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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민화가의 '이 그림'에 숨은 역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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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10년간 활동한 신기환 도슨트. 내셔널 갤러리는 모든 시대를 총망라하는 작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미술관보다도 시대순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서양 미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내셔널 갤러리. 그곳의 작품 하나를 함께 감상해볼까요?


Q. 영국 미술의 매력은?

A. 미술사적으로 보는 매력보다, 영국이라는 나라와 그 국민이 미술을 대하는 자세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국이 서양 미술사 전체에서 핵심적 역할이나 주도했던 적은 많지 않지만,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영국의 국공립 미술관 대부분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의 문화 콘텐츠를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과 나누자는 취지로 수백 여년간 입장료 없이 정부 지원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요. 세계적인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영국의 재밌고 신기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A. 영국의 국민 화가이자 영국 근대 미술의 아버지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를 소개하고 싶어요. 특히 역사적 배경을 함께 알고 감상하면 더 좋은 작품입니다.

출처<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The fighting Temeraire), 1838>

내셔널 갤러리 바깥으로 나가면 멋진 '트라팔가 광장'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1805년 영국의 넬슨 제독이 프랑스의 나폴레옹 함대를 크게 격파한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광장이에요. 이 해전을 이김으로써 영국은 전세계 바다를 정복할 수 있었고, 이때 큰 공을 세운 전함이 바로 테메레르 호입니다. 영국 해군의 상징이자 국민들의 자부심과도 같았죠.

그런데 트라팔가 해전 이후,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증기 기관이라는 새로운 동력이 등장하게 됩니다.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에는 두 척의 배가 등장하는데요, 몸집이 큰 테메레르 호가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증기선에 견인되는 모습입니다. 시대의 변화로 무용지물이 된 테메레르 호가 선박해체장으로 가는 처연한 풍경이죠.

출처<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The fighting Temeraire), 1838>

한편, 바다 위에 그려진 해는 떠오르는 것인지 저무는 것인지 애매하게 그려져 있어요. '역사는 지는 해와 뜨는 해를 함께 품고 가는 것'이라는데, 이런 시각을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사의 중심에서 위용을 떨쳤던 테메레르 호의 마지막 모습과 동시에, 근대 문명의 서막을 알리는 증기선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작품에 투영시킨 극적인 표현으로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이 작품은 유명한 영화에도 등장했습니다. 영국이 낳은 또 하나의 문화 상품, 007 시리즈 <스카이폴>의 한 장면입니다. 역대 007 시리즈 가운데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는 가장 나약하게 표현되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 주인공의 상황을 대변하는 소재로 이 그림이 사용되었죠.

출처<007 스카이폴>의 한 장면

그림이 정확히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책을 통해 먼저 확인해 본 후에 영화를 감상한다면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신기환 도슨트

유럽 미술관에서 듣는
도슨트 투어를 그대로 담은 책
<90일 밤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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