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갈뻔했던 인연이 유기견 구조까지 하게 된 이야기

조회수 2020. 2. 18. 14: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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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쳐 지나갈뻔 했던 인연


제게 2012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어머님이 그해 2월 15일에 화재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님은 한 달 후인 3월 14일에 폐암 말기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그해 4월 7일에 흰돌이, 흰순이를 입양했습니다. 두 아이의 입양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죠. 그리고 2주 후에 작고 나이 많은 요크셔테리어 초롱이를 입보하다가 입양을 하게 됐고,


한 달 후인 5월에는 자양동 사거리에서 뻥튀기 차량에 나이론 노끈으로 묶여서 자칫 개소주 집으로 팔려갈 뻔했던 시츄 순심이를 구조해서 입양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6월 초에는 검둥개 럭키를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홍여사님과 함께 구조했었네요.


여러 아이들 중 요키 초롱이와 시츄 순심이는 노견으로 내 품에서 지내다가 초롱이는 2013년에 그리고 순심이는 2018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죠.


제게는 2012년이 강아지와의 인연만 있었던 해가 아니라 사람과의 인연이 있기도 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흰돌이와 흰순이를 입양하기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냐하면 매일 밤마다 슬픔에 폭음을 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면서 "내가 이렇게 슬픔에 빠져서 몸과 마음을 해치며 나약한 삶을 사는 것을 돌아가신 부모님이 원하지는 않을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제주도에 2박 3일 다녀왔는데, 둘째 날은 한라산 정상에 올라갔다 오고, 셋째 날은 제주도 올레길을 12시간 하염없이 걷다가 오기도 했습니다. 슬픈 와중에도 봤던 제주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점차 마음을 추스르고 있던 중이었는데 그래도 슬픈 마음이 가시지 않아 3월 말의 어느 날 늘 가던 구의역 부근의 초밥집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주방장이 마주 보이는 홀에서 초밥에 소주 한 잔을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당시 20대였던 두 사람이 앉아 있었어요.


그 집의 단골이었던 제가 주방장과 부모님을 잃은 슬픔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대화를 엿들은 두 친구 중 한 친구가 제게 "고의는 아니었는데 옆에 있다 보니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술 한 잔 따라드려도 될까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한 잔 따라주시면 고맙죠" 하고 저도 한 잔 받고 그 친구들에게도 한 잔씩 따라줬습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꽤 많은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중 한 친구는 당시 S보험회사에 갓 입사한 20대 후반의 신입사원이었어요. 그런데 마침 그때 제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평소에 보험을 좀 들어놔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차였고, 그 회사의 보험을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술이 깬 그 다음날 그 친구를 불러서 보험을 들고자 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그 취지에 맞는 보험을 설계해서 상담해달라고 했고, 그 후 며칠 후에 그 보험을 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젊은 친구가 싹싹하게 잘 하기에 이왕이면 조금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제 형제들에게까지 모두 얘기해서 소소한 보험이라도 하나씩 다 들게 해준 겁니다. 술집에서 옆 테이블에 앉았던 간단했던 인연은 그렇게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노현우 입니다. 팅커벨 프로젝트에서의 닉네임은 '다로와 희망이'입니다. 당시 나와 자주 만나던 현우는 내가 늘 흰돌이, 흰순이, 초롱이, 순심이 이야기를 하며 우리 집에도 종종 놀러 오다 보니 본인도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던 차에 유기견 입양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처음 입양한 아이가 다로라는 말티즈 아이입니다.

현우가 처음 입양한 말티즈 다로.


현우와의 만남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는데, 그다음 해인 2013년에 팅커벨 프로젝트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구조한 아이가 넷 있었습니다.


당시 아파트 경비실 앞에 버려졌던 미쫄콩새오빠네의 그 콩새, 동구협에서 구해온 하니, 안산시 보호소에서 구해온 복돌이, 그리고 강릉시보호소에서 구해온 희망이었습니다.


그렇게 네 아이의 구조가 팅커벨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겁니다.


아래는 팅커벨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네 아이들

아파트 경비실 앞에 버려졌던 꼬물이 콩새

강릉시보호소에 구한 희망이와 동구협보호소에서 구해온 하니

안산시보호소에서 구해온 푸들 복돌이


그중 말티즈 희망이는 강릉시 보호소의 전 소장이 견사를 청소할 때 추운 겨울에 아이들을 견사에서 꺼내서 청소하지 않고 귀찮으니까 아이들이 있는 상태에서 물 호스로 뿌려서 청소를 하며 흠뻑 젖었던 모습이 사진으로 보이면서 공분하고 마음 아파했던 아이였어요. 바로 이 사진입니다.

물에 흠뻑 젖은 희망이를 강릉시보호소 봉사자가 안아주고 있는 모습


그렇게 해서 희망이를 서울로 데려오게 됐고, 팅커벨의 첫 구조 아이 넷 중에 한 아이가 된 것입니다. 희망이는 그 후 동물병원에 있다가 어떤 분이 임보를 하겠다고 해서 데려갔는데 하루 만에 못하겠다고 다시 데려다 놓았습니다. 작지만 경계심이 강했던 희망이를 감당을 하지 못하고 바로 데려온 것입니다.


그래서 희망이가 또다시 동물병원 철창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현우에게 "이 아이 네가 한 번 임보를 해보지 않겠니?" 했더니 흔쾌히 해보겠다고 했는데, 의외로 희망이가 현우네 집에 가서는 아주 잘 적응을 하고 잘 지냈습니다. 지금은 현우의 아빠에게 엄청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현우에게 입양 가서 사랑 듬뿍 받으며 지내는 희망이


이렇게 현우와는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이 서로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는 공감대가 함께 형성되면서 그 이후 마산 보호소 아이들을 구하러 장거리 출장을 갈 때 운전도 교대로 하며 자주 함께 가게 됐습니다.


지난주에는 강릉시 보호소에서 딸기, 포도, 단감이를 구해왔었지요. 그때도 현우가 동행했습니다. 새해 들어서 처음 만나는 것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강릉 함께 가는 김에 경포대 앞바다 구경도 하고 회도 한 접시 먹고 할 겸해서 전날 미리 도착했습니다. 경포대 앞바다를 구경하고 회도 한 접시 먹으면서 주거니 받거니 오랜만에 소주도 한 잔 했지요.

지난주 현우와 함게 강릉시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해온 딸기.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 치료 중.

지난주 현우와 함께 강릉시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해온 포도.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 심장사상충 양성 반응. 치료 중.

지난주 현우와 함께 강릉시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해온 단감.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 치료 중.

그렇게 현우와 만난 지가 벌써 만으로 8년이나 됐네요. 어떻게 보면 그냥 아주 사소한 만남이었을 뿐 스쳐 지나갈 뿐이었던 인연이었는데 그 인연이 8년을 꾸준히 서로를 챙겨주며 유기견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도 함께 동행하는 인연이 된 것입니다.


이웃님들은 혹시 이렇게 아주 우연히 만나서 친하게 지내게 된 지인들이 있으신가요?


저녁 술자리에 옆 테이블에 앉아서 술 한 잔 했던 인연으로 만난 현우는 지금은 팅커벨 프로젝트의 든든한 응원자가 되어 아이들 구조하러 가는데도 큰 힘을 보태주고 있네요. 주말도 되고 해서 지난주 강릉시 보호소에 함께 아이들 구조하러 다녀왔던 현우 생각이 나서 한 번 적어봤습니다.


그때 경포대에서 찍은 동영상 하나 올려요. 사진 속에 껌딱지 알콩이도 출연합니다.


알콩이 리드 줄 잡고 있는 친구가 현우 ~


경포대 앞바다의 파도와 뚱아저씨 껌딱지 알콩이~

보너스 동영상 - 경포대 앞 바다 일출 모습~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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