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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고독사 대응 “중년도 늦다”

[TREND 글로벌 현장]

엔딩 노트 기록하고 보험 상품 가입…고독사 비즈니스도 각광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가족은 힘들고 혼자는 외롭다. 정확하게는 결혼은 어렵고 싱글은 외롭다. 모호하되 절실한 시대 화두다. 모두가 동의하지는 못해도 완벽하게 틀리지도 않은 명제다. 가족 구성의 생애 단계에 진입한 2030세대에겐 특히 그렇다. 둘 중 하나의 선택 기로에 서지만 어떤 카드도 후회·불안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는 독신화에 무게를 싣는다. 50세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비혼자라고 칭하는데 갈수록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적 본능조차 억누른 금전 압박의 무게 때문이다. 부담을 떨쳤더라도 마냥 자유롭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라는 불안·불편이 결국엔 고독사의 걱정·부담으로 연결된다.


요즘 일본에선 고독사 대응 전략이 화제다. 비단 나 홀로 살아온 평생 비혼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황혼 이혼이 염려되거나 자녀 봉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고독사 불안감을 지우기 어렵다. 누구든 잠재 대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유비무환이 최고다. 고독사로부터 벗어나는 대응 전략의 연령 기한은 4050세대가 최후 라인이다. 결국 현역 생활 때부터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최근 NHK의 ‘클로즈업현대’는 현역 세대가 고독사로부터 벗어나려는 사전 준비 차원의 생존 기술을 취재, 화제가 됐다. 남성 23%, 여성 14%가 혼자(평생 비혼율)인 싱글 사회 일본의 단면이다(2015년).


고독사 서바이벌은 이른바 죽음 준비를 뜻하는 신조어인 슈가쓰(終活)에 속한다. 시장 규모가 10조 엔대로 급성장한 산업답게 장례·묘지부터 의료·간병은 물론 유언·상속의 재산 정리와 가족·친구와의 관계 설정까지 아우른다. 2011년 동명 영화 ‘엔딩 노트’가 화제를 모으며 출판업까지 가세했다. 특히 중년 인구라면 엔딩 노트 한두 권쯤은 일반적일 만큼 죽음 준비의 각종 활동이 확산·안착된 분위기다. 엔딩 노트가 아니더라도 사고·돌연사가 잦아졌기에 황망한 최후를 대비해 남겨진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관련 정보를 적어두자는 판단에서다. 전문 자격증(슈가쓰 라이프 케어 플래너)까지 나왔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늙는다는 것은 언젠가 혼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함께하지만 부모는 죽고 자녀는 떠날 수밖에 없다. 기혼이든 미혼이든 남겨진 가족 걱정은 똑같다. 죽음 준비와 관련해 확산세인 세미나에선 이런 대비책이 인기 주제다. 4050대의 현역 세대에겐 고독사만큼 걱정되는 게 가족 이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에 한정, 사후 2일 이상 경과해 발견된 고독사만 연 2만7000건에 달한다(닛세이기초연구소). 평판을 고려해 쉬쉬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 사례는 훨씬 웃돌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돋보이는 대비책 중 하나는 ‘느슨한 가족’이다. 가족까지는 아니지만 가족 기능을 대체해 줄 타인과의 관계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한 이들이 멤버로 구성된다. 일상적인 안부 확인이나 교류회를 통해 안면을 익히며 유대감을 강화한다. 서로 비슷한 처지인 만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응원하거나 정보 교류 등이 고무적이다. 최종적으로는 근처에 살거나 함께 거주하는 대안까지 거론된다. 늙어갈수록 체력 염려나 도움 요청이 잦아진다는 점에서 근거(近居)와 동거(同居)를 통해 심리적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고독사 걱정은 평생 비혼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가족이 있어도 고독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배우자·자녀가 있음에도 고독사를 불안해하는 2060세대의 비율이 57%에 달한다. 가족이 없는 독신 응답자의 불안 비율(63%)과 큰 차이가 없다(오토나노시라베). 특히 성별로는 현역 여성의 불안감이 압도적으로 높다.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데다 유대·관계성을 중시하기에 체감 불안감이 더 높기 때문이다.


고독사의 걱정은 외롭게 죽고 싶지 않다는 호소로 시작하되 대부분은 사후 민폐를 줄이려는 의도로 연결된다. 어차피 죽음이란 게 가족·지인에게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지만 무방비의 고독사라면 그 정도가 커진다. 이 때문에 민폐를 최소한으로 줄이자면 대응 전략을 세워두는 게 필수 과제다. 가령 사후 수속의 골칫거리가 서류·재산 등으로 압축된다는 점에서 보관 장소와 처분 방식을 손쉽게 정리·보관하는 식이다. 시중의 엔딩 노트처럼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일상 정리처럼 손쉽고 편안한 형태의 기록물도 권유된다. 보다 적극적이면 가족과의 대화·인터뷰처럼 엮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건을 줄이는 집 안 정리도 고독사 대응법

고독사 대응과 관련해 불필요한 가재도구 등 물건을 줄이는 집 안 정리도 회자된다. 사후 유품 정리만 해도 상당한 수고가 들기에 생전에 최대한 소유물을 줄여 미리 대응하는 형태다. 대형 평수의 집을 허물고 소형 공간으로 바꾸거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최대한 덜어내는 방식이다. 아사히신문 기자에서 작가로 변신, 큰 화제를 모은 ‘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처럼 무소유를 실천하는 이도 생겨났다. 그녀의 ‘동네가 우리 집 계획’처럼 집에서의 생활 완결 대신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등 소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집 밖에서 생활하니 자연스레 주민과의 연결 기회가 늘어나 공동체의 소속감도 증진된다.


고독사 문제 해결에 나선 조직도 증가세다. 신원을 보증해 주거나 안부를 확인해 주는 사업 모델이 활황이다. 비영리기관인 NPO도 고독사를 중대한 사회문제로 인식, 지역사회와 연계해 대응 체계를 제공해 준다. 의사 표현이 불가능할 때 희망하는 의료·간병 형태를 대신 알려주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신청·이용자는 의외로 현역 인구가 태반이다. 고독사 사례 중 환갑 이하가 40%를 차지한다는 현실 통계가 이를 대변한다(2016년). 먼 훗날의 이슈가 아닌 눈앞의 상황 발생도 이상하지 않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암처럼 평소 질환이 있다면 미룰 수 없는 해결 과제인 셈이다. 드문 사례지만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 등의 관련 단체에 등록해 최후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는 점에서 고독사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시중 보험회사는 ‘고독사보험’을 내놓아 화제다. 인생의 청산 비용을 보험 대상으로 삼는 사례다. 임대 물건의 주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인데 고독 사망자 1명당 처리 비용과 원상 복귀 비용 등만 평균 60만 엔(616만원)대 전후일 정도인데도 문의가 잇따른다. 이런 사고 물건을 리모델링하는 건설 수요도 증가세다. 반면 고독사를 염려하는 개인 대상 보험도 나왔다. 집주인이 집을 빌려줄 때 보험 계약을 조건으로 거는 곳도 증가세다. 고독사가 발생한 후 유체 처리를 도맡는 특수 청소업도 나날이 성장 중이다. 평균수명의 연장 속에 평생 비혼도 급증한다는 점에서 고독사를 사업 모델로 삼는 관련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고독사를 포함한 죽음 준비는 역설적이게도 살아 있음을 재검토하는 기회도 된다. 죽음을 의식하니 어떻게 살지가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직 시간 여유가 있기 마련인 현역 세대의 고독사 대응 체계는 삶을 재조명해 주는 절호의 찬스다. 현역이기에 시간을 역산해 금전 계획을 한층 구체화할 수 있는 데다 가족 관계를 더 돈독하게 채울 수도 있다. 관계성을 키우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더 적극적인 노력까지 생겨난다. 빡빡한 현실 생활을 재구성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기대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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