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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디

플리스 재킷을 마련해 둘 타임이다

스트리트 패션과 친환경 소재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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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박세진 : 패션과 옷에 대해 쓰는 칼럼니스트, <패션 vs 패션>의 저자.




환절기와 겨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플리스는 1970년대 후반 미국 매사츄세스에 있는 ‘몰든 밀’이라는 공장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인조 퍼의 유행으로 합성 소재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많이 생겼는데, 어느덧 유행이 끝나가며 공장들이 실적 악화로 문을 닫기 시작한 시점이다.

신소재 개발을 위해 공장을 찾아온 건 ‘파타고니아’였다. 겉옷과 속옷 사이에서 보온을 담당하는 울의 기능적 대체품을 찾고 있던 파타고니아는 몰든 밀과 함께 가볍고 부드러우며 따뜻하고 튼튼하기까지 한 인조 섬유를 개발했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 새로운 섬유에 남미에 사는 설치류 친칠라의 이름을 따서 ‘신칠라(Synthetic Chinchilla, 합성 친칠라를 줄인 말이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몰든 밀의 CEO였던 아론 포이어스타인의 결정이다. 그는 이 실용적인 섬유가 더 많은 곳에서 더 저렴하게 생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특허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폴라 플리스는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요즘 마트에서도 저렴한 플리스 의류를 만날 수 있는 건 그런 결정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90년대에 일어난 큰 화재로 몰든 밀 공장은 불타버렸고, 2000년대 초반엔 경영 악화로 파산을 하게 되었다. 다른 기업이 인수한 후 지금은 폴라텍 플리스라는 이름으로 생산되는데, 아웃도어 브랜드 의류에서 종종 폴라텍 라벨을 발견할 수 있다. 요새는 워낙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기능의 플리스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성능과 품질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말하자면 ‘원조집’의 표시라 할 수 있다.

등산과 트래킹, 아웃도어의 옷으로 시작해 일상의 옷으로 퍼져 나가던 플리스는 스트리트 패션과 함께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슈프림은 노스페이스와의 협업으로 디날리 플리스 재킷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이미지 변신은 2010년 이후 고프코어, 어글리 패션 트렌드 때부터였다.

예전의 기준으로 보자면 플리스는 어떻게 봐도 못생긴 옷이다. 시크나 엣지 같은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로운 세대는 이 옷을 ‘멋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과 기준이 바뀐 거다. 이제는 패스트 패션 매장이나 한창 트렌디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그리고 파리와 밀라노의 패션 위크에서도 플리스 재킷을 볼 수 있다.


플리스의 부상에는 또 하나의 줄기가 있다. 바로 환경의 보호, 지속 가능한 패션이다. 합성 섬유가 친환경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만 파악할 문제가 아니다. 땅 속, 강, 바다 등 수많은 곳을 떠돌고 있는 페트병, 그물 등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걸 없앨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플리스다.


물론 페트병을 모아 또 다른 합성 소재 쓰레기를 만들 뿐이라면 이런 과정이 다 소용없을 것이다. 그러니 재활용 소재인 플리스를 구입하되 오랫동안 잘 입어야 한다. 다행히 플리스는 꽤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소재다.


다른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 소재는 세탁만 해도 미세 플라스틱을 잔뜩 배출한다. 사실 인간이 살기 위해 만들고 사용하는 것들이 환경에 완전히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줄일 수는 있다. 제품 라벨에 적혀 있는 지침을 충실히 따르며 꼭 필요한 세탁만 하면서 옷을 잘 관리하는 일은 분명 세상에 도움이 된다.

스트리트 패션과 친환경 패션이라는 시대의 힙한 키워드는 이렇게 플리스와 같은 재활용 합성 소재에서 교차하고 있다. 여전히 촉감이 낯설고 섬세하진 않지만 울이나 캐시미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다루기 쉬운 소재다. 인기 많은 제품들은 이미 매장에 출시되어 있거나 예약을 받고 있다. 올해의 흐름 중 하나는 기존 유명 제품을 100% 리사이클 플리스로 만든 옷들이다. 원하는 걸 입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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