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덤불 속에 버려진 포근이, 햇살이 이야기

조회수 2020. 5. 12. 1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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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가시덤불 속에 버려진 포근이와 햇살이


몇 해 전 겨울이었습니다. 그날은 마치 살을 에는 것처럼 몹시 추웠는데 팅커벨의 구조요청 게시판에 한 통의 제보가 왔습니다.


서울 은평구 수색에서 서오릉으로 가는 도로에 빈 공터가 가시덤불 숲을 이룬 곳이 있는데 그곳에 말티즈 강아지 두 마리가 버려져 있다고 합니다. 제보 사진을 보니 그곳은 아파트 공사장 부지였던 듯 철조망으로 구획이 되어 있었고 흰색털이 바랜 작은 말티즈 강아지 두 마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추운 겨울에 가심덤불 속에 버려진 두 마리 말티즈 강아지.


요즘은 초여름처럼 덥지만 그날은 며칠째 계속 강추위가 몰아쳤고, 아마도 그곳에 버려진 말티즈 강아지가 가여웠는지 어떤 분이 밥그릇에 챙겨 주신 물에 말은 밥은 땡땡 얼어서 도저히 먹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 길을 매일 지나다니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사업에 번번이 실패해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연수받고 있던 분이셨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누구를 돌볼 여유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버려진 두 마리의 말티즈 강아지가 가엾은 모습으로 있는 것을 차마 그냥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색에서 서오릉 가는 빈 공터의 가시덤불에 버려진 말티즈 강아지를 구해주세요”


40대의 그 남자는 자신의 형편이 어려운 처지인지라 그 강아지들을 직접 거두어 키울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도움을 청해서 그 강아지가 그 추운 겨울에 굶주려 얼어 죽는 것만큼은 막아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인터넷의 어느 사이트에 올려졌던 소식은 우리 팅커벨 프로젝트에게도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그글을 우리 팅커벨 회원 중에 한 분이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져 있던 글을 펌해서 소식을 전해온 것이었어요.


팅커벨 회원들은 너무도 가엾은 그 강아지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야지에 있는 강아지는 잡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것은 여러 마리 강아지의 구조 경험이 있는 뚱아저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서 포획을 무사히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가시덤불 숲이라는데.


하지만 그 두 말티즈 강아지들을 그대로 두었다간 이 추위에 굶어서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른 회원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일단 조용히 가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포획에 성공하면 그때 얘기를 할 요량이었죠.


그 소식을 처음 전했던 버스 운전기사 연수를 하시던 분께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차가 지나다니는 길이긴 했지만 외져서 사람들의 내왕은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실제 현장에 가서 발견한 두 강아지


그 와중에 땡땡 얼은 누룽밥은 누가 가져다주셨는지,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얼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사료도 한 줌쯤 있었습니다.


제보자인 버스 운전기사 연수하시는 분과 둘이서 상의를 해서 이 강아지들을 무사히 포획하기로 했습니다. 양쪽을 하나씩 맡아서 서서히 접근했습니다. 다행히 강아지 한 마리는 크게 어렵지 않게 순순히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포획한 한 아이.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또 한 강아지.


준비해간 이동장에 그 강아지를 넣고 다른 한 녀석을 잡으려고 했는데 가시덤불 숲으로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놔둘 수 없어 입고 간 점퍼가 다 찢어지고 손등도 가시덤불에 긁혀 상처가 났지만 그 강아지를 구석으로 몰았습니다. 그리고는 점퍼를 벗어서 확 던져서 다른 한 강아지까지 무사히 포획을 했습니다.


옷은 다 찢어지고, 손등은 여기저기 긁혔지만 두 강아지를 무사히 구조했다는 기쁨에 그런 것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팅커벨 회원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오릉 가는 길 가시덤불 숲에 있는 말티즈 강아지 두 아이 무사히 잡았습니다. ”


이 소식을 전하자 팅커벨 회원들은 모두 너무도 기뻐했습니다. 다들 내 일처럼 기뻐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협력동물병원에 도착해서 서로를 의지하는 두 강아지.


그렇게 해서 구조한 두 강아지를 데리고 팅커벨 프로젝트의 협력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건강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언제 버려졌는지 모르지만 모색이 마치 누더기처럼 새까맣게 된 두 강아지가 그 와중에도 동물병원의 병실에 둘이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너무 추운 날 구조했던 두 말티즈 강아지에게는 ‘포근이’ ‘햇살이’라는 따뜻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렇게 포근이와 햇살이는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미용 마치고 뚱아저씨 집에 온 포근이와 햇살이 그때는 팅커벨 입양센터가 아직 설립되기 전이라 포근이와 햇살이는 뚱아저씨 집에 며칠 있다가 팅커벨 회원댁에 가정임보를 하게 됐습니다.

임보 가정에서 잘 지내고 있던 포근이와 햇살이


그렇게 임보 가정에서 잘 지내던 포근이와 햇살이는 얼마 지난 후 그 두 강아지의 몸 안에 잠복해있던 홍역균이 발병되었습니다. 홍역은 걸렸다하면 치사율이 높은 강아지들에게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그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며 두 녀석이 서로 의지하며 겨우 생존했는데, 이렇게 홍역으로 무참히 죽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협력병원 원장님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세요. 병원비는 얼마가 들던지 살려만 주세요. ”라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두 강아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보고 싶었습니다.


홍역은 전염성이 강해 동물병원에서도 입원 치료를 꺼리는 병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협력병원 원장님께서 특별 격리실을 만들어서 그곳에 원장님만이 출입을 하면서 두 강아지를 항혈청주사를 맞춰가며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홍역에 걸린 두 녀석은 눈에 심하게 눈곱이 끼고, 식욕이 없었습니다. 먹지를 않고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몸 안에 급격히 폐혈증세가 진행되면서 죽어가는 병이 바로 홍역입니다.

홍역으로 일주일 째 아무것도 못 먹고 죽어가고 있던 포근이


원장님께서는 항혈청주사를 3차에 걸쳐서 맞추고 지켜보자며 일주일이 고비라고 했습니다. 일주일이 다 되어가며 두 녀석 중에 햇살이는 식욕을 다시 찾으며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포근이는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전혀 먹지를 않고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원장님께 허락을 얻고 치료를 받고 있는 그 격리 병실에 갔습니다. 축 쳐져서 아무것도 못먹고 있는 포근이를 보니 이제 곧 죽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근아,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우리 포근이 착하지.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포근아,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포근아,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포근아,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포근아,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포근아,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자...............


포근이를 보면서 정말 간절하게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때까지 눈도 풀리고 거의 움직임이 없던 포근이가 몸을 추스르며 조금 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혹시 지금이라면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 강아지 간식 중에 부드러운 것을 하나 갖고 와서 입에 조금 떼어 넣어 주었습니다. 포근이가 그것을 받아먹었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기뻤던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포근아. 너 정말 장하구나. 잘했어. 포근아. 그래.. 이것 먹고 힘내자”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힘내서 기적처럼 먹을 것을 받아먹는 포근이

다시 힘을 내며 뚱아저씨 보고 좋아하는 포근이


강아지 간식을 몇 점 떼어주고 원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원장님께서 보식을 준비해주었습니다. 포근이가 그것을 먹으면 살고 안 먹으면 죽는 것입니다. 아, 정말 다행히도 포근이는 보식으로 만들어준 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포근이는 살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햇살이에게도 죽을 주니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 이 녀석들아.. 너희들은 이제 살았구나.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포근이와 햇살이의 감동 스토리는 2부로 이어집니다.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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