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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 가고 있는 ‘하나의 유럽’이란 꿈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브렉시트 이어 ‘사상 초유’ 이탈리아 예산안 사태 발생…EU 내부 문제 재검토해야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20세기 초 옛 유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자유사상가에 의해 구상된 ‘하나의 유럽’이라는 원대한 꿈이 이탈리아 예산안 사태를 계기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이다. 이탈리아 사태를 계기로 유럽 위기가 재현되면 위기의 성격과 범위 면에서 7년 전 유럽 재정 위기와 달리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과거 유럽 재정 위기와 상황 달라


앞선 유럽 위기가 특정 회원국의 재정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이탈리아 사태는 정치적 포퓰리즘에 기인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또 다른 하나는 더 이상 유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위기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의 본래 기능을 감안할 때 이탈리아 예산안이 조속한 시일 안에 재조정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마찰로 10년 동안 유지돼 온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종전과 달리 이탈리아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위기 극복 주체나 해결 방안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위기 극복 주체가 교체되는 것으로 지금까지 7년 전 개별 회원국의 재정 위기는 통합에 따른 이점이 많았던 프랑스와 독일이 위기 극복의 책임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유렵연합(EU)이 직접 나선다는 점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위기의 범위가 글로벌 성격을 띠는 만큼 국제 금융시장 안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구제금융 신청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신흥국 금융 위기와 이탈리아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국채 발행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태가 발생한 직후 EU와 IMF가 직접 나선 것은 대부분 회원국에서 위기 가능성이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진단 지표가 자주 활용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단기 투기성 자금의 이탈 여부는 △자산 인플레 정도 △유입된 외국 자금의 건전도 등으로 평가된다.


중·장기 위기 진단 지표는 대상국의 △해외 자금 조달 능력 △국내 저축 능력이다. 이 중에서 단기 위기 진단 지표가 악화되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도 경험한 것처럼 대상국의 해외 자금 조달 능력에 곧바로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민간 부문의 저축률과 재정수지로 표현되는 국내 저축 능력이 더 중시된다.


골드스타인의 위기 진단 지표를 적용해 유로 랜드 19개 회원국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해 보면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원국에서 위기 가능성이 여전히 높게 나온다. 특히 유럽 재정 위기 이후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것이 유로 랜드 회원국의 위기 대응 능력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다만 앞으로 EU와 IMF가 유럽 위기 극복에 나선다면 다양한 해결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이탈리아 사태만 하더라도 기존의 긴축안과 구제금융안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하거나 지급보증을 해주고 IMF도 자본 부족 국가에 지급하는 예비 신용공여를 제공할 수 있다.


◆유로화 가치도 재설정 필요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탈리아가 재정 긴축안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방안이다. 그리스 사례처럼 위기가 발생하면 부채 감축과 경기 회복 등 자력으로 구제에 성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원론적인 방안이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처럼 당장 엄청난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현실성이 결여될 뿐만 아니라 긴축 강화에 대한 국민의 저항도 예상된다.


차선책으로 IMF가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통상적으로 취하는 예비적 신용공여다. 조건부로 예비적 신용공여 라인을 만들면 이탈리아가 한숨을 돌릴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충분한 규모가 아니면 투자자 불안을 더 촉발할 가능성도 높은 방안이다.


이탈리아가 재정 긴축안 집행에 차질을 빚게 되거나 자구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을 받는 것도 쉽게 접근 가능한 방안이다.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신용을 회복할 때까지 3년 정도 채권시장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관건은 구제금융 규모다.


EU의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안정화기금(ESM)이 추가적으로 확보되지 않는 한 이탈리아의 부실 채무 규모가 워낙 커 구제금융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공감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U가 직접 이탈리아 부채에 대해 무제한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도 일부 유럽 국가가 주장하고 있다. EU가 이탈리아에서 발행되는 모든 국채를 매입하거나 이탈리아에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등 위기 대응 기능을 극대화하자는 목적에서다.


현실적으로 ESM과 IMF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제시되고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EU 근간이 되는 리스본 조약에 위배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하더라도 유럽 위기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자본 편중국인 중국과 국제 신용 평가사가 위기 극복에 모두가 동참하는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유럽 국가도 유로화 가치 설정, 재정 통합 결여 등 통합이 갖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CB도 이탈리아 예산안 사태를 둘러싼 유렵 재정 위기 재현 우려와 주변국의 재정 건전성 문제 부각, 내년 3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현실화에 따른 유로존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올해 말 양적 완화 종료 이후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 전략 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11월 교체될 새로운 ECB 총재의 성향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탈리아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극한 상황에서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던진 말 한마디가 먼 훗날 제대로 평가받으면서 ‘지동설(heliocentric theory)’이 확고해졌다.


이탈리아 사태로 유럽 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로운 위기 극복의 싹을 경제 주체들이 읽어야 나중에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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