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노벨상' 받은 한국인, 뭘 연구했나 봤더니.. 걸을 때 커피 쏟지 않으려면?

조회수 2018. 7. 3. 08: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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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든 잔을 들고 걸을 때 최대한 안 튀게 하려고 천천히 걸으셨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이런 고민에 도움이 될 하나의 기발한(?) 연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를 완성한 인물은 세계에서 제일 가는 괴짜들에게만 주는 상인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했습니다. 바로 2017년 이그노벨 유체역학상 수상자 한국인 한지원 씨입니다.

출처: AIR 유튜브 채널
한지원 씨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 위해 자비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1999년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해 환경보호부문상을 받은 F&C 코오롱의 권혁호 씨, 2000년도에 3만 6000 쌍 대규모 합동 결혼을 성사시켜 경제학상을 받은 문선명 통일교 총재, 2011년 세계 종말을 예언해 수학상을 받은 이장림 목사에 이어 4번째 한국인 수상자다.

한 씨는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 시절 커피를 가지고 액체의 동력을 연구한 15페이지짜리 논문으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는데요. 그의 실험을 통해 2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AIR 홈페이지

1. 커피가 담긴 와인잔에 일반적으로 걸을 때 발생되는 진동(4Hz)이 생기면 표면에 잔잔한 물결이 생기는 반면, 원통형 머그잔의 경우에는 같은 상황에서 액체의 출렁거림이 훨씬 커 밖으로 튀거나 쏟아지게 되는 현상입니다.

출처: AIR 홈페이지

2. 컵을 쥐는 방법을 바꾸면 커피를 쏟지 않을 수 있습니다. 컵의 손잡이나 몸통 대신 컵의 윗부분을 잡으면 공명 진동수가 낮아져 커피가 덜 튄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름이 현저히 작은 아래 사진과 같은 컵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출처: JTBC News 유튜브 채널(왼쪽), AIR(오른쪽)
컵의 윗부분을 잡거나, 지름이 작은 컵을 쓰는 방법도 있다.

이 재밌는 연구는 사실 2012년 이그노벨 유체역학 수상자 루슬란 크레츠헤트니코브Rouslan Krechetnikov의 연구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2011년 유체역학 컨퍼런스 중 커피를 흘리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연구 주제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왜 커피를 들고 이동하면 심하게 출렁거릴까?' 였죠. 

연구를 진행하며, 그는 커피의 출렁거림은 인간의 생체 공학에 기인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규칙적으로 보이는 보행도 알고 보면 좌우, 위아래, 앞뒤로 시시각각 변하는 복잡한 패턴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성별과 나이, 심지어는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속도와 폭이 달라지죠. 옆에서 보면 사람은 수평이 아닌 아래 위로 들썩이며 걷기 때문에 그에 따라 커피도 여러 패턴으로 출렁이게 됩니다. 즉, 커피잔을 들고 걸으면 어쩔 수 없이 출렁임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한 씨의 연구는 루슬란의 '왜 출렁임이 발생하는가?'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덜 흔들리게 할까?'를 보여준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Improbable Research

한 씨는 자신의 수상 소감에서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도 아니고 똑똑함도 아니다. 바로 당신이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가"라는 위트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위해 정말 엄청난 양의 커피를 마셔야 했나 봅니다. 이상한 발명품이 가득한 괴짜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처럼 이러한 괴짜들의 노력이 있기에 세상을 바꾸는 발견이 탄생하는 것 아닐까요?

인터비즈 홍예화
inter-biz@naver.com

미표기 이미지 출처: Jonathan Samir Matthis, Brett R. Fajen. (2013). Humans exploit the biomechanics of bipedal gait during visually guided walking over complex terrain, The Royal Society, volume 280, Issue 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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