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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4.0’ 시대, 경기 진단과 예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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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지역 블록 붕괴, 탈달러화 등 흔들리는 국제 규범…시장 반응 감안한 경제정책 필요 


[한경비즈니스=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이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규범·이론·관행이 통하는 ‘노멀’ 시대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앞으로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애브노멀’ 시대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 분야가 심하다. 자유방임 고전주의 ‘경제학 1.0’ 시대, 케인스언식 혼합주의 ‘경제학 2.0’ 시대, 신자유주의 ‘경제학 3.0’ 시대에 이어 ‘경제학 4.0’ 시대로 구분하는 시각도 있다.  


◆ 세계화의 쇠퇴, ‘슬로벌라이제이션’ 


경제학 4.0 시대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국가’를 전제로 했던 종전의 세계경제 질서가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다.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파리 기후변화협약 등과 같은 다자주의 채널이 급격히 악화되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주도의 다자 협상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각국의 국제 규범 이행력과 구속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역 블록은 붕괴 조짐이 일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놓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그렉시트(Grexit=Greece+exit), 이탈렉시트(Italexit=Italy+exit) 등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는 한 차원 낮은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CMA)으로 재탄생됐다. 다른 지역 블록은 존재감조차 없다. 명목상 회의만 반복될 뿐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양자 협력도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가 우려될 정도로 복잡해 교역 증진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삶은 국수를 그릇에 넣을 때 서로 얽히고설키는 현상을 말한다. A국이 B국·C국과 맺은 원산지 규정이 서로 달라 협정 체결국별로 달리 준비해야 할 수출 업체에는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 간에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생산 카르텔과 같은 시장 담합 기구도 무너지고 있다. 올해 초 창설 멤버였던 카타르가 탈퇴한 것을 계기로 1961년 출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로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파장과 변화를 몰고 왔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붕괴될 위험에 놓여 있다. 


국제통화 질서에서는 미국 이외 국가의 탈(脫)달러화 조짐이 주목된다. 세계경제 중심권이 이동됨에 따라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 즉 중심 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 중심 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국제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화 보유 부담 등이 심해지면서 탈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국제 금융 기구의 분화 움직임도 뚜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판 IMF인 긴급외환보유기금(CRA)이 조성됐고 유럽판 IMF인 유럽통화기금(EMF) 창설이 검토되고 있다. 중국 주도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신개발은행(NDF)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설립됐다. 


‘틀’에 해당하는 국제 규범과 이를 토대로 한 세계경제와 국제통화 질서가 흐트러지면 경제 주체(시장 포함)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가 판치면서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세계화 쇠퇴를 의미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balization)’이란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중진국의 함정’을 피하는 방법 


‘외부성’도 급증해 국가 개입이 늘어난다. 외부성은 ‘사적비용(PC : Private Cost)’과 ‘사회적 비용(SC : Social Cost) 간 괴리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로 한 경합성과 배제성의 원리가 흐트러진다. 외부성은 PC보다 SC가 적으면 ‘외부 경제(external economy)’, 반대는 ‘외부 불경제(external diseconomy)’로 구분된다. 


외부성으로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의 전제가 흔들리면 ‘가치(value)’가 ‘가격(price)’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현실 진단 자료로 경제지표의 유용성이 떨어진다. 지표 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런 여건에서 추진되는 경제정책은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즉 경제 주체와 시장 반응까지 감안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작년 10월 이후 미국과 한국 경제처럼 지표상으로 괜찮은데 경제 주체가 침체를 우려하고 시장은 주가 폭락 등으로 과민하게 반응했던 상황을 가정해 보자.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하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등으로 경기와 시장을 안정시키지만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의 일부 경제 각료와 진보학자는 ‘위기를 조장하는 가짜 미네르바 세력’으로 무시한다. 심지어경제 전망 기관의 비관적인 예측까지 간섭하거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통계만 마사지해 발표한다. 


오히려 ‘텍스트 마이닝’ 등을 활용해 경제지표와 경제 주체의 반응 간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바른 모습이다. 텍스트 마이닝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발언한 이후 매파적 성향의 어조는 ‘+1’, 비둘기파 성향의 어조는 ‘-1’로 빅 데이터 지수를 산출해 경제 주체의 반응을 파악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기법을 말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한 각종 모델에 의한 전망치도 예측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IMF와 Fed를 비롯한 전망 기관이 예측 주기를 ‘분기’로 단축해 대응한 지 오래됐다. IMF의 기업취약지수(CVI), 일본은행(BOJ)의 대차대조법(BS) 방식, 미국 경기사이클예측연구소(ERCI)의 큐브 방식 등 새로운 예측 기법도 제시되고 있다.


경기 대책도 총수요 관리보다 총공급 중시 수단이 더 효과적이다. 경기를 부양할 때 케인스언 방식대로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정책(기준)금리를 내리면 해외 누수로 효과가 반감된다. 감세, 세제 혜택, 경영권 방어,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 주체가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파고들어야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슬로벌라이제이션’으로 대변되는 경제학 4.0 시대에는 한국처럼 대외 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불리하다. ‘대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갈라파고스 함정(세계 흐름과의 격리)에 빠져 경제학 4.0 시대에 나타나는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해 ‘중진국 함정’에 빠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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