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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하나가 아파트 한 채 가격

조회수 2020. 12. 3. 1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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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부동산이 전부는 아니다
출처: Sotheby's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스타 이름 10명을 대봐라’ 누구에게 이 질문을 던지더라도 10명 안에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이 들어갈 확률은 99%다. 마이클 조던. 황제라는 수식어 외에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조던은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기를 마지막 경기처럼 필사적으로 뛰었다. 90년대 시카고 불스 시절 조던 경기는 훗날 역사책에 기록돼야 할 정도로 위대했다. 관중들은 코트 위에서 날아다니는 조던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끓어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나이키는 조던의 잠재력을 믿고,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농구 선수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나이키는 1985년 조던이 NBA에 데뷔했을 때 그를 위해 농구화 조던1을 제작했다. 그 시기에 조던이 실제로 신었던 조던1이 최근 경매에 나왔다. 조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제품이었다. 이 운동화는 7억 원에 낙찰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신발로 기록됐다. 35년 전에 만들어진 중고신발 한 켤레가 수억 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에 혀를 내두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엔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도 희귀한 신발을 사는 사람이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해 수십 배 가격에 되파는 재테크는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재테크의 세계는 넓다. 주식과 부동산만이 전부가 아니다.





미술품 투자

그들만의 세상이 아닙니다

한국인 화가 그림 중 가장 비싼 작품은 김환기 화백의 ‘우주’다. 이 작품은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 원에 팔렸다. 한국 미술품이 경매에서 최초로 100억 원을 돌파한 순간이었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10위 가운데 9위(이중섭의 ‘소’)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작품은 모두 김환기 그림이다. 한국인 그림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소식을 들으며 많은 사람은 ‘국뽕’에 취했다. 하지만, 그림 한 점을 수십억, 수백억을 주고 사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이질감도 만만치 않다. 평범한 대다수 사람은 예술품 재테크는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긴다. 가끔 주말에 전시회를 찾아서 예술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부자가 아니더라도 그림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미술 투자가 주식, 부동산보다 안정적이고 수익률도 높다고 말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미술품은 김환기 화백 그림처럼 이미 수십억, 수백억 가치가 매겨진 작품이다. 평범한 사람이 그런 작품에 베팅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야를 넓혀보자. 아트테크(아트+재테크)가 꼭 부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한 해 동안 한국에서 거래되는 그림 중 대다수는 1천만 원 이하다. 신인 화가 작품은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에서 구매해 집에 걸어둘 수 있다. 100만 원 이하 작품도 수두룩하다. 물론, 재테크가 목적이라면 저렴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그림을 구매해선 안 된다. 작가의 재능과 작품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주식을 살 때 기업 실적을 분석하고, 집을 살 때 교통이나 학군을 분석하듯 말이다. 미국 거리 화가였던 장 미셸 바스키아 작품 ‘무제’는 2017년 1250억 원에 낙찰됐다. 33년 만에 값어치가 6000배 이상 뛰었다. 오늘날, 삼청동의 아담한 화랑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연 신진 작가가 30년, 40년 후에 제2의 바스키아, 김환기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酒테크

마시지 마세요, 쟁여두세요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보증을 잘못 서서 큰돈을 날리거나 다단계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 관한 사연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사람들을 유혹한 사람들은 보통 오래된 친구들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낭패 보기 딱 좋다. 하지만 술은? 술은 배신하지 않는다. 오래될수록 좋다. 정확히 말하면, 오래되고 희귀한 술일수록 비싸다. 작년 영국 소더비에서 위스키 한 병이 경매에 올랐다. 위스키 이름은 ‘맥캘란 파인앤레어 1926’이다. 1926년도에 증류해 60년간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다. 마릴린 먼로가 태어난 해에 탄생한 이 술은 23억 원에 낙찰됐다. 똑같은 술이 2009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6600만 원에 낙찰됐다. 10년 만에 가치가 수십 배가 올랐다. 강남아파트, 삼성전자 주식보다 뛰어난 수익률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일본 위스키가 몸값을 높이는 중이다. 산토리가 만든 위스키 야마자키가 그 주인공이다. ‘위스키 바이블’은 위스키 시장의 미슐랭 가이드북이다. ‘위스키 바이블’은 매년 최고의 위스키를 꼽는데, 2015년에는 ‘야마자키 셰리캐스크 2013’을 1위로 뽑았다. 이후 야마자키의 인기는 고공 행진했다. 2018년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야마자키 50년’은 3억 원에 낙찰됐다. 2011년에 150병 한정으로 생산된 술인데, 소매가격은 1천만 원이었다. 7년 만에 가격이 30배로 뛴 셈이다. 술 재테크 시장에 위스키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 1위 주류 기업인 구어저우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보다도 높다. 이 기업의 대표 술은 마오타이다. 이 술로만 1년에 약 10조 원을 벌어들인다. 마오타이 시리즈 대표 제품인 '페이톈’은 현재 약 40~5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마오타이도 위스키처럼 오래될수록 가격은 치솟는다. 30년이 넘은 마오타이가 경매에서 14억에 낙찰된 적도 있다.


식물 재테크

집콕하면서 용돈까지 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만 해도 몰랐다. 전염병 여파가 이렇게 길고, 깊게 전 세계를 뒤흔들 줄은. 사람들은 가급적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회사도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해외여행은커녕 주말 나들이조차 못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답답함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한 용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해결책을 찾는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 비법이 쏟아졌다. 식물 가꾸기도 그중 하나다. 꽃놀이 대신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배양토, 씨앗 등 홈가드닝 관련 아이템 매출이 급증하는 중이다. 식물 가꾸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마음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식물은 인간의 정서를 정돈 시켜 주고,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누군가는 식물로 돈을 벌기도 한다.


식물 재테크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품종은 다육식물이다.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기를 수 있고, 번식도 수월하다. 다육식물로 돈을 버는 메커니즘은 이렇다. 어린 다육식물을 분양받아 정성껏 기른다. 다육식물은 생장점이 잎에 있다. 다 자란 다육식물 잎을 떼어내 다른 화분에 옮겨 심는다. 한 개의 모종에서 번식 시켜 키운 여러 다육식물을 온라인 마켓을 통해 판매한다. 대표적인 식물거래 온라인 플랫폼은 ‘심폴’, ‘엑스플랜트’다. 개인이 취미로 집에서 식물을 키워 파는 일은 큰돈을 벌게 해주는 재테크는 아니다. 하지만, 식물 재테크처럼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며 용돈까지 챙길 기회는 별로 없다. 다른 재테크와 달리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적다. 정성껏 키운 다육이가 시장에서 안 팔리더라도, 당신은 그 식물과 함께하면서 무언가를 얻었을 테니까.



Writer 조성준: 경제신문 기자. 소소한 재테크에서 재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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