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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전세시장, “세입자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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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작성일자2018.11.09. | 22,742 읽음

- 9·13 대책 발표 이후 전세 매물 쏟아져

- 수천·수억 하락에 ‘역월세’까지 등장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통상 9~11월은 가을 이사철로 전세시장이 들썩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짙은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세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셋값이 내려가고 전세 매물이 풍부하지만 세입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마포구 등의 아파트 전셋값 하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됐던 일부 신도시는 대규모 전세 물량이 쏟아지며 전셋값이 폭락하는 등 가격 조정이 심하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전셋값이 떨어지다 보니 세입자가 나갈 때 대출받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강남에 이어 용산·마포구도 하락세


11월 1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3% 하락하며 전주(-0.01%)보다 낙폭이 커진 가운데 서울 전셋값(-0.01%)은 지난 6월 말 이후 19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특히 강남 3구인 강남구(-0.03%)·서초구(-0.05%)·송파구(-0.04%) 등 강남권 전셋값도 일제히 떨어졌다.


강북의 최고 인기 지역인 용산구는 무려 전주에 비해 전셋값이 0.19% 떨어졌고 최근 인근 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가 늘어난 마포구도 래미안푸르지오 등에서 급전세가 나오며 이번 주 마이너스 0.06%로 하락 전환됐다. 이 밖에 강서구(-0.09%)와 동작구(-0.05%)·서대문구(-0.05%)·은평구(-0.02%)도 전셋값이 내렸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 못지않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던 용산구는 지난 6월 최고 5억원에 거래됐던 도원삼성래미안 전용 59㎡ 전세 매물은 현재 4억~4억1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


용산구 도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급매물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며 “거래는 계속되고 있지만 전세를 급하게 구하는 사람보다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마포구는 전세 물량이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전셋값 폭락도 크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59㎡는 지난 7~8월만 해도 전셋값이 5억7000만~5억8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5억~5억1000만원까지 내려간 물건도 있다"며 "하지만 세입자 1명 구하기도 녹록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다주택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도 대출이 막혀 전셋값을 급하게 내린 뒤 새 임차인을 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강남 3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재건축 수요가 많은 강남은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오히려 전세금이 하락한 만큼 이자를 주는 ‘역월세’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의 한 세입자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역월세 제안을 받았다.


집주인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전세 보증금을 한 번에 돌려줄 수 없다면서 돌려주지 못한 보증금 차액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재건축에 따른 이주비가 나오면 전세 보증금을 한 번에 갚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송파구 가락삼익맨숀은 지난 7월 4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전용 127㎡가 현재 4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강남의 전셋값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연말까지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가 1만5000여 가구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송파구는 12월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 입주 물량 몰린 신도시·경기남부 직격탄


주택 수요에 비해 입주 물량이 대거 몰린 서울 외곽 신도시나 경기도 지역도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입주 물량이 몰려 있는 남부권(용인·화성·평택·오산시 등)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아파트 잔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빚을 내 전세금을 빼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말까지 6000가구 이상이 더 입주할 예정인 화성시 동탄 2기신도시는 지난 8월 말 최대 1억6000만원까지 형성됐던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10.0’의 81㎡ 전세 시세가 현재 최대 2배 이상 저렴한 8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또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2차 아파트(84㎡)’와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3.0(84㎡)’도 각각 평균 시세보다 5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다. ‘동탄파크푸르지오(74㎡)’는 평균 전셋값(1억9000만원)보다 최대 1억원 이상 빠진 채 거래되고 있다.


동탄2신도시 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출이 많은 1억원대 매물이 올라오기도 한다”면서 “동탄2신도시는 조정지역으로 분류돼 정부의 부동산 대책 여파의 위기감이 아무래도 전세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이 많은 평택도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평택 동삭동 A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를 고려하면 아파트 전용 84㎡ 전세 시세가 2억원은 돼야 하는데 워낙 공급량이 많다 보니 1억5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추고 있는데 임차인들은 더 싼값에 집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권과 가장 가까운 위례신도시도 전셋값 하락이 뚜렷하다. 강남권에 대규모 재개발 물량이 쏟아지면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전셋값이 1억~2억원 정도 빠진 단지가 즐비하다. 위례신도시 세입자들 중에는 ‘헬리오시티’를 기회로 삼는 이들이 많다.


위례신도시 전세금 하락은 강남 3구보다 더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위례신도시에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전세금이 1억~2억원 넘게 내린 단지들이 늘고 있다.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2016년 1월 입주, 972가구)’ 101.1㎡는 작년 12월 6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5월 4억8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6개월 만에 1억9000만원이 하락했다.


◆ 세입자 구해야 하는데 매물도 못 올려


최근 전셋값 하락이 큰 일부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세입자의 대규모 이탈과 전셋값 하락이 지속되자 입주민들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주로 매매가격만 신경 쓰던 입주민들의 감시망이 넓어진 것이다.


당장 세입자에게 집을 빼줘야 하는 집주인은 급하게 매물을 내놓아도 중개업소가 이렇다 할 매물 정보를 올리지 않는다. 중개업소 매물 안내판에도 정보를 찾기 힘들다. 당연히 인터넷 부동산 매물 정보 사이트에서도 매물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중개업소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항변한다. 매물을 올리면 입주민들이 단체로 허위 매물로 신고하고 해당 중개업소와는 거래하지 못하게 공모하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민 부녀회를 중심으로 압박이 심하다”며 “요즘은 아예 포털 사이트에 등록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는 손님들에게만 소개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짙은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세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셋값이 내려가고 전세 매물이 풍부하지만 세입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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