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도둑고양이? 길고양이? 내가 뭘했다고 도둑이란거야?

조회수 2018. 10. 16. 14: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샅샅이 파헤쳐본 '도둑고양이'의 유래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것을 말하더라도 표현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고양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주인이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며 살아가는 고양이들 말이죠.


뭐라고 부르시나요?


최근에는 '길고양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부르고 계신가요. 도둑고양이? 야생고양이? 도적고양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사람이 모여 사는 곳 곁에서 고양이가 살던 건 오래된 이야기인데, 이런 이름들은 언제 생겨났을까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길고양이'라는 단어가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많이 쓰고 있지만 정식 표준어는 아니란 뜻이에요. 그럼 다른 단어들은 어떨까요?

'도둑고양이'는  '사람이 기르거나 돌보지 않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도적고양이'와 동의어군요. 이름은 도둑이지만 딱히 도둑질과는 관련이 없는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길가에 있는 고양이의 정식 명칭은 도둑고양이로군요. 어감은 좋지 않지만요.


그럼, 사전적 의미대로 '길고양이' 대신 '도둑고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맞을까요? 말이란 것은 살아있어서 시대가 변하면서 계속 변해갑니다. 도둑고양이란 말도 시대에 맞춰 등록되었을 뿐이라면, 길고양이도 곧 등록될 단어일뿐 틀린 단어는 아닐지도 모르죠.

사람들이 길가의 고양이를 뭐라 불러왔는지 전부 확인할 수는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찾아볼 계획입니다. 바로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신문을 살펴보고 우리가 찾는 단어가 등장하는 시기를 알아보는 것이죠.

1920년부터 1999년까지 신문을 검색한 결과 1938년7월15일 발행된 동아일보 소설면에서 '도둑고양이'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정식 기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78년 10월 13일 발행된 동아일보 사회면을 통해서죠. 당시 범죄가 많은 지역을 취재한 기자는 동네 도둑들을 도둑고양이에 비유했습니다. 도둑고양이의 사전적 의미에 무언가를 훔친다는 뜻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 이후, '도둑고양이'라는 표현은 1999년까지 꾸준한 사용 횟수를 유지하며 신문기사에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도적고양이는 어떨까요? '도적고양이'의 흔적은 1929년 6월 12일자 동아일보에 등장합니다. 도적고양이가 도둑고양이보다는 예전에 쓰였던 말인가 봅니다. 그래서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이겠지요?

이후 도적고양이는 간간히 등장합니다만, 1940년 이후 신문에서는 완전히 종적을 감춥니다. 이후로는 쭉 도둑고양이가 쓰이죠. 딱히 나쁜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도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미안했을까요?

마지막으로 길고양이는 어떨까요? 예전 기사 검색에서는 1999년까지 길고양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럼 이 단어는 어디서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요?

200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인터넷에 발행된 뉴스를 검색해보니 '길고양이'는 17,700여 건, 같은 시기 '도둑고양이'는 약 3,530건이 검색됩니다. 길고양이 사용 빈도가 약 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보이는군요.

발행연도를 조금 더 세분화해서 검색해보죠.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길고양이'는 273건으로 그 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반면 도둑고양이는 616건이 검색되는데요.

2011년 1월부터 2018년 10월 12일까지, 길고양이는 약 17,400여 건의 기사가 검색되는 반면, 도둑고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사는 약 2,900건에 불과했습니다.

내용을 정리해볼까요? 검색을 통해 알아본 고양이 명칭은 1920년부터 1940년까지 '도적고양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1999년까지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표현되어 왔지요.


하지만 2000년 이후 길고양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등장하고, 도둑고양이라는 표현은 빠르게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길고양이라는 단어에 훨씬 익숙해졌다는 뜻이겠죠?

앞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만, 2000년 이후 길고양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고양이에 관련된 기사가 큰폭으로 늘었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우리들은 과거 도둑고양이라 표현되었던 방랑고양이들의 명칭이 길고양이로 완전히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비록 사전에는 없는 단어지만 말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국립국어원은 홈페이지에서 향후 발간 될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에 도둑고양이와 구별하여 '길고양이'단어를 등록할 계획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우리말 샘'에는 길고양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도둑고양이와 길고양이 모두를 찾아볼 수 있는데, 어쩐지 길고양이는 버림받은 고양이, 도둑고양이는 사람이 기르지 않는 고양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가 뭔가 더 불쌍한 뜻을 가지고 있네요.


길거리를 거니는 고양이를 뭐라 부르고 계신가요? 도둑고양이란 이름은 실제 처지나 행동에 상관없이 도둑이란 부정적 단어를 쓰고 있는만큼, 길고양이라는 명칭을 사용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