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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금지는 정당?…유럽인권재판소 판결 ‘눈길’

[글로벌 현장]

1919년 이후 불허정책 고수해온 독일 정부 승소,“인권 침해 아니다”


[한경비즈니스=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통신원] 최근 유럽 법원이 독일 홈스쿨링 가족에 대해 내린 판결로 독일 내 홈스쿨링 금지 문제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유럽인권위원회의 최고 인권법원인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 1월 10일 자녀들에 대한 홈스쿨링 권리를 위해 수년 동안 법적 투쟁을 해 온 독일 헤세 주의 더크 원데리히 씨 가족에 대해 독일 내 불법행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 당국이 그들의 자녀들을 학교에 가도록 강요한 것이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종교적 이유로 학교 대신 홈스쿨링, 아이들 퇴거 조치

분쟁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8월 29일 40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우리 집 앞에 서 있던 그날은 우리에게 가장 끔찍한 날이었다”고 원데리히 씨는 회상한다. 33명의 경찰관과 7명의 청소년 복지사들이 그의 집을 찾은 이유는 독일에서 불법으로 금지된 것을 알면서도 원데리히 씨 가족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교육 당국은 그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느니 차라리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이웃에게 확인했다고 밝히며 4명의 자녀들을 강제로 집에서 퇴거시켰다. 원데리히 씨는 “자신을 모함하는 터무니없는 발언”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아이들은 약 3주 동안 집을 떠나 부모와 격리돼 있어야만 했다. 그 후 아이들은 다시 집에 돌아왔고 더크와 페트라 원데리히 부부는 자녀들에 대한 양육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홈스쿨링이 아닌 정부가 승인한 교육 프로그램에 보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이 가족은 미국의 두 단체인 홈스쿨법적보호협회와 국제자유연맹(ADF) 등의 도움을 받아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원데리히 씨 측은 정부가 4명의 자녀들이 정부가 승인한 지역 학교에 다니도록 강요함으로써 가정과 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유럽인권협약 제8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제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생활과 가족들의 삶, 가정과 서신 등을 존중 받을 권리’와 ‘법률에 따른 권리, 국가 안보를 위해 민주사회에 필요한 것 외에는 공공기관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족을 도운 두 단체 역시 “독일의 홈스쿨링 정책은 아이들을 위한 최상 형태의 교육을 선택할 부모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제 인권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인권재판소는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 받고 사회화됐다는 충분한 증거를 가족이 제공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고 의무적인 학교 출석을 시행한 정부의 대응이 유럽인권협약 제8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며 원데리히 가족이 유럽인권협약하에서 홈스쿨링을 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법원은 “원데리히 씨의 진술, 가령 그가 아이들을 부모의 ‘재산’이라고 생각했다는 것과 같은 진술을 고려할 때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돼 있고 가족 외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음으로써 신체적 온전함에 위험요소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독일 당국이 합리적으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판결에 대해 원데리히 씨 측은 즉각 반박했다. 원데리히 씨 가족을 대표하는 법률 단체인 ADF의 폴 콜먼 전무는 “이번 판결은 독일의 홈스쿨링 정책이 자녀 교육과 양육을 담당하는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권 법원에 의해 인식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콜먼은 “이번 판결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자유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홈스쿨링 전문가이자 홈스쿨법적보호협회의 국제 홍보 책임자인 마이크 도넬리 역시 “이 판결로 커다란 차질을 빚었지만 우리는 독일이나 유럽 전역에서 그들의 아이들을 홈스쿨링하는 부모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인권협약 제8조 두고 법적 공방 6년, 결국 패소

원데리히 씨 부부 역시 “이날은 가족에게 좌절의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의 법적 투쟁 끝에 이 판결은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극도의 좌절감을 준다”며 “유럽인권재판소가 우리가 독일 당국에 의해 당한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판결 후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거듭 밝히고 나섰다. 둘 다 평범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원사인 원데리히 씨 부부는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4명의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교육해 왔다. 부부는 자신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큰 불만 없이 다녔지만 자신들의 시대 이후 학교가 변해 왔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사들이 교실에서 일을 덜 하면서 아이들이 대부분의 학습을 숙제로 하기를 기대한다는 게 부부의 주장이다. 그들 부부는 자신들이 기독교 원격 학습 학교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을 가르쳐 왔고 언제든지 관련 당국이 그들을 점검하도록 제안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들의 자녀들이 적절한 사회성을 갖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은 다양한 클럽과 단체 참여를 강조해 왔고 가족 모임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 환경이라고 믿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ADF 측에 따르면 원데리히 씨 부부는 이번 판결에 불복, 유럽인권재판소 내 최고위급인 그랜드 챔버에 항소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의무교육이 법제화된 1919년부터 홈스쿨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독일은 올해로 금지 100주년을 맞는다. 원데리히 씨 가족을 비롯해 홈스쿨링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있어 왔지만 교육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의무교육에 대한 일반적 면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독일 정부의 공식 방침이다. 드문 예외로는 심각한 질병이 있거나 외교관 자녀, 아역 배우와 같이 일하는 어린이 등이 해당된다. 다만 홈스쿨링을 위해 미국으로 망명하거나 홈스쿨링이 가능한 유럽 내 다른 국가로 이주한 사례 등은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5명의 자녀들을 홈스쿨링으로 교육해 자녀 양육권을 잃을 위험에 처한 로마케 씨 가족은 미국으로 망명, 기나긴 법정 투쟁 끝에 2014년 망명을 허가 받았고 종교적 이유가 아닌 공립학교의 질적인 문제 때문에 홈스쿨링을 택한 노이브론너 씨 가족이 프랑스로 이주한 사례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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