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 유튜브 채널

조회수 2019. 12. 9. 15: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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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Writer 정준화 : 디지털 기획자.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쓴다.


언젠가부터 극장보다 넷플릭스를, 영화보다 유튜브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이러다가는 시간과 수고를 투자해 수백 명의 사람들과 거대한 밀실에서 두어 시간가량을 함께 보내는 취미가 곧 멸종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과 스크린이 항상 적대적인 관계이기만 한 건 아니다. 어떤 유튜버들은 익숙한 영화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고 알리는 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하기도 한다. 뻔한 줄거리 요약만 나열하는 채널들을 잘 걸러내고 나면 귀 기울일 만한 분석, 참고할 법한 지식, 혹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스마트폰 안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다음의 예들처럼.


ponysmasher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의 경력을 도약시킨 건 유튜브였다. 공모전에 출품한 단편으로 엄청난 바이럴을 일으키며 제임스 완의 눈에까지 든 그는, 결국 장편 연출 데뷔 기회를 얻게 된다. 그 작품이 바로 동명 단편의 아이디어를 확장해 큰 성공을 거두었던 2016년작 호러 <라이트 아웃>이다. 이후 <애나벨 : 인형의 주인> <샤잠!> 등을 선보이며 감독으로서 안정적인 입지를 다졌지만, 여전히 데이비드 F. 샌드버그는 자신의 출발점을 잊지 않는다.


그는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ponysmasher’를 통해 일련의 프로젝트에 관한 뒷이야기나 경험을 통해 배운 새로운 사실들을 유머러스한 비디오 에세이로 공유하고 있다. ‘영화 제작에서의 문제 해결(The Problem Solving of Filmmaking)’이라는 에피소드는 그중에서도 특히 추천할 만하다.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한 신에 스태프가 찍힌 것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 혹은 신의 연결을 위해 의상을 수정해야 할 때 감독은 어떻게 해야 할까? 5분 남짓한 영상은 <샤잠!> 현장에서 감독이 찾은 답에 대해 알려준다.


WIRED

문화와 경제, 정치에 미치는 기술의 영향력을 이야기하는 매거진인 <와이어드>의 유튜브 채널은 ‘Technique Critique’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에피소드마다 한 명의 전문가가 등장해 각자의 분야에 대한 영화나 TV 속 묘사의 사실성을 검증하는 콘셉트다. 외과 레지던트는 <페이스/오프>의 안면 이식술에 대해, 법의학자는 <양들의 침묵>의 수사 과정에 대해 논평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전직 CIA 간부였던 조아나 멘데즈가 출연한 에피소드다. 그는 스크린 속 스파이들의 위장술에 대해 사무적인 태도로 꼼꼼한 코멘트를 덧붙인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본 아이덴티티>에 등장한 가짜 신분증으로 가득한 상자는 비현실적이고, <미션 임파서블>의 변장 마스크는 (의외로) 현실의 첩보전에서도 가능한 전술이다. 30여 분 가량의 영상을 감상하고 나면 할리우드의 상상력과 실제 세계 사이의 경계선이 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Every Frame a Painting

‘Every Frame a Painting’은 테일러 라모스와 토니 주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이다. 편집, 촬영, 사운드 등의 기술이 스토리텔링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2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더 이상의 업데이트는 없을 거라고 운영자들이 공식적으로 밝히기까지 했지만, 이곳을 꾸준히 찾는 팬들은 여전히 많다. 자료를 선별하고 편집하는 방식이나 그로부터 설득력 있는 가설을 도출하는 과정이 그 자체로 잘 짜인 추리극처럼 흥미롭기 때문이다.


테일러 라모스와 토니 주는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Every Frame a Painting’에 업로드된 첫 에피소드가 봉준호의 <마더>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튜브를 떠난 두 사람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적성을 살려 세계적인 고전 DVD / 블루레이 제작사인 크라이테리언과 터너 클래식 무비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필름스트럭을 위한 스페셜 피처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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