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고의 조합 넷플릭스 × 할리우드

조회수 2019. 1. 2. 09: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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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믿고 재생 버튼 누르자.

‘자기 전에 가볍게 드라마 한 편 볼까?’라는 마음으로 넷플릭스를 켜면, 오히려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다 그냥 잠이 들 확률이 더 높다. ‘뭘 볼까…’ 고민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콘텐츠는 계속 업데이트되니까. 


여기, 당신의 허둥지둥, 갈팡질팡, 결정장애를 치료해줄 ‘이름’들이 있다. 봉준호만 넷플릭스와 손잡고 블록버스터를 만든 건 아니다. 데이비드 핀처, 코엔 형제, 폴 그린그래스, 알폰소 쿠아론 등 할리우드 대표 감독의 이름을 내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영화가 줄지어 공개되었다. 


눈 딱 감고 믿어도 좋을, 유명 감독들의 작품 네 편을 소개한다. 오늘 밤에는 고민 없이 재생 버튼을 눌러보자.


마인드 헌터 : 들어보자, 연쇄살인범의 고백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의 작품이다. 핀처는 이미 <하우스 오브 카드>로 넷플릭스 성공 신화에 큰 공을 세운 바 있다.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마인드 헌터>는 핀처의 전작 가운데 <조디악>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조디악>이 연쇄살인범을 쫓는 영화라면, <마인드 헌터>는 그들의 내면을 탐구하는 드라마다. 


<마인드 헌터>에는 이미 철창 안에 갇힌 범죄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인 FBI 요원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연쇄살인범들과 면담을 한다. 그는 ‘무엇이 이런 괴물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치밀하게 연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프로파일링’이라는 범죄 수사 틀이 정립되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 속 살인마도 물론 모두 실제 인물들이다. 이미 붙잡힌 범죄자를 다루지만, 긴장감은 어느 스릴러 작품 못지않다. 범죄자들의 내밀한 고백은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카우보이의 노래 : 코엔 형제의 서부극은 다르다

할리우드 최고 악역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캐릭터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다. 단발머리 킬러, 안톤 쉬거는 차라리 저승사자에 가깝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오직 죽음만이 남는다.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는 그들이 만든 안톤 쉬거만큼이나 무자비한 영화다. 


<카우보이의 노래>는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배경의 단편 여섯 개를 엮은 작품이다. 코엔 형제가 창조한 ‘웨스트 월드’에는 낭만 따위 없다. 황량하며 허무한 공기가 가득할 뿐이다. 죽음이 곳곳에 똬리를 틀고 호시탐탐 방랑자를 노린다. 천재 총잡이가 등장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유쾌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안심하면 안 된다. 예상치 못한 순간 비극은 언제나 총알처럼 날아온다.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은 쉬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7월 22일 : 2011년 그날 노르웨이에는 무슨 일이?

데이비드 핀처, 코엔 형제와 비교하면 폴 그린그래스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액션 영화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본 아이덴티티> 후속작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제이슨 본>을 만들었다고 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 <7월 22일>은 2011년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를 다룬다. 극우 청년 브레이빅이 오슬로 인근 섬에서 캠핑 중인 학생들을 향해 난사한 사건이다. 폴 그린그래스는 70명 이상 희생된 비극을 꽤 건조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사람의 증오가 빚어낸 참혹함을 치밀하게 드러낸다. 다만, 희망의 눈길도 잊지 않는다. 서로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해가는 노르웨이 사회를 통해 꺾이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로마 : 그래비티에 버금가는 경이로움

넷플릭스 업로드 전부터 입소문이 대단했다.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은 것부터 화제였다. 베니스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사자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했다는 뉴스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엄청난 기대감 속에서 <로마>가 공개됐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은 <로마>와 무관했다. <그래비티>가 저 높은 곳에서 우주의 경이로움을 노래했다면, <로마>는 가장 낮은 곳에서 인간의 숭고함을 예찬한다. 


<로마>는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상류층 가정 가사 도우미, 클레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별 탈 없이 흘러가던 그녀의 삶에 별안간 먹구름이 드리우고, 그녀가 일하는 가정에도 균열이 생긴다. 


클레오와 주변 사람들은 거센 풍파 속에서 허둥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어깨를 내주고, 끌어안으며 끝끝내 아픔을 버텨낸다. ‘ROMA’를 거꾸로 읽으면 ‘AMOR’(사랑)다. 영화 <로마>는 결국 ‘사랑’이 정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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