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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무슬림 패션 시장…럭셔리 브랜드도 컬렉션 출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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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

‘여성 억압’‘인종 차별’ 등 논란에도 관심 커져…막강한 중동 자본력 무시 못해


[한경비즈니스=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 통신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앙게반테 쿤스트 박물관에서 4월 5일 시작된 ‘컨템퍼러리 무슬림 패션’ 전시회가 독일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선보인 후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는 이슬람과 스타일, 둘 다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서고 있다. 이슬람 여성들이 스카프 등으로 머리를 감싸는 문제는 전 세계 여성의 권리, 서구적 편견, 이슬람교에 대한 차별 등 너무나 많은 이슈를 내포하고 있어 항상 논란이 돼 온 주제다. 이번 전시는 독일에서 열리는 이슬람 여성의 패션 의식을 주제로 한 첫 전시회로 두건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컨템퍼러리 무슬림 패션’ 전시가 불러온 논쟁

‘컨템퍼러리 무슬림 패션’은 80여 가지의 다양한 스타일과 의상을 선보이는 화려한 전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많은 아이템들이 중동과 아시아 디자이너들로부터 대여됐다. 카프탄(터키의 전통 의상으로 기장이 긴 셔츠 모양의 상의), 여러 종류의 스카프들, 화려한 디자인의 드레스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르키니(여성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전신 수영복으로 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와 나이키가 만든 스포츠 히잡 등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의 아이디어는 이전에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을 이끌었고 그 이전에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뮤지엄의 관장을 역임했던 오스트리아 박물관 감독 맥스 홀린으로부터 시작됐다.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인 2016년 시작됐고 실제 전시회가 열린 시점은 미국에서 반이슬람적인 태도가 점점 가시화되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기였다. 난민 통합과 관련된 모든 이슈들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제들로 등장하는 등 오늘날 독일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단순히 패션에 관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가 히잡이나 부르키니들과 관련된 수많은 정치·사회적 질문에 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앙게반테 쿤스트 뮤지엄의 큐레이터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서구 세계에서 오랫동안 무시돼 온 매우 흥미로운 패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독일에 앞서 전시가 개최된 샌프란스코 드 영 메모리얼 뮤지엄의 큐레이터 또한 “전시의 초점은 정말로 패션 감각이 넘치는 수수한(modest) 옷이고 우리가 전시회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슬람 여성 대중에게도 패션에 관한 많은 선택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내에서는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인종차별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앙게반테 쿤스트 박물관의 마티아스 바그너 K 관장은 개관 전부터 혐오 메일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박물관은 전시 기간 내내 모든 방문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가방 검사와 몸수색을 도입했을 정도다.  


독일 내 페미니스트 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란 난민으로 구성됐고 스스로 ‘세속과 자기 결정을 위한 이주자’라고 부르는 활동가 단체는 독일 페미니스트 잡지인 ‘엠마’에 공개서한을 발송, 이런 전시회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명시했다. 이 서한을 통해 그들은 “종교적인 복장을 패션으로 묘사하는 이번 전시회는 국내외 여성 인권 운동가들의 면전에서 모욕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이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처벌받고 있다”고 상기시키며 “이 옷들을 가장 수수한 패션으로 묘사하는 것은 냉소적”이라고 비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시회를 봤다는 한 이슬람 여성도 미국 언론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패션을 좋아하고 히잡을 쓰는 25세의 이슬람 여성으로서 나는 수많은 스카프를 보아 왔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슬림 여성이 약하고 억압받고 있는 방증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의 인권 전문가들 또한 전시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독일 보그지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두건을 쓰고 싶지 않거나 벗어버리기를 원하는 전 세계의 소녀들과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낀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페미니스트 단체와 인권 전문가들의 공개 비판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슬람 패션을 일컫는 ‘수수한(modest) 패션’이라는 표현은 사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여성’과 ‘겸손’에 대한 종교계 내부의 모순된 견해에 대한 반응으로 이슬람 패션 디자이너들에 의해 개발됐고 이후 수년에 걸쳐 패션 산업적 측면에서 확장돼 왔다. 앙게반테 쿤스트 뮤지엄의 질 다레스안드로 큐레이터는 이와 관련, “이슬람 여성들은 패션에 연간 약 440억 달러(370억 유로)를 소비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상승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셜 네트워크 등에도 심심치 않게 ‘히자비스타(hijabistas)’나 무슬림과 힙스터를 결합한 신조어인 ‘밉스터(mipsterz)’ 등이 등장하는 등 패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전시회 측의 주장에도 분명 근거는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일부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한 주요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오래전부터 무슬림 패션에 관심을 가져 왔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H&M은 2015년 처음으로 광고에 두건을 쓴 모델을 선보였고 2016년에는 명품 패션 브랜드인 돌체&가바나가 이슬람 여성들을 위한 컬렉션을 시작했다. 일본의 체인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독자적인 라인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역시 아랍에 많은 고객을 두고 있고 DKNY와 타미 힐피거 등도 중동 시장에 특별한 라마단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때마다 논란을 일으켜 왔고 여전히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이처럼 패션계의 무슬림 패션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중동의 막대한 자본 잠재력 때문이라는 점은 이미 패션업계에서 비밀이 아니다. 아랍 상류사회의 부유층들이 런던·파리·밀라노 등에서 거의 ‘줍다시피’ 명품을 쇼핑하는 풍경이 자주 목격돼 온 것이 사실이다.  


무슬림 여성들을 위한 패션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디자이너들이 수익을 위한 방법으로 히잡이나 아바야(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검은 망토 모양의 전신을 가리는 의상) 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패션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브랜드인 이브 생 로랑의 공동 설립자인 피에르 베르제는 2016년 프랑스에서 이와 관련한 논쟁이 일었을 당시 “이 같은 방식으로 이슬람 여성들에게 시장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여성 혐오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디자이너들은 여성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자유를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히잡 착용 등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해 한 중등교사가 교사의 히잡 착용을 금지한 베를린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종교적 표현의 자유보다 교사의 중립이 중요하다는 법원의 판단 아래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바 있고 유치원·초등학교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여전히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다. 

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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