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문구 브랜드를 가리기 위한 4강전_문구 올림픽

조회수 2019. 6. 10. 17: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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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문구 브랜드를 가리기 위한 4강전이 시작된다.

“지금 이곳은 하우디 배 문구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현장입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개성 강한 브랜드들이 장바구니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는 중입니다. 이미 최고 수준의 기능과 디자인을 인정받은 우승 후보들 가운데 여러분은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신중한 판단을 돕기 위해 이제부터 각 선수의 프로필을 꼼꼼하게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업무 스트레스를 필기구 쇼핑으로 푸는 문구 애호가라면 주목하세요.”


전통의 강자, 독일의 파버카스텔입니다. 창립자 카스파르 파버에 의해 브랜드가 설립된 게 무려 1761년의 일입니다. 노장 중에 노장인 셈이지요. 하지만 8대에 걸친 역사 동안 혁신을 거듭해온 덕분에 현재까지도 막강한 저력을 과시 중인 선수입니다. 클래식한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 탁월한 필기감 등 필기구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담백하게 집중한다는 점이야말로 흔들림 없는 인기의 비결일 겁니다. 안정적인 그립감의 볼펜이나 중후한 매력의 만년필도 훌륭하지만 파버카스텔 하면 역시 연필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깨끗한 종이 위에서 사각사각 심이 미끄러지는 소리는 문구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는 ASMR입니다.

기술 평가

파버카스텔의 UFO 퍼펙트 펜슬은 삼나무 연필과 알루미늄 소재의 연필깎이 겸용 보호캡으로 구성된 제품입니다. 이 보호캡이야말로 비밀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필 심이 부러지는 걸 막아줄 뿐 아니라 몽당연필 익스텐션으로도 활용 가능하거든요. 퍼펙트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예술 평가

이모션 볼펜 퓨어 블랙의 세련된 디자인도 주목할만합니다. 전체를 검은색으로 마감하면서 배럴에는 패턴을 조각해 입체감을 살렸어요. 클래식한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결코 고루해지지는 않는 파버카스텔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전통의 재해석, Craft Design Technology

일본도 문구 강국 중 하나죠. 2004년에 설립된 CDT는 발군의 기량으로 주목받는 선수입니다. 일본 공예의 전통에 대한 창의적인 재해석은 이 브랜드의 중요한 장기입니다. 에도 시대 복식에 사용된 사나다히모라는 띠에서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는 패턴을 따오고, 과거의 작업들을 참고해 제품의 컬러 팔레트를 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CDT의 문구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따뜻한 차를 마신 것처럼 차분해지는 기분입니다. 공예(craft)와 디자인(design), 그리고 기술(technology)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결과물입니다.

기술 평가

CDT는 하우디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플라스틱 닙 펜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환상의 팀워크에 높은 가산점을 줄만 합니다. 만년필보다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필기감은 유려한 제품이죠. 잉크를 균일하게 공급해 깔끔한 필체를 완성하고, 번짐 현상도 적습니다.


예술 평가

꼭 필요한 아이템들로 구성된 사무용 문구 세트는 세련된 일러스트레이션이 프린트된 푸른 보자기에 싸인 채로 제공됩니다. 선물의 품격을 기분 좋게 높여주는 패키징입니다.


미래를 위한 문구, YSTUDIO

흔하게 잃어버려도 부담 없이 다시 장만할 수 있는 물건 정도로 연필이나 볼펜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하지만 대만 타이베이의 구도심에 자리를 잡고 있는 디자인 컴퍼니 Y스튜디오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가치가 더욱 깊어지는 필기구를 만들고자 합니다. 펜슬, 볼펜, 만년필까지, 황동과 구리로 배럴을 주조한 견고한 제품들은 사용하는 동안 자연스러운 산화 과정을 거치며 아름답게 변색됩니다. 그래서 쓰면 쓸수록 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런 펜이라면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기술 평가

Y스튜디오의 제품들은 의외의 소재를 기용한 용병술의 승리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칠이 벗겨지고 색이 변하는 황동의 성질이 담백한 디자인에 극적인 효과를 더해주니까요. 딱 좋다 싶은 무게감과 유려한 필기감은 기본입니다.


예술 평가

제품도 제품이지만 패키징의 단정한 디자인 역시 인상적입니다. ‘말의 무게(The Weight Of Words)’라는 박스 위의 문구를 보면 글을 쓰기 전 문득 자세를 고쳐 잡게 됩니다.


변칙적 매력, E+M

또 하나의 독일 선수인 E+M입니다. 전통적인 목재 가공 기술을 독창적으로 응용한 필기구로 만만치 않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브랜드입니다. 직접 제품을 보시면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본연의 질감을 살린 원목 소재는 클래식한 느낌이지만, 제품의 형태는 독창적이고 현대적입니다. 물론 겉멋만을 위한 디자인은 아니에요. 안정적인 그립감을 고려해서 스마트하게 설계한 결과물입니다. 문구 컬렉터라면 E+M의 진열대는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울 겁니다.

기술 평가

우드 스타일러스 스마트 터치펜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몽당연필 연장용 홀더 끝에 고무를 장착해, 스마트 기기의 터치펜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위트가 곧 기술입니다.


예술 평가

다이아몬드의 형태를 본 떠 만들었다는 우드 볼펜은 E+M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탁월한 기능이 절묘하게 만난 제품이니까요. 배럴 한 면에 리드미컬한 패턴을 추가한 골든그래픽 월넛의 아이디어에는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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