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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너무 잘하지 마요, 그러다 망해요

5년 전 '소월길' 들어와 성공적으로 가꿨지만 '나가달라' 통보 받은 유성남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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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고, 가게가 유명해지면서, 길이 입길을 탄다. 그렇게 동네 전체가 ‘핫플레이스’로 확장된다. 한국적 공간 소비의 가장 익숙한 패턴이다. 

출처조선비즈

소월길은 원래 이태원 경리단길과 해방촌 사이 작은 언덕길이었다. 대중교통 편의성이 떨어져 전혀 주목받지 못한 동네다. 5년 전, 유성남 셰프가 소월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그 한적함 때문이었다.


유성남 셰프는 CJ가 2007년 청담동에 처음 문을 연 ‘씨네드쉐프’의 총괄요리사였다. 5년간 씨네드쉐프를 이끌다 이후 아시아 랭킹 1위 클럽이던 ‘옥타곤’의 주방을 맡았다. 여기서 “하루 매출 2억8천만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목말랐다. 

“소박하더라도 내 가게를 하고 싶었다. 오너 셰프는 모든 요리사들의 꿈이다.”

출처MBC

그렇게 5년 전,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투자해 소월길 초입에 레스토랑 ‘브루터스’를 열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200만원.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하지만 낡은 건물이라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었다. 총 1억7천여만원을 들여 보강공사와 시설변경을 위한 투자를 했다. 


나중에 알았다. 그것은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의 몫이라는 걸. 그때는 상관없었다. 건물주는 “오래 있을 세입자를 구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 말이 든든했다.

출처코리아데일리

통상적으로 “레스토랑은 자리잡는 데 5년 걸린다”고 한다.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오다 가다 들른 손님이 아닌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들로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을 5년으로 잡는다.

“자신 있었다. 임대료만 저렴하면 음식으로 5년 안에 승부를 볼 수 있다.”

2015년 자료.

출처아시아경제

건물주는 가게를 시작한 지 2년 됐을 때 ‘나가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한동안 안 피우던 담배만 연달아 피우다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처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영세상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한번 계약하면 5년까지 장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임대료는 연간 9% 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한다.


유 셰프는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주인에게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설명했다. 그제야 주인은 “법이 그러하다면 알겠다”고 했다. 대신 월세를 30% 올려달라고 했다. 법이 정한 상한액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였지만, 얼굴 붉히고 지낼 순 없어 알겠다고 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2015년 개정됐으나 여전히 허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한국일보

얼마 전 건물주는 다시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제 5년이 됐으니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 탄핵 국면을 거쳐 이제야 장사 좀 할 만하겠다는 때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건물주와 몇 차례 불합리한 대화가 오간 뒤, 유 셰프는 장기전을 대비했다. 변호사,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치밀하게 자료를 준비했다.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내쫓으면 버틸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했다. 


교착상태가 되자 건물주가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400만원으로 다시 계약하되, 계약 연장은 1년 단위로 하자는 것이었다. “매해 임대료를 올리고, 1년 단위로 상투를 잡아 흔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한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돌았던 '헬조선의 폐업안내'

최근 5년 사이 소월길 인근 땅값은 거래가 기준 350% 가까이 치솟았다. 이태원 상권이 포화에 이르며 가팔라진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이들이 소월길 인근에 건물을 샀다는 보도가 이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 셰프는 “소월길이 이렇게 핫해진 것에 나름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이유로 엄청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브루터스는 소월길의 대표적 가게로 골목 내 다른 가게들을 견인하고, 건물주는 그 명성을 법정 상한액을 훌쩍 뛰어넘게 올리는 임대료 상승으로 확인한다. 훗날 부동산 가치로 더 보상 받을 수 있다.

출처tvn

하지만 유 셰프는 괴롭다. 임대료는 매년 30% 가까이 치솟지만 음식값을 그렇게 올릴 순 없다. 월급쟁이들은 연간 5% 안팎의 임금 상승이라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매년 30%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는 오너 셰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유성남 셰프는 “핫하다는 동네들에 왜 스타벅스와 대기업 계열 레스토랑들만 남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대료만 고공 행진을 하는 토대 위에서 다양성과 다름을 만드는 가게들”이 생존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출처한겨레신문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국가가 왜 이걸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다.” (유 셰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사업법 위반 현장 조사를 통해 ‘골목상권에 진출한 대기업’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왜 그 많은 골목에서조차 대기업밖에 생존할 수 없는지 말이다.



글 / 김완 기자

편집 및 제작 /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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