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전통음식_이민자들이 만든 뉴욕의 시그니처 메뉴

조회수 2019. 8. 27. 14: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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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신현호 : 여행, 음식, 그릇에 관심이 많은 푸드 칼럼니스트. 부업은 회사원.


‘뉴욕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무엇입니까?’ 


뉴욕으로 여행을 오는 분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다. 사실 단순히 끼니를 때울 목적이라면 세상에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같은 건 없다. 적당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적당한 식당들이라면 뉴욕 어느 블록에나 있다. 이 질문은 ‘뉴욕의 맛집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과도 조금 다르다. 그럴듯한 해쉬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릴 핫 플레이스라면 이미 리스트는 차고도 넘친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매개로 그 도시를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들이다. 특정한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도시 특유의 분위기와 그 음식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맥락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에 대해 좋은 대답을 항상 준비 해놓고 싶다. 가장 일반적인 답은 그 나라의 전통음식을 추천하는 것이겠지만 대체 미국이 스스로 원조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통음식이 무엇인지 언뜻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며 그중에서도 뉴욕은 매일 800개의 언어가 사용되는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이다. 이런 도시의 정체성이 담긴 음식은 결국 이민자들의 음식인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더 자부심이 강한 뉴욕 피자와 유태인 이민자들의 빵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대서양에서 잡은 연어를 넣어 먹는 록스(lox), 무슬림 이민자들의 길거리 음식 할랄 가이즈의 치킨 오버 라이스 같은 음식이야말로 뉴욕이라는 도시의 본질에 조금 더 가닿은 음식들이다.


생강과 파로 볶은 랍스터(Ginger and Scallion Lobster)


맨하탄의 차이나타운은 거대한 중국을 몇 개의 블록 안에 욱여넣은 것 같은 모습이다. 초기에는 광동 출신의 이민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점점 각지의 출신들이 차이나타운에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100년이 넘은 홍콩식 딤섬집 바로 근처에서 매콤한 후난(湖南) 요리를 먹을 수 있고 바로 다음 블럭에는 훠궈집에서 마라샹궈나 촨촨샹같은 동시대의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뉴욕을 여행하는 사람이 꼭 먹어봤으면 하는 음식은 생강과 파로 볶은 랍스터(Ginger and Scallion Lobster) 요리이다. 홍콩이나 광동 지방에서 게와 같은 갑각류를 생강과 파로 조리하는 것은 흔한 메뉴이다. 하지만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대표적인 해산물 랍스터를 사용한다. 새롭게 터를 잡은 땅에서 난 산물에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음식이다.

그레잇 뉴욕 누들타운(Great NY Noodletown)

새벽 4시까지 영업해서 데이비드 창이나 앤서니 부르댕 같은 셰프들의 사랑을 받았던 식당이다. 랍스터 요리는 보통 메뉴판에 M.P. (시가)라고 쓰여 있어서 주문하기 조금 무섭지만 대체로 랍스터 1마리 기준으로 20-30달러 사이이다. 


+위치 : 28 Bowery, New York, NY 10013 

+문의 : +1 212-349-0923


블러디 메리와 함께 먹는 샥슈카(Shakshuka) 브런치


주말 오전 뉴욕 거리의 가장 흔한 풍경은 크고 작은 식당에서 사람들이 브런치를 먹는 모습이다. 간단한 계란 요리 또는 프렌치토스트와 과일, 미모사나 블러디 메리 같은 칵테일을 곁들여 가볍게 늦은 아침을 즐기는 한가로운 정경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숙취로 괴로워하면서 너무 헤비하지 않으면서 해장에 도움이 되는 계란 요리로 속풀이를 하고 너무 독하지 않은 칵테일을 해장술처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많은 뉴욕 사람들이 블러디 메리가 없는 브런치는 진정한 브런치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보드카에 토마토 주스, 우스터셔 소스와 핫 소스, 레몬과 라임즙을 넣어 만드는 블러디 메리는 뉴욕의 킹 콜 룸(King Cole Room)이라는 바에서 탄생한 칵테일이다. 재료만 들어서는 맛이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술맛이 강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얼큰한(?) 맛 때문에 정말 해장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샥슈카는 중동지방의 계란 요리이다. 토마토와 마늘 그리고 큐민 같은 향신료를 써서 블러디 메리와 잘 어울린다.

(위)사진출처: www.missadanyc.com



미스 에이다(Miss Ada)

샥슈카와 다양한 블러디 메리를 먹을 수 있는 브루클린의 이스라엘 식당.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포트그린 공원 근처라 정말 뉴요커들 사이에 섞여 브런치를 먹을 수 있다. 진정한 주말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전날 과음을 추천한다. 


+위치 : 184 Dekalb Ave, Brooklyn, NY 11205 

+문의 : +1 917-909-1023




뉴욕 스테이크(New York Steak)


소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드라이 에이징한 포터하우스(Porterhouse)를 브로일러로 터프하게 구워 내는 뉴욕 스타일의 스테이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다. 지금처럼 프렌치 스타일의 코스 요리로 구성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이런 스테이크 하우스는 오랫동안 뉴욕 사람들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꽃(Cote)

지난해 가장 주목을 많이 받았던 스테이크 하우스는 꽃(Cote)이라는 한국식 고깃집이었다. 뉴욕식 스테이크처럼 드라이 에이징한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한국식 그릴에 구워 낸다. 오픈한지 1년 만에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얻어내고 몇 주 전에 이미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0년 넘은 스테이크 하우스와 1년 밖에 되지 않은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가 나란히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 리스트에 있다는 것 자체가 뉴욕이 가진 개방성과 포용력을 보여준다. 


+위치 : 16 W 22nd St, New York, NY 10010 

+문의 : +1 212-401-7986

사진출처: https://delmonicos.com/gallery/



델모니코스(DELMONICO'S)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대표하는 스테이크 하우스로 피터 루거(Peter Luger)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가장 오래된 원조 스테이크 하우스의 영예는 델모니코스(DELMONICO'S)가 가지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19세기 초반 스위스에서 이민 온 델모니코 형제들에 의해 만들어진 레스토랑이다. 에그 베네딕트(Egg Benedict), 랍스터 뉴버그(Lobster Newberg), 맨하탄 클램 차우더 등 뉴욕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여기에서 태어났다. 


+위치 : 56 Beaver St, New York, NY 10004 

+문의 : +1 212-509-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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