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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공장에서 1m 줄에 묶인 진숙이의 입양 이야기

조회수 2020. 2. 9.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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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 새해 첫 소식은 서울 용산구 문배동의 작은 공장 뒷켠 마당에서 시끄러운 콤프레셔 소음을 들으며 10년간 묶여 지내다가 예비신부 윤정은님의 도움으로 고양시의 전원주택으로 입양 가서 새 삶을 살게된 진숙이 이야기입니다.


진숙이는 10년 전 공장의 한 직원이 키우겠다며 데리고 온 아이입니다. 공장 뒷켠 작은 마당에 묶어놓고 키웠는데 그 직원이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다른 곳에 개를 데리고 갈 수 없었던 공장 직원은 몸만 빠져나가게 됐고, 진숙이는 그 공장에 그대로 남겨지게 됐습니다.

10년간 공장 뒷켠 마당의 1미터 짧은 줄에 묶여지낸 진숙이.


공장의 사장님과 직원들은 어디 갈 곳이 없어진 진숙이였지만 팔거나 길에 버리지 않고 그냥 그대로 마당에 묶어놓고 사료만 챙겨줬습니다. 그런데 묶여진 그 마당의 진숙이 집 위에는 커다란 콤프레셔가 놓여 있었습니다.


진숙이는 그렇게 하루종일 덜덜거리는 콤프레셔의 소음을 들으며 10년을 지냈습니다. 청각이 예민한 개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며 지내는 것은 보통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진숙이는 꼬리에 털이 자라지 않고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콤프레셔 소음 소리가 심하게 들리는 진숙이집.

모터 소리 덜덜거리는 콤프레셔 바로 밑이 진숙이 집.

콤프레셔 소음의 스트레스를 받아 꼬리털이 다 빠지고 새까맣게 변한 모습.


그렇게 10년을 지내던 진숙이에게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작년 11월 초의 일요일이었습니다. 곧 결혼을 앞둔 윤정은 님이 반려견인 푸들과 함께 우연히 산책을 하며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그곳은 집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고 외져서 한 번도 가본 길이 아니었는데 그날따라 그 길을 가게 됐습니다.


거기서 개를 산책시키던 어떤 남자분이 철문 안쪽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궁금함에 그곳에 가보게 된 정은 님은 그곳에서 1미터 남짓한 쇠줄에 묶여 있는 진돗개를 보게 됐습니다. 

휴일에는 꼼짝없이 사람도 없는 곳에서 이렇게 묶여지낸 진숙이.


이쪽에 인기척을 느낀 개는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누웠습니다. 휴일에 그곳에 하루종일 묶여있던 그 개를 보니 딱한 생각이 들었고 더는 어떻게 해줄 수 없어서 그 자리를 떠났지만, 머릿속에서는 묶여있던 그 개의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다음 날 여의도가 직장인 정은 님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택시를 타고 그곳을 다시 가봤습니다. 어제 닫혀있던 문은 열렸고 그 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정은 님은 챙겨간 간식을 조금 줬습니다. 그때 공장에서 직원 한 분이 나왔습니다. ​


개 앞에서 간식을 주는 정은님에게 어떻게 왔냐고 물어봐서 어제 산책하다 우연히 보게 된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은 “예전에 일하던 직원이 키우던 개인데 퇴사를 하고 여기 놓고 갔는데, 아이가 불쌍해서 밥만 챙겨주고 있다. 개 이름은 진숙이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정은 님은 그분에게 “진숙이 산책을 좀 시켜줘도 되겠어요?”라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윤정은 님과 10년 만에 처음 산책을 나온 진숙이가 좋아하는 모습


​그렇게 정은 님과 진숙이의 첫 교감이 이뤄지고 10년 만에 처음 산책을 나온 진숙이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정은 님도 무척 기뻤습니다. 그 이후로 수시로 그 공장을 찾아가서 간식을 챙겨주고 산책을 시켜줬습니다.


하지만 휴일이면 늘 묶여 있고 어떻게 해주기도 힘든 진숙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게다가 자신은 이제 곧 결혼을 해서 그곳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면 진숙이를 지금처럼 돌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인 뚱아저씨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뚱아저씨는 정은 님에게 우선 그 공장 분들이 그 개를 포기하고 입양을 보내도 되는지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정은 님은 다음날 그 공장에서 개를 챙겨주던 과장님에게 물어보게 되었고, 그 과장님도 더 많이 신경 써줄 수 없고, 늘 콤프레셔 모터 소리를 들으며 꼬리털이 새까맣게 빠진 진숙이가 다른 좋은 분 댁으로 입양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허락을 했습니다.

어쩌면 스쳐 지나갔을 뿐인 인연인데 용기 있는 실천으로 진숙이를 보살펴주는 윤정은 님. 산책 중 간식을 챙겨주는 모습. ​


그 후 진숙이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숙이의 소식은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뚱아저씨가 뉴스1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알려지고, 또 그 글이 네이버 동물공감에 소개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은 독자 중에 고양시의 전원주택에 사는 분이 진숙이의 딱한 사정을 읽고 10살이나 된 저 개의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생을 콤프레셔 소리 듣지 않게 내가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진숙이가 있던 공장에서 윤정은 님과 뚱아저씨, 입양자 분과 공장분이 함께 보게 되었고, 진숙이는 팅커벨 프로젝트의 입양 절차에 따라 입양 신청서를 받고 중성화 수술을 한 후에 전원주택에 사는 그 입양자 댁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입양을 가던 날 팅커벨 협력동물병원에 들러 건강 검진을 했는데, 유선종양과 자궁축농증이 발견됐습니다. 하마터면 그 상태였다면 얼마 더 못 살고 죽었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자궁축농증의 원인을 제거하고 유선종양 수술은 2개월 후에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무사히 마친 후 입양자 댁에 가게 됐습니다. 입양자는 중성화 수술을 한 진숙이를 위해 몸에 좋은 황태닭미역국을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성화 수술한 진숙이를 위해 끓인 황태닭미역국. 맛있게 먹는 진숙이.


​진숙이는 생에 처음으로 묶여지내지 않고 마당과 실내를 오가며 그 댁에 먼저 있던 다른 진돌이 친구들과 함께 지내게 됐습니다.


그 댁에 있던 진돌이들은 진숙이를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그렇게 진숙이는 2020년 새해를 공장 뒷켠에 1미터 줄에 묶여지내는 개가 아닌 전원주택의 반려견으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같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올봄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 윤정은 님의 용기 있는 실천 덕분이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여러 가지 신경 쓸 일도 많았을 텐데 그 와중에서도 진숙이에게 새 삶을 선물해준 윤정은 님 덕분에 진숙이는 새 삶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유기견 한 마리를 구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개의 세상은 온전하게 바뀝니다.


1미터 짧은 줄에 묶여 시끄러운 콤프레셔 소리를 들으며 10년을 살던 진숙이의 삶을 바꿔준 윤정은 님의 용기 있는 실천을 칭찬합니다.


그리고 진숙이를 입양자와 만나게 해준 뉴스1과 네이버 동물공감에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진숙이를 입양하신 고양시의 전원주택에 사시는 입양자분께는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줄입니다.


에필로그 : 진숙이의 구조자인 윤정은님이 진숙이를 입양보내면서 쓴 후기입니다. http://cafe.daum.net/T-PJT/SQbu/2191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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