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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탄생한 ‘뽁뽁이’, 두 번의 실패 끝에 세계인의 사랑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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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작성일자2018.06.14. | 10,740 읽음

무념무상의 상태로 세 시간이 삭제됐습니다. 제 인생 최고로 집중했던 순간이라 자부할 수 있어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인류의 가장 위대한 놀이감 중 하나를 뽑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뽁뽁이!”를 외치겠다. 공기로 가득 차 볼록 올라온 동그란 비닐을 꾹 누르면 ‘뽁’ ‘뽁’ 하고 터지는 경쾌한 소리. 뽁뽁이를 한 번도 터뜨려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개만 터뜨려 본 사람은 없으리라.

뽁뽁이, 다른 이름으로는 에어캡. 이름부터 귀여운 이 발명품은 이미 우리의 일상 깊이에 스며들어 있다. 물건이 깨지지 않게 택배 상자 안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겨울철에는 보온을 위해 창문을 가득 뒤덮는다. 여기에 놀이감으로서의 역할도 빠뜨릴 수 없다.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뽁뽁이지만, 뜻밖에도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그 태생은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위한 벽지였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957년, 인테리어용 벽지 ‘뽁뽁이’의 탄생

1957년 미국의 엔지니어 알프레드 W. 필딩(Alfred W. Fielding)과 마크 샤반(Marc Chavannes)는 평면적인 벽지 디자인에 신선함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두 장의 플라스틱 시트를 겹친 뒤 그 사이에 공기 방울을 섞은 전혀 새로운 디자인의 시트를 만들었다. 바로 뽁뽁이다. 물론 개발된 제품의 이름이 bbok-bbok-i 였을리는 없다. 필딩과 샤반은 제품에 버블랩(Bubble Wrap)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960년 실드에어(Sealed Air) 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뽁뽁이는 벽지 시장에서 참패를 맛봤다. “왜?”에 대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눈을 감고 사방이 뽁뽁이로 뒤덮인 거실을 떠올려 보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첫 번째 실패에도 불구하고 실드에어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뽁뽁이가 가진 경량성과 단열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도전은 온실 단열재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 뽁뽁이의 단열성은 탁월했지만 소비자들은 기존의 비닐하우스를 뽁뽁이로 대체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미국에도 ‘삼 세번’이라는 단어는 있었다. 1961년, 세 번째 도전만에 뽁뽁이는 드디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 우리의 택배 상자를 가득 채운 ‘포장재’의 역할을 찾은 것이다. 비닐 재질 사이를 채운 공기방울들은 포장된 제품을 충격에서 보호해줬고, 가벼운 무게 역시 배송에 있어 큰 이점이었다. 실드에어의 마케터(포브스는 ‘혁신적인 마케터’라고 표현했다)였던 프레드릭 W. 바워스(Frederick W. Bowers)가 손을 잡은 그들의 첫 고객은 IBM이었다. 당시 IBM은 최초의 대량생산 업무용 컴퓨터 중 하나였던 1401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었다. 바워스와 IBM은 뽁뽁이가 높이 150㎝, 폭 90㎝에 달하는 이 거대한 컴퓨터를 충격에서 보호하는 역할로 적합하다는 것에 동의했고, 실드에어는 마침내 인기 없는 벽지로 시작한 뽁뽁이를 세계인의 필수 포장재로 둔갑시키는데 성공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용도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뽁뽁이의 성공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적합한 사용처에 제품을 공급하는 눈을 가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제품의 기능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운 것이었다. 당초 개발 목적이었던 벽지, 인테리어 소품에 제품의 용도를 한정 지었다면 뽁뽁이는 1960년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을지 모른다. 발명왕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 역시 그 첫 번째 용도는 ‘속기사 없이 받아쓰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을 녹음하는 것’이었지만 결국엔 음악을 재생하고 녹음하는 용도로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 균, 쇠>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 역시 “기술이란 대개 어떤 필요를 미리 내다보고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된 이후에 그 용도가 새로 발견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축음기, 증기기관, 비행기 등 인류의 삶을 바꾼 아주 거대하고 획기적인 기술들을 예로 들었지만 뽁뽁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다. 사람들은 결국 인테리어를 위해 발명된 뽁뽁이에서 포장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발견해냈으니 말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재밌는 건 오늘날에 들어서 뽁뽁이가 또 한 번 그 용도를 바꾸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용도가 달라졌다기보다는 원래의 용도로 돌아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서두에 언급했듯 겨울철 단열, 보온 효과를 위해 거실과 방 안 창문을 뒤덮은 뽁뽁이는 필딩과 샤반이 주목했던 단열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거기에 요즘에는 예쁜 그림이나 무늬가 그려진 뽁뽁이까지 출시되어 인테리어 디자인 벽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이 매 순간 부서지며, 필요에 따라 새로운 용도를 탄생시키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든 지점이다.

인터비즈 황지혜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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