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영국 음식을 위한 변명

조회수 2019. 10. 2. 15: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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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신현호 : 여행, 음식, 그릇에 관심이 많은 푸드 칼럼니스트. 부업은 회사원.






영국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줄 레스토랑 3곳.


영국인 친구에게 런던에서 꼭 맛봐야 하는 영국의 전통 음식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치킨 티카 마살라(Chicken Tikka Masala)”라는 대답을 들었다. 사실 치킨 티카 마살라는 맛없는 영국 음식을 비꼬는 꽤 유명한 농담이다. 이 음식은 탄두리에 구운 치킨이 들어간 인도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 비하적 농담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영국 사람들에게 자국의 음식은 일종의 날씨 이야기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영국 사람의 영국 음식 이야기는 적당히 친한 (또는 적당히 친하지 않은) 사람과 공통의 화제를 찾는 사교 방식 중에 하나이다. 모두가 영국의 날씨를 불평하는 것처럼 모두가 영국 음식을 불평한다. 영국 사람들은 우울한 날씨를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부슬부슬 비 오는 날에는 투덜대고, 반짝 햇빛이 나는 날에는 기쁜 마음으로 볕을 즐긴다.


전통 요리로 좁혀서 이야기한다면 영국 음식은 일본이나 프랑스 퀴진 같이 섬세한 요리는 아닐 수 있다. 질긴 부위를 오랫동안 로스팅한 고기 요리는 거칠고 그레이비소스 없이는 먹기 힘들다. 정어리 파이처럼 미식의 관점으로도 미학의 관점으로도 잘 이해되지 않는 괴팍한 음식도 있다. 하지만 영국 음식은 모두 맛없는 것으로 쉽게 결론 내버리는 것은 게으른 범주화다. 특히 런던같은 대도시에서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다.


런던은 우중충한 날씨 같은 음식과 화창한 햇빛 같은 음식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런던에서 먹은 음식이 맛이 없었다면 그건 맛없는 곳에서 먹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현대적으로 해석된 영국의 전통 음식들과 펍 푸드(Pub Food)를 먹을 수 있는 개스트로펍,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에스닉 음식과 결합한 음식들, 국제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파인 다이닝 음식으로 더 맛있는 영국 음식을 만드려는 식당들을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



피쉬 앤 칩스(Fish & Chips) - 래핑 할리붓(The Laughing Halibut)

피쉬 앤 칩스는 맛없고 성의 없는 영국 음식의 대표로 꼽히지만 하나의 독립된 요리로 충분히 자격을 얻을만한 곳도 있다. 래핑 할리붓(The Laughing Halibut)의 피쉬 앤 칩스는 꽤 고급 어종으로 분류되는 대광어(Halibut)를 써서 두툼한 생선 살이 입안에서 부서지듯 부드럽게 씹힌다. 넙치 특유의 지방이 많은 지느러미 부위가 포함되어 있어 고소한 맛과 함께 촉촉한 느낌까지 준다. 이 집의 유일한 단점은 매장에서 맥주를 마실 수 없다는 것!


+ 위치 : 38 Strutton Ground, Westminster, London SW1P 2HR

+ 문의 : +44 20 7799 2844



개스트로펍 (Gastropub) - 르로이(Leroy)

르로이(Leroy)는 2018년에 문을 열자마자 바로 미슐랭의 별을 받았다. 그렇다고 다이닝 테이블에 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레스토랑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음식과 와인을 나누어 마시며 저녁 내내 왁자지껄 떠들며 즐기는 밝은 느낌의 펍에 더 가까운 분위기다. 그건 아마도 이 레스토랑이 위치한 쇼디치 (Shoreditch) 지역의 역동적인 매력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타파스보다는 크고 1인분으로는 조금 모자란 이 음식들은 어쩌면 정말 친구들과 연인과 나눠 먹기 위해 고안된 양처럼 느껴진다.


+위치 : 18 Phipp St, Hackney, London EC2A 4NU

+문의 : +44 20 7739 4443




파인 다이닝 - 더 그린하우스(The Greenhouse)

메이페어(Mayfair)의 고즈넉한 골목길 속에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그린하우스(Greenhouse)가 있다. 식당 이름처럼 푸른빛으로 가득한 정원을 지나 다이닝 룸으로 들어간다. 향이 있는 재료를 건조해 가루로 만든 다음 혀와 코를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런던의 레스토랑들은 보통 점심때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파인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메뉴를 준비 해놓고 있다. 그린하우스의 런치 메뉴는 45파운드, 와인 1/2병과 커피까지 포함해도 60파운드 정도다.


+위치 : 27A Hay's Mews, Mayfair, London W1J 5NY

+문의 : +44 20 7499 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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