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령 안락사 명단에 있던 꽃지 구조 이야기

조회수 2020. 12. 28.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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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은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수많은 유기견들이 주인의 버림을 받거나 잃어버려 입소하곤 합니다.


다행히 주인이 잃어버린 경우에는 대부분 다 찾아가지만, 버림받은 유기견의 경우에는 공고 기간 1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도 없어 안락사 명단에 오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안락사 명단에 오르는 유기견들은 의외로 나이가 많은 경우보다 오히려 나이가 1살 채 안 되는 어린 유기견들이 많습니다.

오늘 제가 사연을 소개할 꽃지도 생후 6개월의 어린 강아지 때 보호소에 입소한 채 공고 기간이 다 지나도록 아무런 문의가 없어서 안락사 명단에 올랐던 유기견이었습니다.


꽃지가 동구협 보호소에 입소했던 5월 4일에는 추정 나이 6개월령이었습니다. 아직도 작고 어린 강아지였죠.


당시 팅커벨 프로젝트에서는 늘 하는 것처럼 보호소의 안락사 명단에 대기 중인 유기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보호소를 찾았고, 꽃지가 입소 후 한 달이 다 돼가며 안락사 명단에 올랐던 6월 2일에 세 아이의 생명을 살려서 나왔습니다.


팅커벨 회원들은 구해온 아이의 이름을 추천하여 투표로 결정을 하는데, 이번에 구해온 세 아이의 이름은 해수욕장 이름을 따서 추천했습니다.

그래서 정한 이름이 꽃지 (믹스견, 구조 당시 7개월, 사람 좋아함),

몽돌 (믹스견, 구조당시 1살 추정, 사람 좋아함),

파도 (말티즈, 구조 당시 3살 추정) 였습니다.

다른 두 아이는 성장이 다 된 성견인 데 비해 그중 꽃지는 아직 어린 강아지라 입소 당시에는 3.7kg의 작은 강아지였는데 막상 한 달이 지나 데려오려고 하니 6.0kg으로 많이 컸습니다.


꽃지는 딱 한 사람의 입양 문의가 있었는데요. 막상 “공고번호 00번 아이는 더 클 것 같습니다.”라는 보호소 입양 담당자의 말에 다들 포기를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대형견으로 클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입양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우리 팅커벨 마져 이 아이가 대형견으로 클 것이라고 해서 포기를 한다면 안락사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두말없이 꽃지를 구해오게 됐습니다.


꽃지는 구조 후 협력동물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고, 예방 접종이 하나도 안 된 아이라 1차 접종부터 5차 접종까지 맞게 됐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꽃지는 한 달에 2~3kg씩 부쩍부쩍 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구조 후에는 실내인 서울 화곡동의 팅커벨 입양센터에 입소했으나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고,


다른 아이들보다 덩치가 많이 커지자 입양센터 내 관리가 힘들어져서 경기도 양주에 있는 뚱아저씨 집으로 오게 됐습니다.

마침 뚱아저씨 집에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구조해서 7개월을 돌보다가 직전에 캐나다 토론토의 팅커벨 회원 아그네스님 댁으로 입양간 모리의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마당에서 함께 지내는 흰순이, 벤지, 도담이, 꽃지, 순돌이

그렇게 뚱아저씨 집으로 온 꽃지는 자기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이모, 삼촌인 흰순이, 도담이, 순돌이, 벤지, 장군이와 같은 마당에서 지냈습니다. 


늘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뚱아저씨네 마당 아이들은 어린 꽃지를 배척하지 않고 친하게 잘 지냈습니다.


그중에서는 2014년 시흥 옥구공원에서 구조한 벤지가 꽃지를 가장 잘 보살펴줬습니다.

처음 뚱아저씨 집에 올 때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작았던 꽃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무척 빠른 속도로 다른 아이들의 체격을 따라잡았습니다.


7월에 11.2kg, 8월에 14kg, 9월에 16.3kg, 10월에 18.3kg, 11월에 20.7kg더니 12월 들어서 22kg이 훌쩍 넘었습니다.

꽃지가 뚱아저씨 집에서 계속 산다면 크는 것은 문제가 안 되는데 이렇게 체격이 커지면 국내 여건상 입양을 보내기가 참 어렵기에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마당에서 지내는 다른 아이들은 다들 5살~10살까지 나이가 있는 아이들이라 뚱아저씨집이 자기 집으로 생각하고 지내지만


아직 1살이 채 안 돼 나이가 어린 꽃지만큼은 한 주인의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매일 산책도 하며 지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기회에 꽃지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언론사를 통해 꽃지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그것을 본 경기도 이천에 사는 전원주택에 사시는 분이 꽃지를 입양하겠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마당 넓은 전원주택에 사는 반려견을 가족처럼 대하는 집에 대형 유기견을 입양 보내는 것은 아마도 모든 동물보호단체의 꿈일 것입니다. 마침 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세 가족이 사는 꽃지 입양신청자댁에서는 꽃지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며 양주에 있는 뚱아저씨 집으로 찾아오셨습니다. 그러니 더욱 신뢰가 가는 것입니다.


수많은 아이들을 입양 보내다 보면 입양자가 아이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입양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심한 경우 어떤 아이들은 입양을 하려고 오는 신청자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그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그 댁으로 입양을 안 보내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댁으로 입양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날 꽃지는 집으로 찾아온 입양신청자를 마치 오래전부터 자기를 돌봐온 주인을 따르듯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옆에서 지켜본 제가 질투(?)가 날 정도였어요.


얼마나 좋아하고 잘 따르는지 입양신청자 댁에서도 꽃지를 한눈에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꽃지는 경기도 이천의 전원주택에 사는 입양신청자댁으로 입양을 가게 됐습니다.


입양을 떠나보내는 날 꽃지가 서운한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바닥에 바짝 누워서 안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꽃지에게 “꽃지야, 이제 너는 좋은 집으로 가는 거야. 저번에 오셨던 그 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 있지? 그 집에 가면 너는 사랑 듬뿍 받으면서 지낼 거야. 그러니 일어나자” 라고 살살 달래면서 꽃지를 차에 태웠습니다.

경기도 이천 입양자댁에 도착한 꽃지는 언제 바닥에 누워서 안 갈려고 그랬냐는 듯이 마당을 뛰어다니며 좋아하고, 입양자댁 할머니께서 쓰담쓰담 해주니까 너무너무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뚱아저씨는 “그래. 이젠 됐다. 꽃지야, 여기가 이제 너희 집이니까 사랑 듬뿍 받으면서 잘 살아라 ~”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할머니.

입양자댁에서는 손재주가 좋으신 할아머지가 꽃지 하우스를 새로 지어주고, 꽂지 언니가 직접 문패를 만들어 달아주고는 꽃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꽃지가 입양 간 지 이제 일주일이 됐네요.


꽃지 입양자는 팅커벨 프로젝트 카페에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는 꽃지의 입양일기를 올려주고, 팅커벨 회원들은 그런 꽃지를 축하하며 덧글로 응원과 축하의 덕담을 보냈습니다.


꽃지가 떠난 뚱아저씨네 마당에는 흰순이, 순돌이, 벤지, 도담이, 장군이 이렇게 다섯 아이나 있지만 그래도 꽃지의 빈자리가 휑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던 꽃지였기에 더욱 그럴 겁니다.

그래도 꽃지는 정말 잘됐습니다. 이제 한 가족의 온전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낼 꽃지의 앞날에 늘 행복이 가득하길 빕니다.


“꽃지야, 나 뚱아저씨야. 우리 꽃지가 이천 언니 댁으로 입양 간지 일주일이 지났네? 그동안 나 잊지 않고 있지? 아냐.. 잊어도 괜찮아.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 언니 사랑 듬뿍 받으면서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나는 그걸로 족해. 우리 꽃지 많이많이 사랑해 ~ ” 


P.S. 아 참.. 꽃지와 같은 날 구조한 몽돌이와 파도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시죠? 두 아이는 모두 좋은 가족에게 입양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꽃지와의 마지막 추억. 집 근처 마장호수 산책길 포토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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