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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부터 성주까지, 주한미군기지 반대운동 30년

조회수 2017. 6. 16. 08: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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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매향리에서 시작된 기지반대운동이 제주 강정과 경북 성주, 그리고 다시 매향리에서 이어지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반대운동. 

그 역사는 약 30년 전부터 시작된다.


출처: 한겨레 김명진 기자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서 기지반대운동은 시작됐다. 매향리에 미 공군 쿠니 사격장이 운용된 1955년부터 소음 등 여러 피해를 입은 주민은 모두 4천여 명. 오폭 및 불발탄으로 사망한 수만 13명이다.


30여 년 고통의 세월을 견디다 ‘매향리 미 공군 국제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가 결성된 게 1988년 6월이었다. 이듬해에는 주민 700여 명이 목숨을 걸고 팀스피리트 훈련 기간에 폭격장을 점거했다. 34년 만에 주민 스스로 폭발음을 멈춘 것이다.

출처: 민중의소리

주민들은 소송을 시작했다. 6년을 끈 소송에서 대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었다. 2005년 뒤이은 소송에서 주민 1889명이 승소의 기쁨을 누렸다. 2005년 9월 주한미군은 결국 매향리 쿠니 사격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쿠니 사격장은 농섬이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한국 현대사에서 평화운동이 일군 사실상 첫 번째 결실이었다. 사격장이 폐쇄되고 11년이 지난 2016년, 검은머리물떼새가 농섬을 처음 찾아와 둥지를 꾸렸다.

출처: 서울신문
매향리 이후 사격장이 있는 전국 각지에서 기지반대 대책위가 꾸려졌다.

윤금이씨 살해사건, 이태원 살인사건,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효순이·미선이 사건…. 미군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이 목격한 것은 한국 정부의 속수무책이었다. 그 무능의 끝에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있었다. 


평화운동의 시작이 매향리라면, SOFA의 불평등 문제를 둘러싼 싸움의 출발점은 군산이었다. 문정현 신부가 앞장선 군산시민모임의 활동은 1997년 한국 민간항공기가 군산 미군기지 내 활주로를 사용하려면 미군에 사용료를 내는 데 비해, 미군은 관련 임대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는 상식 밖의 불평등을 인식하면서 시작됐다.


군산의 SOFA 개정 운동은 1999년 10월 전국 지역농민회, 평화운동단체, 인권단체 등이 참가하는 ‘불평등한 SOFA 개정 국민행동’의 모태가 됐다. 

출처: 한겨레, 노순택 작가 제공

“우리 땅을 돌려달라”는 미군기지 반환운동도 있다. 미군기지 반환운동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다소 이념적인 논쟁에서 한 걸음 비켜서 ‘지역주민 생존권’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컸다.


대구에선 1993년부터 헬기장과 비행장 반환 문제로 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부산에서도 1995년 ‘부산땅 하야리아 되찾기 시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반(反)기지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출처: 부산시민공원

1997년에는 미군기지가 있는 전국 주요 도시의 지역단체들과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녹색연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우리땅 미군기지 되찾기 전국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2002년 3월 한-미 양국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을 체결했다. 한강 이북 미군기지를 반환하고 이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재편한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미군기지가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들이 나섰다. 경기도 이천, 수원, 성남, 서울 송파구에서 반대 대책위가 꾸려졌다.

미 제2사단 등 주한미군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2004년 8월 기지 부지로 선정된 대추리는 1990년대 매향리처럼 새로운 기지운동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당시 대추리로 각종 평화운동단체, 인권단체 등이 집결하면서 싸움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결국 2006년 5월 정부는 ‘여명의 황새울’이라는 작전명 아래 군과 경찰 1만여 명을 투입해 시위대 1천여 명을 해산시켰다. 미군기지 이전은 급물살을 탔다. 

출처: 한겨레, 고 김종수 기자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해군기지 반대운동도 2000년대 기지운동의 한 획을 그었다. 기지는 명목상 대한민국 해군의 것이지만, 미군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이어져온 미군기지 반대운동과 맥락이 다르지 않다.


기지 반대의 역사는 이제 경북 성주에서 쓰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민감한 전략 현안인 사드 문제를 국내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따져간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 사드 배치 철회가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출처: 연합뉴스

최근 매향리에는 지금 “미군 전투기 폭격 소음이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전투비행장 건설이냐”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지난 2월16일 국방부의 발표에 따라 경기도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가 된 것이다. 항공기가 뿜어낼 굉음의 공포에 매향리는 다시 긴 싸움을 준비하며 끓어오르고 있다. 


기지 반대 운동사는 다시 매향리에서 쓰일 것인가. 

검은머리물떼새는 농섬의 둥지를 지킬 수 있을까.



글 / 하어영 기자

편집 및 제작 /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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