아요.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식당을 준비하며 조언을 구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는 백 대표. 그는 "제대로 각오부터 해야 한다"는 말로 조언을 시작한다. 자영업자들이 위생부터 조리에 이르기까지 준비가 안 된 채로 뛰어드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고. 식당 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벼든다는 지적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최근 논란이 된 뚝섬 장어집 등 골목식당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한동안 방송에서 부드러운 인상만 보여온 백 대표가 최근엔 한 방송에 나와 식당의 위생이나 음식 조리 상태를 보고 화를 내는 모습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야기가 그쪽으로 흐르자, 백 대표는 "제가 그렇게 화를 낸 데엔 사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정작 뚝섬 식당에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비판과 욕으로 매장되는 모습에 동의할 수 없다고도 덧붙인다. 무슨 말일까.

출처: SBS영상캡처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속 한 장면. 한 장어요리 가게의 서툰 조리와 주방의 전반적인 위생 상태에 "기본이 안 돼 있다"고 혹평했다.

백종원 : "인터넷을 보니까 위생상태가 엉망이라며 뚝섬 식당 욕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전 뚝섬 식당 분들만 유독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일반 대중 말고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 상당수는 방송 보면서 '저게 문제가 되는구나' 하면서 뜨끔했을 걸요. 그거 식당 사장님들이 봤으면 했어요. 한국 식당 자영업자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문제 투성이예요. 뚝섬 식당도 본질적으론 누구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던 게 문제죠. 방송엔 안 나왔는데 전 뚝섬 사장님들에게 '외식업과 관련해 제대로 된 교본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외식업 선배들이 잘못이 크다'라고 했어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식당을 보면서 화도 나지만, 한편으론 아무런 지식도 없이 뛰어드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알기 때문에 가슴 한켠엔 무거운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음식과 음식점을 깔보는 문화가 문제라고 했다. 식당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덤벼드는 것은 음식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 음식 문화 전반에 걸쳐 문제인 탓에 특정 식당을 향해 분노를 터트릴 것이 아니라고, 외식 산업과 자영업을 어떻게 바꿀지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고 싶다고 했다. 그가 방송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다. 

출처: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캡처

그가 무턱대고 식당 장사에 덤벼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이유는 그 자신의 옛 모습이 떠올라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역시 시작엔 별 생각 없이 식당과 장사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관련된 일이었던 만큼 혼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에 몰려서 장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그는 그 심정 자체는 이해한다고. 그도 처음엔 막막했다고 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어서 공부를 놓지 않았다고 했다. 화제는 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식당 창업을 준비한다면... 조언 2) 맛있다고 끝? 고객의 심리를 분석하라

출처: 서울문화사, 백종원 대표 제공
백 대표가 1993년 처음 외식사업으로 시작한 '쌈밥집'

그의 꿈은 처음부터 외식업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기업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그땐 돈을 벌려면 무역이나 건설 쪽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잘 알려져있다시피 백 대표의 집안은 조부 때부터 사학재단(예산학원)을 운영한 교육 명문가이다. 집안에선 2남 2녀 중 셋째 장남인 백 대표가 교육자로 자라줄 것을 기대했다. 외식은커녕 기업을 운영하는 것도 탐탁치 않아 했다고. 반면 그는 집안에서 학생들 장학금도 주려면 사업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투정도 부릴 정도로 처음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했다. 

사업에 필요한 재능은 어릴 때부터 눈에 띄었다. 사람을 대하고 다루는 재능과 탁월한 입담이었다. 고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처럼 시작한 '중고차 딜러' 생활부터 남달랐다. 친한 이웃형이 그에게 손님만 데려오면 소개비를 주겠다고 해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한 호객일이 첫 사회생활이었다. 중학생 시절 고향인 충남 예산에서 서울로 유학온 그에게 고교 졸업후 지인이 장안평 중고차 시장으로 그를 끌어낸 것.


그런데 정작 손님을 데려와도 말주변이 부족한 이웃형은 손님을 번번이 놓치기 일쑤였다. 반면 경쟁업체에 더러 손님을 뺏기기까지 했다. 그는 차에 대한 정보만 알려주면 직접 팔아보겠다고 했다. 이게 어디 쉬운 일인줄 아나. 코웃음은 금세 무색해졌다. 백 대표가 차를 공부한 뒤 정말 호객을 그만두고 중고차 딜러로 나서자마자 20분 만에 차를 한 대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차를 사러 온 사람이 으스대고 폼을 내고 싶은 건지, 아님 업무용 차량이 필요한지 그걸 잘 파악하는 편이었어요. 같은 '포니'를 산다고 해도 사려는 이유는 다 다르다는 걸 안 거죠. 손님의 말투부터 걸음걸이 등 여러가지를 보면서 그걸 캐치했고요."


고객의 심리와 상황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그가 지금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 노하우다. 이 원칙은 식당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사람 하나 없는 냉면집에서 사장이 불친절하기까지 하면 누구나 화를 낼 겁니다. 반면 손님으로 가득 차 복잡한 식당에서 사장이 식재료를 나르면서 손님에게 퉁명스럽게 비켜달라고 하면 그건 오히려 맛집처럼 보이는 요소죠. 상황에 맞춰가야 해요."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다른 연출을 통해 식당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스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출처: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캡처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우리 식당은 맛있는데 왜 안 될까'예요. 맛은 기본이죠. 식당을 찾는 주고객층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찾아가야 해요. 예를 들어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면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김치찌개 같은 메뉴를 부각해야 할 것이고, 여성 고객이 많다면 이들이 좋아할 만한 깔끔한 인테리어에 좀 더 신경을 쓰겠죠. 성공하는 식당은 맛이 전부가 아녜요. 손님부터 파악해야죠."


고교 졸업후 중고차 딜러 시절부터 이와 같은 원칙을 직관적으로 깨달아 용돈벌이치곤 꽤 많은 돈을 모았다는 백 대표. 그러나 그는 첫 사회생활을 이내 그만둔다. 차 성능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손님을 보면서 씁쓸해졌기 때문이다. "그땐 다른 사람한테 들은 그대로 차를 설명하고 팔았죠. 그런데 팔아보니 문제가 있었던 거예요. 불평을 제기하는 손님 말이 다 옳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일하던 딜러 형들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고... 부끄러웠어요. 사업을 하려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길로 그만뒀어요."


이후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한 이후에도 그는 공부엔 별 관심이 없었다고. 1학년 당시 아르바이트를 했던 호프집 장사가 잘 되지 않자 직접 치킨을 튀기고 배달하며 전면에 나섰다. 가게 주인이 백 대표에게 인수 제안을 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식당 경영을 처음 경험했다. 그는 "그땐 외식 사업은 다들 부끄러워서 안 할 때고, 하기만 하면 돈은 잘 벌 때였어요"며 몸을 낮췄지만 남다른 사업 수완 덕택에 사업은 2년만에 카페와 술집 등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가게일을 못마땅해하던 부모의 권유 등에 떠밀려 입대를 선택한 백 대표는 가게를 헐값에 처분하고 가게를 판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고. 집안에선 그가 군대에서 장사할 생각을 접고, 그저 차분히 미래 구상을 해주길 바랐으나...

식당 창업을 준비한다면... 조언 3)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고민해야

포병장교로 입대한 백 대표. 그는 간부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자 취사 담당 선임하사와 보직을 바꿔 식당 관리를 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 장교가 식당을 담당한다는 것에 대해 선배 장교에게 "장교가 쪽팔리게 무슨 짓이냐"며 욕을 먹었다고. 그러나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는 백 대표로선 평소 간부식당 음식이 못마땅한 데다가, 뛰는 것도 싫어서 취사보직을 고수했다.


"군대선 계란이 식자재로 보급되면 늘 계란국을 끓이잖아요. 왜 계란후라이는 안 되는 거야? 이런 생각만 평소 품고 있으니까 식당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출처: 서울문화사, 백종원 대표 제공
간부식당에서 근무한 백 대표 군 복무 시절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한 번 정해진 보직을 임의대로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 사실이 적발돼 장군에게 보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백 대표는 "평시에는 간부도 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음식이 전투력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장군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거 멋있는 말이네"라고 했다고. 이로써 보직 변경이 공식화됐다.


그는 군대에서 '사입(소매상이 도매상에서 물건을 떼오는 일)'의 요령을 깨쳤다고 말했다. 간부 식비를 모아서 농산물 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할 때, 날씨에 따라 물건 가격이 큰 폭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물건이 많아서 가격이 싸지면 대량구매하는 방식으로 식자재를 넉넉하게 확보하면서 식재료비를 아꼈다. "비가 오면 배추값이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일기예보를 보고 비가 내리면 트럭을 몰고 시장에 나가서 배추를 싸게 대량으로 사들였어요. 배추는 염장을 하면 보존기간이 늘어나니까 문제가 없죠. 식재료비를 아끼니까 비싼 음식을 해줄 수 있게 된 거죠." 백 대표는 지금도 효율적인 메뉴 및 식자재 관리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가 메뉴로 '고급진'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만들어진 시점이다. 

출처: 서울문화사, 백종원 대표 제공
그는 중국집에서 메뉴수를 과감히 정리하고 짜장면과 짬뽕 등 식사 메뉴 위주를 강화한 홍콩반점0410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백종원식 프랜차이즈는 철저하게 효율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장군에게 "식기를 스테인레스가 아니라 다른 그릇으로 바꾸면 어떻겠습니까", "배급식이 아닌 뷔페식으로 운영해보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할 만큼 군대서도 머릿속에 음식으로 가득차 있었다. 실제로 간부식당을 배급식이 아닌 뷔페식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뷔페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잔반을 줄이는 게 관건이었다. 효율적인 식재료 관리를 위해선 음식을 남기는 이들에겐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한참 상관에게도 예외없이 이 원칙을 적용했다. "상관이 전화로 얼마나 욕을 하던지요. 그땐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에 바로 장군에게 일러바쳤죠" 효율적인 메뉴 구성과 식단 편성을 위해 한 번 정해진 원칙은 어떻게든 지킨 점도 눈에 띈다. 

식당 창업을 준비한다면... 조언 4) 당신 진정 좋아할 수 있는 일인가

군 전역 후 그는 건설회사, 인테리어 회사, 건설자재 무역상 등을 창업해 성공을 거뒀다. 인테리어 회사를 창업할 당시인 1993년엔 원조쌈밥집을 차리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원조쌈밥집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안정적인 돈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지, 진지하게 요식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라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기업가라는 어린 시절의 꿈을 향해 그는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는 그의 인생 항로를 완전히 뒤바꿨다. 당시 사업이 망하면서 17억 원 빚더미에 오른 것. 여기에 쌈밥집까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는 당시 "기업인이라는 꿈은 이렇게 무너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출처: 서울문화사, 백종원 대표 제공

그는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재주가 있는 음식 장사로 방향을 틀었다. "좋은 집안에서 미식가이신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여러 음식을 경험했으니 '자수성가'라는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집안에선 식당을 한다니까 모르는 척했어요. 금수저라고 쉽게 시작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지원은 한푼도 못 받았어요." 그는 아버지가 아들이 음식 장사를 한다는 말을 듣고 식당을 들렀을 때를 기억했다. "잠시 보시다가 아무 말도 없이 나가시더군요. 아버지는 오히려 망하길 바라셨을지도 몰라요. 장사를 접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셨겠죠."


한편으론 철저하게 무너지고 그의 마음은 더 편안해졌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업을 할 때에도 늘 입에 달고 살던 게 '오늘 점심 뭐 먹을까?', '회식 어디서 할까'였어요. 직원들은 사장이 허구헌날 먹는 이야기만 하니까 의아하게 보더라고요. 처음부터 먹는 게 좋았던 거예요. 돌고 돌아 제가 좋아하는 일인 요식업을 하게 된 거죠."


그는 직접 홀에서 손님을 대하고 서빙을 하며 음식 메뉴를 개발했다. 백 대표에 따르면, 어디까지나 좋아하는 음식들을 식당에서 실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늘어났다고. "처음엔 같이 일하던 직원들에게 '나 잘 되면 가게 하나 차려줄게'라고 했던 게 정말 조금씩 현실화 됐어요. 뱉은 말 지키기 위해서라도 장사에 힘을 내야 했죠."

출처: 서울문화사, 백종원 대표 제공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골목에서 시작한 백종원 가게와 브랜드는 이후 경기 고양시 등으로 확장됐다. 이때는 더이상 가게 직원을 사장으로 세우는 정도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브랜드 확장 속도가 빨라졌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된 것이다.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돌고돌아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서도 애들한테 다른 말 안해요. 좋아하는 일 하라고 하죠. 그게 소박한 말이지만 정말 제 입장에선 얼마나 절실한 말이었는데요."


그는 지금도 청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외국어다. 그는 외국어가 사는 데 꼭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해외에 나가서 메뉴 개발 등을 고민해보니 외국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바깥 경험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창업'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겠죠. 그러려면 창업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제가 대학 때 했듯이 정말 이른 나이에 하는 게 좋아요. 요즘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면 의외로 길이 여러 개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니네 프랜차이즈나 잘 하지...논란에도 직접 입 열다

외식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5년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출연을 계기로 그의 가게가 아닌, 그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됐다.


방송천재라는 별명처럼 처음엔 재미로 출연했다는 백 대표. 이제 그는 곧 방송을 통해 외식산업에 대한 존중이 커졌으면 한다는 그의 소망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외식사업과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위생 등 기본 사항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그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제가 방송에서 식당들에 조언해주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니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관리나 잘하라'예요. 맞습니다. 우리 가맹점도 방송 보고 고칠 게 있음 고쳐야죠. 그 메시지를 방송을 통해 보내고 있는 거예요. 방송에 나오지 말고 관리나 잘 하라는 건데, 변화를 유도하려면 제가 예능 방송을 더 잘해야죠." 

출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캡처

그는 방송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함께 높이고 싶다고 했다. 음식을 보는 안목과 식당을 판단하는 기준들을 공유할 때 전체적인 외식 시장의 수준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식당은 철저한 준비와 각오로 하루하루 도전하죠. 재료를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다듬으면서 철학을 담는 거거든요. 손님도 거기에 대한 존중을 해줘야 해요. 그런 식당이 오래 살아남으면서 스토리도 풍부해지고 외식 시장도 커질 겁니다."


비교적 저가 메뉴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는 기업인의 말로 다소 의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백종원 프랜차이즈가 골목시장에서 좋은 가게를 무너트리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나. 그에 대해서 그는 "좀 억울하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일본 외식산업을 사례로 들었다.


"일본에 가면 한 건물에 4000원 짜리 규동을 파는 저가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고급 일식당까지 한 건물에 있어요. 소비자에겐 상황에 따른 선택권이 있어야 하고 그게 건강한 거죠. 그런데 우리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식당들이 경쟁력이 없는 게 문제예요. 가볍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프랜차이즈도 있어야 하고, 차별화된 맛을 만들어내는 자영업이 다 공존할 수 있어요."

출처: 더본코리아 홈페이지

외식업체들이 다양하게 존재할수록 건강한 외식시장 생태계라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와 일반 식당을 찾는 수요와 욕구,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한국 외식산업은 특색있는 자영업자가 성장하지 못한 가운데 선택권이 제한적이고, 그렇다보니 외식산업을 하나로 묶어 경쟁체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 창업에 나서려는 자영업자는 자신만의 혼을 담아서 음식을 만든다거나, 음식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그는 한국 외식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서로간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지나치게 자영업에 사람들이 몰리고,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더본코리아 홈페이지

그는 한국 외식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프랜차이즈만의 독특한 역할이 생겼다는 얘기도 했다. 외식산업에 대한 매뉴얼과 교본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에서 첫발을 떼는 이들에게 프랜차이즈가 외식업 사교육 같은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원재료를 납품하면서 폭리를 취하거나, 인테리어를 강제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이런 부작용을 고쳐나가야 하는 거지, 프랜차이즈업 자체를 문제시 삼는 시각엔 반대합니다."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백 대표는 "식당 프랜차이즈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식당을 가지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이를 가르쳐주는 역할이다. "한국시장이 워낙 작아서 프랜차이즈 가맹점 3~4개로는 어디 소스 하나 개발해달라고 공급사를 돌아다녀도 퇴짜맞기 좋죠. 더본코리아가 소규모 프랜차이즈들을 대신해서 테스트 물량을 받아주고 마케팅 교육 등도 해줄 수 있어요. 한국 외식산업도 브랜드가 많아져야 돼요. 이게 외국에 나가서 한식 알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세요."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사진제공 :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서울문화사 ('무조건 성공하는 작은식당', '초짜도 대박나는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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