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때문에 망한 줄 알았던 한국 MP3 기업의 반전

조회수 2018. 6. 27. 09: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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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었던 시절에는 MP3 플레이어에 음원 파일을 넣어 음악을 들었습니다. 당시 아이리버(옛 레인콤)는 좋은 음질과 눈길을 끄는 디자인으로 사용자들에게 호평 받았고 MP3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했죠. 입소문이 돌면서 아이리버는 설립 4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25%를 기록하며 MP3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못지않은 위상을 자랑했습니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리버 MP3 제품들

왜 실패했을까?

한때 애플, 소니 등의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세였던 아이리버는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춤하게 됩니다. 애플의 아이튠즈와 결합된 아이팟이 출시되면서 매출에 치명타를 받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MP3 플레이어의 기능을 고스란히 담은 아이폰이 2007년에 출시되고, 삼성전자 등 다른 브랜드에서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MP3 전용 플레이어에 대한 수요가 급감해 파산 위기로 내몰렸습니다.

출처: 아이팟 홈페이지

MP3 플레이어가 추억의 제품으로 잊혀져갔지만 아이리버는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음질로 다시 한번 승부를 겁니다. 2012년에 출시된 고음질 재생기 브랜드 '아스텔앤컨(Astell & Kern)'이 그 결과물이었죠. 또한 아이리버의 우수한 기술력을 포착한 SK텔레콤은 2014년에 회사를 인수합니다. MP3를 만드는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오디오 종합기업으로 재도약을 준비한 것입니다.

지금 뭘 만드나 봤더니…

① 프리미엄 오디오 아스텔앤컨 

출처: 아이리버 홈페이지

아스텔앤컨은 음질에 민감한 음악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격대는 상당하지만 일반 재생기기에서는 들을 수 없는 초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사용된 오디오 장치는 하이파이Hi-fi 로, 저음부와 고음부가 모두 충실하게 잘 나오도록 음역을 넓히고 왜곡을 줄였습니다. 이 기술력은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아이리버의 제조 기술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피커에도 이용되어, SK 텔레콤과 함께 국내 최초 AI 스피커 '누구(Nugu)'를 만들어 내기도 했죠.

② 엔터테인먼트 사업 (노래방 기기)

아이리버는 지난해 SM 계열사인 'SM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하고 SM재팬 자회사 'SM라이프디자인컴퍼니'를 인수하여 엔터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한류 콘텐츠를 디바이스와 결합하여 글로벌 AI 사업 추진으로 신규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이죠.


특히 아스텔앤컨의 기술력이 결합된 SM 노래방 기기가 인상적입니다. 기존의 스마트폰용 노래방 어플 '에브리싱Every sing'을 TV로 확장한 서비스라고 하는데요. 5G 환경에서 고화질 및 고음질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단말기라고 합니다. 사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아시아의 노래방 문화를 미주, 남미까지 전파하는 데도 계기로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까지 성공이라는 표현을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사라진 기업으로 기억된 아이리버는 초고음질 오디오, 인공지능 스피커,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진화를 거듭해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사업다각화로 레드오션에서 탈출한 기업들


사업다각화로 재기에 성공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많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변신이 어렵다는 뜻이죠. 어떤 기업들이 사업다각화로 위기를 모면했을까요. 

① 후지필름(Fujifilm)

 화장품 사업 & 제약 산업

출처: Astalift 홈페이지

한때 미국 코닥과 함께 사진 필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던 후지필름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필름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장 변화에 맞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해진 것이죠. 후지필름은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노화 방지 화장품을 대안으로 내놓습니다. 왜 화장품 사업으로 뛰어든 것일까요?


얼핏 보면 생뚱맞은 사업 확장 같지만 사실 이는 내부 역량인 필름 제조 기술을 십분 활용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사진 필름의 주원료는 콜라겐이고 후지필름은 콜라겐 변성 방지 기술과 나노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콜라겐은 피부의 주성분이기도 하기에 후지필름은 자사의 기술을 노화 방지에 응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여할 만큼 성공을 거두게 되었죠.

출처: FUJIFILM HOLDINGS CORP/AP

비슷한 맥락에서, 후지필름은 제약에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필름 개발 과정에서 얻은 화학 합성 물질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를 활용하여 독감 치료제인 '아비간' 등을 만들어냈죠. 이후 아비간은 에볼라 치료에도 특효를 보이며 미 당국이 승인한 최초의 에볼라 치료제로 주목받았습니다. 그 밖에도 의료 화상정보 네트워크 시스템이나 전자 내시경 등 고성능 렌즈가 필요한 의료기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렇게 발굴한 사업들은 다소 생소한 감이 있었지만, 기존의 주력 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② 쓰리엠 (3M)

사무용품 회사가 원래 광산회사였다고? 

출처: 3M 홈페이지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등 사무실 용품으로 유명한 3M의 원래 모습은 뜻밖에도 광산회사였습니다. 회사명 '3M'은 미네소타 광산·제조업 회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의 약자로, 광산업을 했던 과거가 담겨있죠. 3M의 시초는 사금 채굴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겪으면서 사포와 연마석을 만드는 제조사로 전환하게 됩니다. 뛰어난 유연성과 금속 연마력을 지닌 방수 샌드페이퍼와 자동차 도색용 마스킹 테이프는 그 자체로도 주력 상품이 되었죠.


3M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당시 꽤 혁신적인 제품이었던 셀로판지의 단점을 보안할 테이프를 연구하게 됩니다. 셀로판지는 열 부근에서는 말리고, 기계 코팅시에는 찢어지며, 평평하게 부착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얇고 투명한 셀로판에 접착제를 붙이는 수많은 실험을 한 결과, 마침내 3M의 대표 상품으로도 유명한 '스카치테이프'가 출시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접착제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포스트잇 역시 개발될 수 있었죠. 광산회사에서 시작한 3M은 점진적인 사업다각화 전략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리버, 후지필름, 3M 등 사업 다각화로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이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세분화하고, 그 잠재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창의적인 측면에서 산업을 바라보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객관적인 안목으로 미래 사업 가치를 고려했던 것이 곧 성공의 키워드가 된 것은 아닐까요?  

인터비즈 박근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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