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스토리

샤잠이 슈퍼맨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히어로라는 것은 언젠가 소개해드렸죠.
당연하게도 두 히어로는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잘 정돈한 헤어스타일과 망토를 두른 근육질의 외모,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괴력까지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으니까요.

슈퍼맨이 첫 등장한 <액션 코믹스> 1호의 표지는 유명한 그림입니다.
자동차를 번쩍 들어 올리는 이 내용을 ‘캡틴 마블’이란 이름으로 샤잠이 첫 등장한 <위즈코믹스> 10호에선 냅다 집어던지는 것으로 패러디했습니다.

물론 처음엔 샤잠이 슈퍼맨을 따라했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반대가 되어갔습니다. 샤잠이 슈퍼빌런들과 싸우는 동안, 슈퍼맨은 일반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히어로였습니다. 조금 힘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슈퍼맨도 슈퍼빌런들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현실적인 설정보다 샤잠처럼 판타지스러운 세계관을 만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포셋 코믹스에서 샤잠의 스토리를 썼던 작가인 오토 바인더의 영향 때문입니다.
포셋이 도산한 후, DC 코믹스는 오토 바인더를 영입해서 슈퍼맨의 시리즈를 맡겼고, 이때부터 슈퍼맨은 많은 부분에서 샤잠의 설정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셋에서 메리 마블, 캡틴 마블 주니어 등의 마블 패밀리와 블랙 아담, 미스터 아톰 같은 주요 빌런들을 창조해냈던 오토는 DC에서도 슈퍼맨 세계의 수많은 인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샤잠에게 쌍둥이여동생 메리 마블이 있는 것처럼, 슈퍼맨에게도 사촌 슈퍼걸을 붙여주었습니다.
또 마블버니로 변하는 토끼 호피가 연상되는 슈퍼독 크립토라는 반려견과 비자로, 브레이니악 같은 주요 빌런들을 창조해냈습니다.

오토 이후에도 DC는 계속해서 공통점을 만들어갔는데요, 캡틴 마블 주니어에 대응하는 슈퍼보이가 등장했고, 민머리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렉스 루터가 최대 숙적이 되었습니다. 샤잠은 민머리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닥터 시바나였죠.
오리지널인 슈퍼맨이 오히려 유사품이라고 할 수 있는 샤잠에게서 상당 부분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럼 이토록 비슷비슷한 샤잠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DC가 샤잠 캐릭터를 사들인 이후, 이것은 많은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대결이 되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필멸자'인 샤잠과 '강철의 사나이' 슈퍼맨이 같은 세계에 공존하고 있으니 말이죠.

두 히어로는 DC 유니버스 안에서 수십 년에 걸쳐 몇 번이나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슈퍼맨의 약점이 마법이기 때문에 마법히어로인 샤잠이 유리할테지만 간단히 결론만 얘기하자면 두 강자들의 싸움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과 같습니다.

어떤 때엔 샤잠이 승리하고 또 어떤 때엔 슈퍼맨이 이기는 거죠.
그럴 때마다 한쪽이 이길 수밖에 없었던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 주어, 양쪽 팬을 다 만족시키고 제한을 두지 않아 세계관을 창작하는데 있어서 폭넓은 기회를 열어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