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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패션이란?

조회수 2019. 4. 9. 13: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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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말하다


Writer 박세진 : 패션과 옷에 대해 쓰는 칼럼니스트. <패션 vs 패션>의 저자.

패션, 그러니까 굳이 특정한 옷을 선택해서 입는 건 크게 두 가지 방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즉 외부로 향하든가, 아니면 내부로 향하든가다. 외부로 향하는 건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다. 격식이나 예절도 있고 또 성공했다든가 스타일리시한 사람으로 보이겠다든가 하는 것도 있겠다. 내부로 향하는 경우는 예컨대 자신의 삶과 일치하는 것이고 자기만족이다. 



패션의 역사는 그 시작부터 일단 외부로 향하는 줄기를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주변에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리는 시그널이고 비슷한 계층의 부류의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방향은 내부로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아주 급격하게 자기중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큰 이유 중 하나는 패셔너블함을 주도하는 세력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그래픽 디자이너, 힙합 뮤지션, 성공한 IT 기업인, 젊은 예술가들과 모험가들. 많은 이들이 성별과 인종, 다양한 출신 문화권 등 기존의 벽을 깨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에게는 포멀한 슈트와 드레스 같은 과거의 형식성이 더 이상 성공이나 성장의 지표가 아니다. 


패션 역시 세상의 다양함에 부응해 소화해 내는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발렌시아가의 뚱뚱한 스니커즈, 구찌의 요란한 데님 재킷, 루이 비통의 투명 비닐 보스턴 백, 후드와 티셔츠 등등 모든 편하고 익숙한 옷들이 하이패션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파타고니아와 노스페이스, 챔피언처럼 정말 오랫동안 캣워크가 아니라 실제 거리와 산에 있던 옷들이 새삼 패션으로 주목받는다.

결국 이렇게 누군가 만날 때 특별히 차려입던 옷과 그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동료를 만나거나 일을 하면서 입는 옷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패셔너블 함, 드레시 함에 대한 기존의 기준과 생각을 바꿔놓고 있다. 

특히나 ‘적극적으로 못생긴’ 옷들은 그저 착장과 외형 만으로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태도의 발산이기도 하다. 타인이 어떤 사정으로 저렇게 옷을 입고 있는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뭘 입든 타인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건 이해를 하고 말고의 영역이 아니고, 서로 받아들이며 공존하는 거다.

이런 패션의 흐름은 이제 더 이상 쉼 없이 흐르는 트렌드를 힘겹게 쫓아가거나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무엇이 가치 있는가는 다들 다르고 각자 다른 환경, 각자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속에서 옷 역시 그걸 따라가야 한다.



즉 집중해야 하고 탐구해야 할 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어떤 몸 상태일 때 가장 건강한지를 파악해 그걸 유지해 나가고, 어떤 옷을 입고 있을 때 가장 편하고 즐겁고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야 한다. 이 모든 게 합쳐져 자신이 바로 자신으로 서 있을 때가 가장 패셔너블한 법이 아닐까. 멋도 모르고 남의 옷과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타인의 기준을 가져다 대는 게 그 무엇보다 촌티 나는 행위가 된, 그런 시대다.






사진 출처 : 공식 홈페이지,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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