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강아지가 마음을 여는 순간

조회수 2019. 9. 18. 17: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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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의사범입니다! 솔직히 저도 1년에 몇 번씩 봉사나 가봤지. 유기견 아이들이 어떻게 입양이 되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근데 작년 반년 동안 좋으신 분들이랑 같이 유기견 아이들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입양까지 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기견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구조가 되고, 어떻게 입양처를 찾아서 입양 가는지 보여드릴 거예요.

제가 돌봤던 아이의 이름은 피터예요. 특이사항 보면 탈모, 부정교합 등 쓰여있죠? 이렇게 보면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와닿지 않아요. 그리고 공고기간을 보면 7월 20일부터 30일까지라고 돼있습니다. 일정 기간의 공고기간이 지나면 안락사가 진행됩니다.


정부 시스템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유기하시는 분들을 비난하고 싶네요) 너무 많은 아이가 유기되다 보니, 자리가 없는 거죠. 새로운 애들은 계속 들어오고 공간과 예산은 한정돼있으니..


아무튼 공고 글을 보시고 직접 구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유기견 구조 단체분 중 한 분이 이 글을 7월 20일 날 봤다고 해요. 보자마자 애가 이미 안락사된 거 아닌가 하고 바로 보호소에 전화를 하니, 직원분 왈 "아직 주사는 안 했고 대기 중입니다.." 이러더랍니다. 정말 다행 ㅠㅠ 직원분 고마워요.


그래서 "잠깐 멈춰주세요 금방 데리러 갈게요!!" 이후 단체 분 중 그나마 가까이 계신 분에게 연락해서 아이를 저희 병원으로 데려왔어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피부가 안 좋았어요. 탈모, 각질이 굉장히 심하고 콧물도 많이 나는 상태였습니다. 피부병이야 치료하면 되는 문제니까 다른 질병만 없어라 하면서 이것저것 검사했어요.


근데 정말 애석하게도 홍역 키트에 양성이 뜹니다. 홍역은 진짜 치사율이 많이 높은 질병이에요.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 죽고 성견들도 살아남기 힘들죠.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으니 바로 입원시키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성견인 아이니까 괜찮을 거라는 희망만 품고 있었죠.

열흘 정도는 제가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같이 있었어요. 우리 피터 정말 감사하게도 조금씩 좋아지더니 한 10일 후에는 콧물 눈물도 없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한 2주 정도 지났을 때 다시 키트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음성! 그때는 솔직히 좀 울컥했습니다. 기적 같기도 하고 안 믿겨서 키트도 종종 찍어봤어요.

그리고 나서는 건강하게 병원에서 한 달 정도를 지냈습니다. 이 시기에 유기견 구조 단체 분들은 인터넷에 피터 사진을 올리고 입양처를 구하고 있었어요. 그동안 저는 피터랑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침울해하고 경계했지만 2,3주 정도 되니 조금씩 마음을 열더라고요. 그리고 한달 정도 지나니까 진심으로 마음을 열었습니다.


피터는 착하고 예뻐요. 놀고 싶어도 기다려 하면 잘 기다려주고요.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가 왜 유기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입양처가 다행히 구해졌답니다. 미국의 한 부부가 피터를 입양하고 싶다고 했죠! (집 사진을 보니 대저택..) 입양처가 구해지고 출국 준비를 시작했어요. 접종 서류, 진료 내용 등의 서류 등을 준비했죠.


피터가 미국으로 어떻게 갈까요? 미국으로 가는 봉사자분을 구해서 부탁드리는 거죠. 공항에서 입양처까지 이동시켜주거나, 입양해주시는 분들이 공항에 나오시거나. 이 단계까지 거쳐야지 비로소 끝이 나는 거죠.


그렇게 이동봉사자분도 구하고 날짜도 잡혔어요. 마지막까지 병원에서 저랑 같이 있다가 보냈는데, 솔직히 조금 아쉬웠어요. 한 달 정도같이 있으니까 정이 많이 들더라고요.

종종 그분들이 피터 영상을 보내주시는데 너무 행복해보여요. 솔직히 조금 섭섭했어요. 그렇게 저를 따라다녔는데. (피터야 사랑해)


유기견 아이들을 돕고 보호하고 치료하는 과정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안락사 예정인 아이를 봉사자분들이 겨우 전화해 살려서 데려오시고, 저는 아픈 걸 치료해주면서 돌봐주고 또 다른 분들은 애기 입양처를 찾고 입양처를 찾으면 또 이동 봉사자분이 아이를 데려다주시죠.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아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만 이루어지죠. 그래도 아이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우리 또 힘내서 해봐요" 이렇게 됩니다.

많은 분이 유기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유기견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혹시나 강아지 분양을 생각 중이신 분들이 계시다면, 유기견 입양은 어떠신가요?


입양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유기견 아이들이 메리트가 있답니다. 바로, 성격인데요. 강아지도 고양이도 마찬가지로 성격이 많이 다르답니다. 얌전한 아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 무심한 아이도 있고, 어떻게든 붙어있으려고 하는 아이도 있어요. 따라서 유기견 입양의 최대 장점은 미리 성격을 알고 입양할 수 있다는 것! 자신한테 잘 맞는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거죠. 이런 말도 있잖아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피터야 보고싶다. 행복해야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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