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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나영석이 만든 밤에

조회수 2020. 3. 5. 13: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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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의 새로운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 는 유튜브 시대의 시청자들을 겨냥한다. 이 남자의 성공은 계속 이어질까?
출처: 매일경제

나영석 피디(이하 나영석)가 <꽃보다 할배>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13년. 기자였던 나는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tvN 사무실로 향했었다. 아직 기억나는 건 사무실에 붙어 있던 대자보의 짧고 비장했던 문구다. ‘5% 5개, 3% 3개, 100억 달성.’ 당시 tvN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채널을 대표할 만한 히트작이 급했던 tvN은 KBS에서 나영석이라는 스타 피디를 영입했다. 나영석이 준비했던 건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여행 예능. 사실 tvN 같은 젊은 채널에서 시도하기에는 리스크가 큰 기획이었다. 게다가 tvN은 한시바삐 채널을 대표할 수 있는 대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나영석은 알고 있었다. 이적 초기가 아니면, 이런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없을 거란 걸. 인터뷰에서 나영석은 이렇게 말했었다.

“<꽃보다 할배>는 모두가 걱정했던 기획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적하자마자 하겠다니 차마 차마 하지 말라고는 못하고, 얼마나 망하는지 지켜보자는 느낌이었죠.”



모두의 의심 속에서 시작된 <꽃보다 할배>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대성공을 거둔다. 이후 나영석의 행보에는 탄력이 붙었다. 시골집에서 밥 해먹는 프로그램(삼시세끼), 엘리트들이 쉽게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알쓸신잡), 그야말로 작정하고 웃기려 드는 프로그램(신서유기)까지.


하지만 이 연속된 성공을 잘 살펴보면 나영석이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온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요컨대 그는 굉장히 도전적인 사람에 가깝다. 항상 같은 출연진만 나오지 않냐고? 이서진과 이승기 지겹다고? 그건 시청률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에 가깝다. 어쨌든 직장인으로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는 없는 거니까.


나영석의 계속 되는 플랫폼 도전

나영석의 도전적인 기질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면은 플랫폼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다. 나영석은 지난 2015년 이미 네이버 티비를 통해 짧은 스낵 비디오 형식의 <신서유기>를 제작했다. 나영석 같은 스타 피디가 참여했다는 것도 이목을 끌었지만, 실제로 <신서유기>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실험은 차후 예능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신서유기>의 성공 이후 나영석은 단순히 대기업에 소속된 스타 피디가 아닌, 독립적인 제작 체계를 갖춘다. 본인이 직접 독립하는 대신 자신의 소울 메이트라 할 수 있는 이우정 작가가 지난 2018년 ‘에그 이즈 커밍’이라는 이름의 외주제작사를 차렸다. 이후 나영석의 예능은 계속 에그 이즈 커밍과의 협업 형태가 되고 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예리함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해에는 별도의 유튜브 채널 ‘십오야’도 오픈했다.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와 '라면 끼리는 남자’는 방송을 통해서는 약 5분 정도만 공개하고, 풀 영상은 유튜브에서 공개한다. 말하자면 방송이 미끼, 유튜브가 본진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라끼남의 방송 시청률은 4%대를 유지하고 있고, 유튜브에 올라간 27개 영상의 편당 평균 조회수는 130만 회에 이른다.


시청자가 변하면 제작진도 달라져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지금 가장 강력한 플랫폼은 유튜브다. 유튜브는 대체로 짧은 플레이 타임,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이런 시대에 TV 예능의 공식 같았던 ‘60분 방송’은 꽤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60분을 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야 하는 것도 힘들지만, 60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시청자도 점점 줄어간다. 이는 젊은 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의 분석에 따르면 유튜브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계층은 뜻밖에 50대 이상의 노년층이다. 짧은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숏폼 형식은 이미 세대를 뛰어넘고 있다는 증거다. 시청자의 성향이 변했다면, 만드는 이의 마음가짐도 변해야 한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그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독립적인 코너를 짧게 짧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지루할 틈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서진은 뉴욕에 갔고, 이승기는 삶의 공장을 체험한다. 박지윤과 한준희는 스포츠 키드들을 관찰하고 은지원과 송민호, 장도연은 미술을 배운다. 스낵 영상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다.


하지만 <금요일, 금요일 밤에>가 2화까지 공개된 지금,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1, 2화 시청률은 각 2.9%, 2.8%. 나영석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총출연했지만 아주 재미있다는 느낌도 없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오마주한 포맷은 너무 올드 스쿨이고, 그간 나영석 예능의 포인트였던 캐릭터 게임도 없다. 많은 출연자들이 서로 치고 박으면서 생기는 시너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시청률 부진은 그 자신도 어느 정도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실망은 이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의 코너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방향을 틀 수 있다. 60분짜리 프로그램의 방향을 트는 건 힘들지만, 10분짜리 프로그램은 쉽게 바꿀 수 있다. SNL 류의 콩트가 들어갈 수도, 톱스타의 10분짜리 인터뷰가 들어갈 수도 있다. 말하자면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는 패가 많다는 것이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건 나영석 예능의 세계관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함께 밥 먹고, 여행하고, 웃고 떠드는 공동체적 정서. 이는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언제든 건드릴 수 있다. 물론 좋은 기획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두고 벌써 나영석의 위기라거나, 한계가 왔다는 식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7년 전의 인터뷰에서 나영석은 이렇게 얘기했었다.

"전 뭐가 어찌 될 줄 모르는 상황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아요. 피디로서도 시청률 예측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재미를 느끼거든요. 혼자 뒤에서 마음 졸이면서 볼 때가 가장 흥분돼요.”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 동시에 가장 즐거운 사람은 나영석 본인 아닐까. 그는 어떤 반전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까.


나영석 + 로우로우 라이프 라인 백팩


여행과 나영석은 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서도 나영석은 이서진과 뉴욕에 갔다가, 이승기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다. 여행의 가장 좋은 동반자는 튼튼한 백팩이다. 로우로우의 이 백팩은 NASA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군용 제품에 주로 쓰이는 ROBIC 원단을 사용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무게도 가볍다. 우주비행사와 우주선을 서로 연결하는 라이프 라인을 응용한 디테일도 귀엽다. 나영석이 언젠가 우주 예능을 찍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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