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스5 vs 엑박SX, 정했습니까?

조회수 2020. 12. 3. 16: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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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당신은 마음을 정했는가

Writer 이기원 : 세상 모든 물건과 금방 사랑에 빠지는 콘텐츠 제작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플스5)’와 MS의 ‘엑스박스 시리즈X(이하 엑박SX)’가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다. 많은 게이머들이 두 기기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나훈아와 남진의 대결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승부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두 기기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플스5가 독점작에 기댄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이어가려 하는 반면, 엑박SX는 넷플릭스처럼 구독 및 클라우드 게이밍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MS의 전략

올해 1분기까지 콘솔 게임기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 자료 출처 _ hookedontech.com



이전 세대인 플스4와 엑박원의 대결에서는 힘의 우열이 명확했다. 플스4는 약 1억 1천만 대를 팔았고, 엑스박스원은 약 5천만 대를 팔았다. 두 배가 넘는 차이다. 이 차이를 좁히고 싶었던 MS가 선택한 무기는 게임 패스다. 게임패스는 월 1만6천7백 원만 내면 매달 제공되는 100여 개의 무료 게임을 콘솔과 PC, 스마트폰을 오가며 즐길 수 있는 구독형 클라우드 서비스다.

SKT는 손흥민과 페이커를 모델로 기용해 클라우드 게이밍을 홍보하고 있다.



MS는 엑박SX의 발매를 앞두고 비장의 한 수를 더 준비했다. SKT와의 협업을 통해 등장하는 ‘X박스 올 액세스’라는 상품이 그것이다. 매달 3만9천9백 원을 24개월간 지불하면, 엑스박스SX 게임기와 게임 패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50만 원에 달하는 게임기를 할부로 구입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무료 게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것이다(이 무료 게임에는 MS가 직접 제작 및 유통하는 <헤일로> 등의 신작도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집에서는 TV로, 학교에서는 랩탑으로, 지하철에서는 모바일로 기기를 넘나들면서 클라우드 게이밍을 즐길 수 있다. MS는 단순히 ‘PS vs XBOX’라는 과거의 구도가 아니라,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모든 콘텐츠 플랫폼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전략

플스5의 기대작인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MS에 비하면 소니의 전략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플스4가 그랬던 것처럼, 플스5에서만 구동 가능한 독점작을 최대한 많이 준비하고, 이런 막강한 라인업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지켜가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소니가 공개한 플스5 독점작의 리스트는 <파이널 판타지 16>,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갓오브워 라그나로크>,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그란투리스모 7> 등이다. 발매 예정작의 무게감만 따지자면 플스5가 확실히 앞선다. 하지만 소니는 MS의 게임 패스처럼 신작을 무료로 배포하는 전략에는 관심이 없다.



<파이널 판타지 16>도 플스5의 독점작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SIE(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의 CEO인 짐 라이언은 유력지인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게임, 위대한 게임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게임들을 개발하는 데는 작게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든다. 이런 게임을 구독 서비스에 무료로 뿌리는 건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엑스박스의 게임 패스는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소니는 MS처럼 신작을 발매와 동시에 구독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바일과의 연계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 역시, 대화면 위주의 플레이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약점들

게임패스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두 기기 모두 약점은 있다. 우선 엑박SX의 게임 패스가 매달 100여 개의 무료 게임을 제공한다 해도 그 퀄리티를 장담할 수는 없다. MS가 직접 유통하는 <헤일로>나 <포르자>, <기어스 오브 워> 등의 최신작은 곧바로 게임 패스에 등록돼 무료로 즐길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다른 제작사의 인기작들은 게임 패스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플스에 비해 한글화 타이틀이 낮다는 점, 북미 성향의 게임이 많다는 점도 약점이다. 결국 차려놓은 건 많은데 정작 먹을 건 별로 없는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소니도 게임 패스와 비슷한 ‘PS 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가 있다. 월 7천5백 원을 내면 매월 2개의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플스 전용 게임들을 PC에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게임 패스와의 차이점은 신작을 발매와 동시에 무료로 즐길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모바일 플레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과의 연동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1020의 젊은 유저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TV보다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기 때문이다.




승자는 누구인가

엑박SX는 넷플릭스를, PS5는 영화관을 더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현재까지 좀 더 유리해 보이는 건 엑박X다. 우선 게임 패스가 워낙 매력적이다. 특히 콘솔 게임을 PC와 스마트폰으로 이어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은 게임의 저변 자체를 확장시킨다. 게다가 MS는 최근 제니맥스 미디어를 75억 달러(약 8조 7300억 원)에 인수했다(*제니맥스 미디어는 인기 게임인 <폴아웃>, <엘더스크롤>, <고스트와이어 -도쿄>의 개발사인 베데스다, <둠>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이드 소프트를 비롯해 많은 개발 및 유통사를 휘하에 두고 있다). 이는 엑박SX의 최대 약점이었던 독점 타이틀 부족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거래다. 결국 엑박SX는 게임 패스 가입자를 증가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시장 진입 초기에 적용했던 방식이다.


엑박SX가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면, 플스5는 여전히 전통적인 극장의 시스템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인 작품만 갖추고 있다면 관객은 얼마든지 찾아온다는 것이다. 소니는 최근 게임 패스를 의식한 것인지 ‘PS 플러스 가입자 대상으로 플스4의 명작 20여 개를 무료로 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리스트에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갓오브워>, <라스트 오브 어스> 등 유명 히트작들이 대거 포진돼있다. 어쨌든 게임의 퀄리티에는 자신 있다는 뜻이다. 플스5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이것이다.


‘제대로 된 작품을 감상하려면 제값을 치러라. 그리고 원하는 시간에 극장에(TV 앞에) 오라.’


사실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플스5를 먼저 살 것이다. 소니의 전략에 더 공감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무엇보다 플스5에 내 취향의 작품이 많다. 하지만 게임 패스라는 플랫폼, 클라우드 기술, 제작사 인수로 소프트파워까지 갖춘 MS의 비전이 2020년이라는 이 시점에 더 어울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플스5와 엑박SX의 승부는 단순히 선호하는 기기를 넘어, 앞으로 콘솔 게임의 향방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일단 용돈을 열심히 모아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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