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이 1500억? 당신이 몰랐던 현대 미술 뒷이야기

조회수 2020. 8. 10. 18: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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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이 현대인의 교양인 세상. 하지만 현대 미술은 대중의 관점과 가치의 괴리가 자주 일어나 논란이 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특히 미국의 화가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 1912~1956)의 경우는 더 그러합니다.
폴록의 작품 <NO.5>의 가격은 무려 1500억 원!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 4천만 달러에 낙찰되어 당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폴록의 대표작을 보고 “나도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본 사람도 많을 겁니다.

출처: Photographer Hans Namuth

폴록은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이 장르는 말 그대로 표현 방식의 ‘추상성’을 추구하기에 구체적이고 정교한 정밀화식 그리기와는 대비됩니다.


즉, 누구나 할 수 있는 장난을 친 것이 아니라, “물감을 흘리는 순간마다 영감과 비전에 따라 직관적 결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추상표현주의’라 해서, 또는 ‘최초의 시도’를 했다고 해서 그림의 가치가 1500억 원이 된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이 시도를 ‘대단한 것’이라 여기는 사회적 이유가 존재합니다.

출처: Photograph by Underwood Archives
폴록 이전에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노먼 록웰(Norman Perceval Rockwell, 1894~1978)이었습니다.
출처: <Freedom from Want, 1943>
그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가치에 충실한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 일상을 그려낸 화가입니다.

하지만 록웰의 작품은 예술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예술의 역사는 유럽이 훨씬 오래되었으니 놀랄 일은 아니지만, ‘냉전(Cold war)’ 시기에 미국이 ‘저평가’ 받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모든 것을 이념적으로 경쟁하던 당시. 자유 진영의 대표인 미국은 공산 진영을 대표하는 소련, 동유럽 국가와 스포츠, 과학 등 각 분야에서 전쟁을 벌였습니다.


승리는 곧 체제의 우월성이기에 패배는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상당 지점에서 미국은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에서는 예외였습니다.
미국은 예술적 토양이 부실했던 것이죠.

그렇게 골머리를 앓던 CIA(중앙정보부)는 폴록의 작품을 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추상표현주의는 유럽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

조금 더 확장하면 ‘자유로움이 없으면 추상적 표현물을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은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라는 논리가 완성됩니다.

‘추상=자유=미국’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이후 CIA는 각종 전시회와 미술 콘테스트의 방향이 철저하게 추상표현주의를 지향하는 쪽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합니다.


언론 역시 폴록을 ‘위대한 화가’로 포장했습니다.  그의 그림에 의문을 품는 건 미국인으로서 자격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꼴이니 찬양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예술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지, 폴록이 괜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현대미술의 선구자가 됐겠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괜히 2차 대전 이후가 아닙니다. 그때부터가 공식적인 ‘냉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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