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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부터 화장품까지…정용진의 이유 있는 ‘한눈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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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저조한 ‘독자 호텔’ 5곳으로 늘리고 화장품 ‘스톤브릭’도 출시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전문점 확대와 온라인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정 부회장은 호텔 사업과 화장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서울 남대문에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L’Escape)로 호텔업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권과 강남을 비롯해 제주도·해운대 등 핵심 거점 5곳에 새로운 독자 브랜드를 세운다는 정 회장의 청사진이 구체화되고 있다.  


◆호텔 수출 초석 다지기 


업계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제주도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제주도 서귀포 소재 현 켄싱턴제주호텔 건물의 운영권을 이어받아 내년 하반기부터 호텔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제주리조트가 개관한 켄싱턴제주호텔은 5월 말~6월께 운영을 종료하고 관련 사업부를 철수한다.  


또 다른 대표 관광지 해운대에도 신세계 독자 브랜드로 특급 호텔이 들어선다. 신세계는 노보텔 부산을 인수한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과 호텔 운영을 위한 임차 협의를 끝마쳤다.  


서울에서는 레스케이프에 이어 강남구와 중구에 새로운 독자 브랜드 호텔을 개장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강남 르네상스호텔을 개발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과 20년 장기 책임 임대차계약(마스터리스)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을지로에는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선다. 신세계는 SK디앤디가 건설 중인 서울 중구 저동2지구 숙박 시설을 마스터 리스 한 뒤 비즈니스호텔로 운영할 계획이다. 독자 브랜드 호텔의 마지막 후보지는 미정인 상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기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과 부산웨스틴조선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남산을 포함해 호텔 3곳만 운영해 왔다. 신세계가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가 아닌 독자 브랜드로 호텔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개장한 레스케이프부터다.  

신세계는 당초 레스케이프를 ‘어반 프렌치 스타일의 부티크 호텔’로 고급화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객실 경쟁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부티크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의 5성급 호텔인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 비해 더 비싼 가격대인 날도 많았다. 레스케이프의 객실 가동률은 30%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모회사인 이마트의 호텔·리조트 사업부 실적도 적자 전환됐다. 2017년 6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80억7000만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애초에 호텔 사업은 단기간에 큰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부동산을 비롯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인건비와 고정비 비율이 높아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호텔 사업의 적자를 면세점 사업으로 채우는 구조다.  


게다가 국내는 이미 호텔 공급이 포화 상태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191개(객실 2만9828개)였던 서울시 호텔 수는 지난해 399개(객실 5만3453개)로 급증했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준공 예정인 호텔도 188개(객실 2만8201개)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호텔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이 호텔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와 이미지 개선 효과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신세계가 면세점과 백화점 등 유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관광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호텔 사업을 영위하면 다른 계열사의 후광효과를 통해 이미지 개선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위탁 경영’을 통한 호텔 브랜드 수출이다. 최근 국내 호텔의 핵심 키워드는 ‘위탁 경영’이다. 위탁 경영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호텔 경영 노하우가 있는 업체에 호텔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호텔 운영 기업 에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브랜드와 운영력 등 무형자산을 외국에 수출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리어트·앰배서더 등 세계적인 호텔 체인의 해외 진출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의 호텔 브랜드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호텔신라와 롯데호텔은 이미 오랜 기간 호텔 운영 역량을 쌓고 외국에서도 럭셔리 사업자로 평가받는 등 브랜드력을 확보했다. 호텔신라의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는 출범 3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동남아시아·미국·중국 등 10여 곳에 진출해 글로벌 호텔로 도약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미국·러시아·미얀마·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하며 국내외에서 30개 호텔 체인을 구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세계도 웨스틴조선호텔 등으로 오랜 기간 운영 노하우와 인력 등 인프라를 확보한 만큼 독자 브랜드를 통해 호텔 체인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신세계의 호텔 사업 확장을 경영 승계용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지난여름 정 부회장의 장남인 정해찬(21) 씨가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 실습생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과 전 부인인 배우 고현정 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17년 코넬대에 입학해 호텔경영학을 전공 중이다.  


국내 대기업 2~3세들이 첫 경영 수업으로 호텔을 선택하는 사례는 이미 많았다.  

삼성·롯데·신세계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아주그룹 등 대기업 2~4세들은 호텔을 물려받거나 호텔 경영을 통해 고객 접점에서 일을 배웠다. 호텔업은 부동산·금융·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된 사업 분야기 때문이다.


◆동생이 보여준 화장품 성공 신화

정 부회장이 눈을 돌린 또 다른 신사업은 바로 화장품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신규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을 출시하며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매장을 열었다. 색조 화장품에 중점을 둔 스톤브릭은 조립 완구인 ‘레고’를 연상시키는 모듈형 패키지가 특징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밤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먼저 공개하며 홍보에 적극 나섰다. 정 부회장의 화장품 사업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6년 이마트에 입점한 PL(Private Lavel :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브랜드 ‘센텐스’를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 론칭했다.


여기에 영국의 H&B (Health&Beauty) 편집숍 ‘부츠’를 국내에 들여왔고 지난해 론칭한 잡화 편집숍 삐에로쑈핑에서도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것은 뷰티 사업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산업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사장을 통해 확인했다. 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맡고 있는 정유경 사장은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와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비디비치’는 중국 등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 중이다. 비디비치는 지난해 연매출 1200억원대를 올렸고 올해는 영업을 시작한 지 17일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한방 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의 성장세도 무섭다. 3월에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가로수길에 22번째 매장을 열며 몸집을 키웠다.   


이마트의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선텐스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필리핀 등 해외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톤브릭도 일단 홍대점 1개만 문을 열고 타 유통 채널에 입점해 해외에도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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