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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불모지’ 한국에서 잘나가는 코스트코

[비즈니스 포커스]

특화된 시장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인’하고 ‘유지’하라…‘마트 문화’를 만든 코스트코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코스트코는 소리 없이 강한 창고형 할인 매장이다. 홍보나 광고 없이 오로지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잘나간다. 온라인 장보기 시대를 맞아 대형마트가 성장 정체에 빠진 가운데 오프라인에 기반한 코스트코의 최근 성장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코스트코코리아의 매출액은 2017년 기준 3조922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719억원, 당기순이익은 1334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38%에 불과하다. 영업상 발생하는 매입 채무와 미지급금으로 사실상 부채가 없는 수준이다. 단기 금융 상품에 3260억원을 투자하는 여력까지 갖추고 있다.


매출액으로만 보면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코스트코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감사보고서를 게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매출 상승세가 꺾인 적이 없다. 특히 서울 양재점은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최고 매출을 낸 곳으로 유명하다.


제임스 세네갈 코스트코 회장은 미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너무 장사가 잘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스트코는 초창기 국내에서 5개 내외로 운영되다가 최근 전국 15개 매장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모두 두 손 들고 나가 외국계 유통 기업의 ‘지뢰밭’으로 불린 한국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지속 성장해 그 비결이 궁금해진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코스트코

코스트코는 1994년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 글로벌 유통 강자인 까르푸(1996년)와 월마트(1998년)를 비롯해 이마트(1993년)·롯데마트(1998년)·홈플러스(1997년) 등이 처음 문을 열면서 마트의 춘추전국시대를 열던 때였다.


같은 외국계 기업인 까르푸와 월마트와 비교할 때 공통점과 차이점이 엿보인다. 먼저 공통점은 창고형 매장이라는 점이다. 4~5m 높이의 판매대에 창고처럼 물건을 천장까지 쌓아 놓는 방식이다. 벌크형(대용량) 판매로 가격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모델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 가까이 국내시장을 뚫기 위해 노력했던 까르푸와 월마트가 철수한 배경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현지화의 실패’를 꼽는다. 인테리어와 서비스 등을 중시하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설픈 현지화 전략을 폈다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코스트코는 전형적인 미국식 창고형 매장으로 들어왔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미국 점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형태로 운영됐다. 매장의 구성이나 배열도 글로벌 디자인을 그대로 따른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의 코스트코나 유럽이나 한국의 코스트코 어느 곳에 가더라도 구별이 잘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이마트나 롯데마트와도 다른 분위기로, 외국 오프라인 매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면서 더 성공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해외여행과 거주 경험이 많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해외파에게는 익숙한 풍경의 향수를, 국내파에게는 이국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코스트코는 친절한 할인 매장은 아니다. 주말에는 주차난으로 유명하고 연간 회원으로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진입 장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수입 냉동식품과 생수 등 코스트코에서만 판매하는 상품도 있다. 특히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해외 소싱 제품들이 입소문을 탔다. 먼저는 수도권 소비자를 끌어들였고 다른 지역으로 파급효과가 커졌다.


한마디로 ‘싸고 좋은 물건’이 있다는 게 이유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코스트코는 싸고 좋은 물건을 판매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고 상품 그 자체보다 ‘마트 문화’를 판매하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다.


코스트코의 차별화 포인트는

코스트코의 첫째 차별화 포인트는 타깃 시장이다. 코스트코에선 카트를 끌고 다니는 풍경이 매우 일상적이다. 박스째 물건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도소매 융합의 지점에서 ‘특화된 시장’을 개발했다.


국내 유통업이 리테일 상점 위주라면 코스트코는 도매로 분류된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코스트코는 최고의 매입처 중 하나다. 실제 매출액에서 B2B 비율이 낮지 않다. B2B 고객은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특징이 있다. 효율성은 더 올라간다.


물론 소매 고객들도 있다. 코스트코에선 3~4명의 고객이 상품을 구매한 후 필요한 만큼 나눠 갖는 이색 풍경도 목격되곤 한다. 이처럼 도소매 융합의 지점에서 시장을 개발해 고객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와 같은 도매업을 영위하는 할인점으로는 독일의 ‘메트로(Metro)’가 있다.


또 하나의 차별화 포인트는 효율성에서 나온다. 다양한 비즈니스나 제품군을 확대하지 않고 철저하게 효율화 전략을 펴는 데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 흔히 코스트코는 박리다매의 성공으로 알려져 있다. 대량으로 값싸게 팔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핵심은 ‘소품종 대량 판매’다. 취급 품목 수(SKU : Stock Keeping Unit)를 대폭 줄여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월마트의 SKU가 약 15만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코스트코의 물품은 4000여 종류에 그친다. 국내 대형마트도 약 3만~4만 개의 SKU를 가진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카테고리별로 검증된 2~3개 제품만 선별해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우후죽순 물건을 늘어놓지 않고 좋은 품질의 제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다. 취급 제품 수가 줄어들면 품목당 판매량이 더 늘어나고 협력 업체에 대한 바잉 파워가 생기면서 가격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또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교체한다. 고정된 카테고리 안에서 취급되는 아이템들은 매달 새롭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박리다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추구하지만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플러스알파의 가치, 바로 ‘쇼핑 경험’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테고리별로 취급 아이템을 계속 바꾸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안겨준다”며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쇼핑만을 목적으로 두지 않고 구매 과정에서 체험의 즐거움을 찾는 게 특징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코스트코는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면서 고객으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꼭 코스트코에 들르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독특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며 “취급 상품 수를 최소화하되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을 집중 연구하면서 수시로 변화를 준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차이도 감지된다. 일반적으로 유통업의 수익 모델이 판매에서 나온다면 코스트코는 ‘유료 회원제’가 첫손에 꼽힌다. 이에 따라 상품을 많이 판매해 매출과 마진을 늘리는 것보다 유료 고객을 충성도 높은 로열 고객으로 유인하고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목표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이 운영되는 이유다.


코스트코에선 일종의 입장권에 해당하는 멤버십 카드를 가져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비즈니스 회원은 연간 3만원, 일반 회원은 연간 3만5000원을 내면 멤버십이 된다. 지난해 코스트코 영업이익의 72%가 회원들의 연회비 수입에서 나왔다. 이호근 교수는 “유료 회원을 많이 확보할수록 이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이를 위해 마진을 낮추는 등 여러 유인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준 코스트코의 연회비 갱신 비율은 약 90%에 달한다.


미리 확보한 현금으로 투자도 가능해

회원제의 또 다른 이점은 또 있다. 조명광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는 “한 번 연회비를 낸 회원들은 또다시 코스트코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객을 잡아두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가용 현금이라는 이점이 있다”며 “현금으로 충전된 돈으로 금융 투자 등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회원제 운영에서의 관건은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대표적인 게 ‘1국가 1카드’ 원칙이다. 경쟁을 통해 선정된 단 한 곳의 카드사에 독점적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이다. 한국에선 삼성카드와 제휴했다가 최근 현대카드로 제휴사를 바꿨다. 일반적으로 코스트코의 카드 수수료는 0.7% 수준이다. 조명광 대표컨설턴트는 “카드 수수료를 낮춰 회원들에게 최대한 물건을 싸게 팔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이익을 더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5% 저마진 정책’도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코스트코는 창업 이후부터 15%의 마진율을 고수하고 있다. 마트가 약 25~30%, 백화점이 30~40%, 홈쇼핑이 40~50%의 마진율을 가지고 있는데 15%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자체 브랜드(PB) 상품은 더 낮은 마진으로 운영된다. 코스트코에는 PB 브랜드인 커틀랜드가 있다. 생수와 와이셔츠 등으로 유명하다. 이승환 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은 “제품의 원가율만 보면 91%로 소비자에게 이득”이라며 “다른 데서는 살 수 없고 싸고 좋은 제품들이 있어 개인적으로도 애용하는 편이다. 저마진을 유지하면서 PB 브랜드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은 대형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 정책을 펴는 것과 마찬가지의 유인책”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의 성공 비결은 ‘마트 문화’를 판매하는데서 나온다. 코스트코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보수적인 확장 정책을 펴왔다. 물건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쇼핑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선별된 고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회전시키고 낮은 마진과 유인 상품들로 고객의 재방문을 촉진하는 것이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코스트코만의 길이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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