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도슨트가 뽑은 '최애 그림'에 숨은 소름돋는 의미

조회수 2021. 2. 5. 0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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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테 피나코테크

알테 피나코테크는 유럽 7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큐레이팅과 관람 환경이 잘 구성된 미술관입니다. 뮌헨에는 총 3개 미술관이 있는데 알테 피나코테크, 모이에 피나코테크,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가 있어요. 미술사조 별로 분류되어 있는데, 알테 피나코테크는 중세부터 바로크 시대 미술을 보실 수 있는 곳입니다.

출처: 알테 피나코테크

모든 나라의 미술이 그렇지만, 독일 미술만의 매력은 ‘철학’이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기괴하거나 추상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깊은 고민과 사색,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이 많아요. 칸딘스키, 한나 회흐(독일의 다다이즘 아티스트), 케테 콜비츠(독일의 판화 예술가) 등이 우리에게 와닿는 이유가 바로 그 철학적인 부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알테 피나코테크는 세계적인 유명세에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덜 알려진 편인데요, 이곳에 있는 작품 중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한데, 알테 피나코테크를 넘어 독일 미술사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꼽히는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입니다.

출처: 알브레히트 뒤러,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1500)

뮌헨이 위치한 바이에른 주의 뉘른베르크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뒤러는, 20대 초반에 르네상스 미술이 꽃피던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납니다. 회화기법, 예술에 대한 태도 등에 큰 영향을 받은 그는 독일로 다시 돌아와서 바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삼각형의 안정적인 구도, 눈 사이의 골격과 눈동자, 인중과 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인체를 과학적으로 담은 르네상스적 기법이 그림에 녹아 있죠. 이 작품은 뒤러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데요, 그 이유는 기법적 측면 때문만이 아니라, 이 작품에 담긴 철학 때문입니다.

뒤러를 몰랐던 분도 이 그림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왠지 예수 그리스도와 유사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정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포즈 때문입니다. 당시만 해도 화폭에 정면을 담을 수 있는 인물은 예수 혹은 권력자뿐이었습니다. 화가가 자기 자신을 화폭에 정면으로 그리는 일은 신성모독이 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인 것이죠.

그럼에도 뒤러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화가란 단순히 기술적인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자인 신처럼 그림을 통해 가치를 창조하는 인물’이라는 관점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화가의 덕목을 그림에 표현하기도 했어요. 빛나는 이마는 ‘뛰어난 지성’, 사실적인 눈동자는 ‘뛰어난 관찰력’, 곱게 포개어진 손은 ‘훌륭한 솜씨’를 의미합니다. 자신이 바로 그러한 화가라는 자부심 또한 느껴지죠.

그 자부심은 그림에 적힌 라틴어 문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뉘른베르크 출신의 나 뒤러가, 28살의 나 자신을 불멸의 색으로 그려냈다’는 뜻입니다. 뒤러는 이후에도 자신의 신념을 다양한 작품활동으로 전파하면서 그 자신감을 스스로 증명해보였습니다.


저는 28살에 이 그림을 보며 저 자신과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도 지금의 내 상황과 고민을 소통하는 창구로 미술 작품을 감상해보세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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