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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옷을 삽니다

‘친환경’ 아닌 ‘필환경’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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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지원: <그라치아> 패션 디렉터. 착한 패션라이프를 지향한다.

요즘 역주행 중인 영화 <컨테이젼>은 기네스 펠트로가 등장 10분 만에 신종 전염병에 감염되어 죽는, 그야말로 설정부터 무자비한 영화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숲을 개발하는 바람에 삶의 터전을 잃은 박쥐, 그들이 떨어트린 바나나를 먹은 돼지, 그리고 이로 인한 바이러스로 죽어가는 인류의 이야기는 고작 영화 내용일 뿐인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초유의 팬데믹을 겪고 있는 현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영화처럼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대재앙을 얻은 우리의 삶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지금부터라도 친환경, 아니 환경을 필수로 생각하는 ‘필(必)환경’적인 태도로 산다면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붉게 물든 하늘과 범람하는 파도, 깊이와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물결. 지구의 마지막 날을 연출한 듯한 드라마틱한 무대로 화제를 모은 2020 F/W 발렌시아가 컬렉션의 런웨이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간 석유 사업 다음으로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 손꼽혀온 패션계에서 역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의미 있는 움직임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2020년 패션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지속가능성’인 이유다. 가장 최신 트렌드를 보여주는 2020 F/W 패션위크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두드러졌다.

말, 소, 여우 등 귀여운 동물탈을 쓴 모델들을 2020 F/W 컬렉션 캣워크에 등장시킨 친환경 패션의 대모 스텔라 맥카트니.



먼저 2001년부터 No Leather’, ‘No Feather’, ‘No Fur’를 지향하고 있는 스텔라 맥카트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아예 PVC까지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만든 비건 가죽 백과 부츠, 비동물성 양가죽과 시어링, 100% 생분해되는 데님 소재 등으로 만든 길고 커다란 실루엣의 코트와 팬츠 슈트를 선보이며 친환경 소재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무대 장치 중 일부를 친환경 사회 조성에 앞장서는 협회에 기부하고 벤치를 재활용하는 등 지속 가능성에 동참한 라코스테.



라코스테는 컬렉션에서 무대 장치로 사용된 칩보드를 친환경 사회 조성에 앞장서는 프랑스 협회인 'La Reserve des Arts'에 기부하고 벤치를 재활용하는 등 지속 가능성에 동참했다. 그런가 하면 꾸준히 환경 메시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마린 세르는 경각심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의 끝에는 세계 종말이 있다는 전제하에 그때 살아남기 위한 ‘퓨처 서바이벌’에 대한 룩을 선보인 것인데, 재활용 소파 천이나 커튼 등을 활용해 특유의 미래적인 포크 룩을 만들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도 지속가능성에 동참했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레플리카 의상을 리사이클 하는, 즉 과거의 의류를 재활용해 새로운 옷을 탄생시키는 ‘레시클라’ 시리즈를 선보인 것이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재생 울과 데님, 오가닉 코튼과 나일론, 리사이클링 충전재를 사용한 컬렉션을 소개했다. 리사이클링 소재로 다양한 텍스타일 플레이를 펼친 런던의 신진 디자이너 매티 보반도 영원히 지속되는 옷에 대한 고민을 보여줬다.

프라다가 유네스코와 협업해 ‘Sea Beyond’ 프로젝트를진행한다.



패션위크 밖에서도 많은 브랜드가 ‘필환경’을 위해 애쓴다. 최근 유네스코와 해양 보호 관련 협약을 맺은 프라다가 제법 진지하다. ‘Sea Beyond’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으로, 몇 달간 세계 10개국 도시 고등학교에서 해양 보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낚시 그물과 방직용 섬유 폐기물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생 나일론 소재로 만든 에코닐을 개발해 옷을 만든 ‘리나일론’ 프로젝트 역시 펼친 바 있다. 프라다를 상징하던 나일론 제품은 2021년 말까지 서서히 생산을 중단해갈 예정이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옥수수 등 유기 섬유 소재와 첨단 소재에서 얻은 실로 만드는 지속가능성 캡슐 컬렉션 ‘42 Degrees’를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출시할 예정이고, 멀버리는 식품 생산 과정에서 남은 가죽을 탄소 중립 공장에서 ‘포토벨로’ 백으로 만들어 세상 밖에 내놓았다. 제품 디자인과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약을 담아 멀버리 그린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히며 ‘책임 있는 컬렉션’을 론칭한 매치스패션, ‘모든 패션 촬영에 여행을 최소화할 것, 최대한 자연광을 활용할 것, 촬영 현장에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며 작은 움직임을 강조한 네타포르테 역시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해 나가는 중이다.



폐소재를 재활용하는 것으로 친환경을 실천하는 브랜드 시랜드기어. 내구성이 좋은 소재가 특징으로, 산과 바다 등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눈여겨볼 만한 제품이 많다.

일찍이 지속가능성을 염두해 온 이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에코 백 브랜드 바꾸. 귀여운 프린트, 휴대성, 튼튼한 소재를 모두 갖춘 에코백을 찾기란 은근히 어려운 일이라, 바꾸의 에코백은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조금 더 쉽게 접근 가능한 친환경 아이템도 많다. H&M이 선보이는 오가닉 코튼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애슬레저 룩, 버려진 면섬유를 재활용하는 리피브라 기법으로 만든 리바이스의 데님이 그 예다. 아웃도어를 즐기며 자연과 각별한 사이인 이들이라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서퍼가 만든 브랜드 시랜드 기어 역시 주목할 만하다. 폐텐트와 버려진 낙하산, 보트 천 등을 재활용한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 튼튼하고 방수 기능이 뛰어나 야외 활동하기에 훌륭하다. 2007년 브룩클린에서 탄생한 친환경 브랜드 바쿠 역시 이들과 결을 같이 한다. 일회용 비닐 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립스탑 나일론 소재의 에코백은 환경을 생각해온 바쿠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오늘부터라도 늘 매고 다니는 가방, 입고 다니는 청바지 한 점을 고를 때마다 환경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이 미시적인 행동이 모여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잠재우고 나아가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해피엔딩을 가져올 것이라 믿으면서. 당연한 말이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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