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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두려워하는 대기업 …‘모험 기업’이 새 판 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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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작성일자2018.05.17. | 1,635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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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A to Z ]

-기존 산업에 지분이 없는 ‘신참자’들이 생태계 확장의 동력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스마트콘트랙 : 신뢰혁명' 저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5월 2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은행은 이사회 승인에 따라 자체적으로 비트코인 선물 상품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라나 야레드 골드만삭스 이사는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가치를 저장하는 훌륭한 대체 수단이라고 말하는 고객들이 점점 많아졌다”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월가의 금융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관련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사실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라는 소식은 계속 흘러나왔다. 올해 초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이 원한다면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취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2월에는 골드만삭스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결제 회사인 서클이 무려 4억 달러나 되는 거액에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니엑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서클은 거래 규모상 세계 14위인 폴로니엑스 인수를 발표하면서 지구적인 규모의 토큰 공개시장을 만들 계획이라는 야심을 밝히기도 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관심은 훨씬 전부터 있었다. 2014년 3월 골드만삭스의 산하 연구소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비트코인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구별하는 유행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소문자 b로 시작되는 비트코인은 실질적인 통화가 될 수 없지만 대문자 B로 시작되는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은 전도유망하다”고 결론 내렸다. 여기서 대문자 B는 바로 블록체인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의 이런 접근 이후로 비트코인은 거품, 튤립, 협박 갈취(ransomware), 피라미드 사기와 같은 부정적인 어휘들과 연결돼 보도된 반면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혁신 기술, 신뢰 플랫폼같이 긍정적인 단어들로 수식됐다.


‘비트코인은 나쁘지만 블록체인은 좋다’는 인식을 조장했던 골드만삭스로서는 바로 그 소문자 b의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여간 체면 깎이는 일이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미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재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투자자들만 상대하는 투자은행이기에 지금 체면만 따지고 있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이보다 더 쉽게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진) 비트코인 사업을 시작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열린 태도’ 가져야 살아남아


물론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보도도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수년 동안 요란하기만 했던 블록체인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5월 가트너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관과 회사들은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데 관심이 별로 없다. 가트너가 주요 회사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거나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이들은 무려 77%나 됐다.


가트너가 설문 대상으로 삼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토큰 생태계(token ecosystem)를 고려하지 않은 기술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구분해 생각하는 것은 토큰 생태계라는 거대한 물결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사고는 인터넷 도입 초기와 비슷하다. 인터넷을 총체적인 생태계가 아닌 신기술로만 이해한 많은 기업들이 인트라넷을 중심으로 투자했다. 보안과 확장에서의 약점이 인터넷의 치명적 한계라는 믿음이 지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닷컴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업들이 인터넷 생태계를 거대한 정글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비하면 인트라넷은 고립된 섬에 불과했다. 생태계를 확장한 새로운 서비스들은 새로운 기업을 통해 이뤄졌고 그 기업들이 오늘날 모두가 아는 거대한 기업들로 성장했다.


단일 기업이 파괴를 동반하는 혁신 기술을 받아들일 때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친다. 사실진정한 혁신은 거부해야만 기존의 조직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 기술은 대체로 성숙된 기업의 연구소에서 탄생하지만 혁신 기술로 시장을 파괴하는 것은 새로운 모험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한 코닥은 필름 산업에서의 1등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다 필름 산업과 함께 도태됐다. 경영학에서 아주 유명한 사례다.


◆빠르게 성장하는 블록체인 기술


블록체인은 스마트 콘트랙이라는 신뢰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마트 콘트랙은 거의 대부분의 산업 토대를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은 기업 내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보다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데 더 유용하다. 결국 생태계를 확장하는 힘은 기존 산업에 자기 지분이 없는 신참자들의 원대한 아이디어와 무모한 도전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든지 토큰화해 화폐처럼 만들어 내는 블록체인의 속성 덕분에 이 무모한 도전들이 의외로 쉽게 자양분을 얻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 기술이 촉발할 산업 지형의 파괴와 변형도 현재 진행형으로 봐야 한다.


가트너의 조사는 어쩌면 블록체인이 파괴할지 모를 기업의 담당자들에게 ‘당신 회사가 블록체인에 파괴당할 것으로 보이느냐’고 질문한 셈이다. 이 설문에 ‘그렇다’고 응답할 수 있는 배짱과 겸손, 무엇보다 열린 마음을 갖춘 조직만이 파괴적 혁신을 견뎌내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역시 시장의 역사가 반복해 검증해 주려는 미덕일지 모른다.


(사진) 비트코인 사업을 시작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돋보기 :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1시간 만에 자동차보험금 지급하는 ‘카스코2고’


블록체인이 구현하는 스마트 콘트랙은 보험 산업을 파괴한다. 자동차보험은 소수의 부주의한 운전자들이 거의 대부분의 사고를 유발한다. 즉 안전하게 운전하는 대부분이 소수의 과실을 떠받치는 구조다. 또 사고 보상에는 사기가 만연해 있다. 보험회사 아비아(AVIA)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실시한 비밀 조사에 따르면 10건 중 9건의 보상 청구가 정직하지 않았다.


4월에서 5월까지 스위스에서 암호화폐 공개(ICO)를 진행하고 있는 카스코2고(KASKO2GO)는 사용 기반 보험(UBI : Usage-based Insurance)을 자동차보험에 도입한다. 이스라엘의 군사기술까지 차용했다고 하는 센서를 이용해 사기 보험 청구도 걸러낸다. 사진을 찍어 보내면 사고로 훼손된 부분을 정확하게 감별하고 피해 보상액까지도 추산한다. 이 때문에 사고 접수부터 보상까지 짧게는 1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다. 보험 사기와 관련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대한 데이터도 반영하므로 보험료가 30% 이상 저렴하다.


교통법규를 지킬수록 보험료가 낮아지고 그 반대는 보험료가 증가한다. 또 차량의 상태가 블록체인에 업데이트 돼 있기 때문에 과거의 파손을 보험회사에 청구하기 어렵다. 이런 정보가 공유될수록 보험 산업은 더욱 저렴하면서도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보험회사들이 자기 고객들의 정보를 다른 경쟁 회사와 공유하는 데는 거대한 심리적 장벽이 있다. 경쟁자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타성 때문에 기존 기업들의 자생적 협력만으로는 분산 장부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의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경계의 파괴는 카스코2고와 같은 새로운 참가자의 혁신을 통해 이득을 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만들어야 하는 몫이다. 이런 기업들을 배양하는 인큐베이터가 바로 ICO라는 토큰 생태계의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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