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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은밀한 욕망

조회수 2016. 2. 23. 14: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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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은 테러와 상관 없다"
"나는 테러와 아무 상관 없으니 괜찮아."



결론부터 말하면 괜찮지 않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전산망에 침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정보원이 조사할 수 있게 돼 있다(제15조2항).
1. 민간기업의 정보통신망 침해도 국정원이 직접 조사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3년 1년 동안 정보통신망 침해 사고는 1만407건 발생했다. 더구나 ‘사고 조사’는 ‘수사’가 아니기에, ‘영장주의’(강제처분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 같은 형사소송법의 절차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다. 어느 날 국정원 직원이 영장도 없이 우리 기업을 방문해 ‘조사할 게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국정원이 '국가안보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판단하면 언제든 민간기업을 조사할 수 있다.




조사를 완료할 때까지 민간기업이 정보통신망 침해와 관련된 자료를 임의로 삭제∙훼손∙변조하지도 못하게 해놓았다(제15조6항).
2. 국정원은 기업의 전산화된 정보 모두를 알 수도 있다.

국정원은 그 기업에 알리지 않고 그 기업의 보안관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보안서비스 업체를 조사할 수도 있다. 모든 정보, 즉 전수 트래픽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은 보통이고, 보안관제 서비스 담당자를 통해 은밀히 기업 데이터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부 자료를 은밀히 조사하거나 엿볼 수 있고, 법무법인∙회계법인과 주고받은 의견서는 물론 내부 경영 전략 등 기밀 자료까지 다 조사하거나 엿볼 수 있다.




국정원에 우리나라 정보통신망의 안전과 보안을 책임질 수 있도록 사실상 모든 권한을 준다(제7조, 제10조).
3. 앞으로 우리나라 정보통신망 보안산업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국정원이 될 지 모른다.

보안 표준을 정하는 것도 국정원이고, 보안관제 서비스의 기준, 보안관제 센터의 기준, 보안관제 프로그램의 조건도 국정원이 결정할 것이다. 이미 국정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우리나라 보안관제 솔루션 인증을 통해서 소스코드까지 제공받고, 솔루션의 모든 기능을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 산하에 둘 사이버안전센터, 보안관제센터는 그 집행기관이 될 것이다(제10조, 제14조).
4. 국정원은 특정한 기능을 갖춘 보안장비 설치 의무를 부여할 수도 있다.

보안관제 솔루션은 대부분 정보통신망의 모든 트래픽을 별도의 공간에 저장해놓도록 하고 있고 실시간으로는 트래픽의 특정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도청 기능'이다. 




국정원이 직접 보안관제센터를 세워 전문 보안관제 서비스를 위탁으로 직접 제공하겠다고 한다(제14조 1항).
5. 국정원의 '은밀한 감시'는 민간기업에도 확장된다는 뜻이다. 

공공기관(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심지어 모든 초·중·고나 대학교도 포함된다)에 대해 국정원이 정보통신망 보호와 보안관제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은밀한 감시’라는 논란이 있어왔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이 역할을 민간기업에까지 확장하겠다는 속셈이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사이버테러는 그냥 정보통신망 침해를 말한다. 게다가 테러 정보와 일반 정보를 미리 구별하기도 어렵다. 이건 마치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교통망을 국정원이 관할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념 논쟁의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해외에서도 유래 없는 법이다. 민간기업은 항상 국정원으로부터 뒷조사를 당할 걱정은 물론이고, 이중삼중의 과도한 중복 규제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용자들로부터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국정원에 팔아넘긴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것이 분명하다. 이용자들은 국정원으로부터 안전한 ‘구글’이나 ‘텔레그램’ ‘페이스북’ 같은 해외 사업자의 서비스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정원의 과욕은 우리나라 정보통신망에 찬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국정원이 은밀하게 기업들을 조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들이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겠는가.

이은우 변호사
기획·편집 김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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