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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부터 <민중의 노래>까지, 광장에 넘치는 노래들

혁명과 격변의 순간마다 광장에서는 노래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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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

보아라 힘차게

진군하는 신새벽에

승리의 깃발 춤춘다

몰아쳐라 민중이여.”

출처핀터레스트
극장의 노래가 광장의 노래가 됐다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 중 <들리는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울려퍼졌다. 얄궂다. 꼭 4년 전이다. 2012년 12월19일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개봉한 영화의 삽입곡은, 아이러니하게도 2016년 12월 다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노래가 됐다. 2012년 대선 직후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상실감의 노래는 다시 4년 만에 희망의 노래로 재탄생했다. 

출처한겨레

광장은 극장이다. 


200만 개 촛불이 드라마틱하게 역사를 쓰는 극장이다. 바람 앞 촛불이 아니라, 촛불이 바람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말한다, 박 대통령 퇴진이 끝이 아니라 시민혁명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다시 생각해도, 광장은 극장이다. 분노를 외치는 한명 한명이 제작자요, 주인공이다. 광장은 극장이며 또한 노래다. 하지만 과문하여 아는 노래가 적다. n(엔)분의 1에 불과한 내 삶을 스쳐간 노래를 먼저 짚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외친다. 광장이여, 혁명을 노래하라!


“가자, 조국의 아들딸들아/ 영광의 날이 다가왔다 (…) 관용의 전사들로서/ 타격의 유무를 구분하라 (…) 하지만 살육의 폭군들과/ 매국의 부역자는 안 된다/ 가차 없이 자신의 어머니들의/ 가슴을 찢어놓은 저 모든 호랑이들은!”

혹 기억나는지. 에디트 피아프 역의 마리옹 코티야르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며 구걸하는 영화 <라 비 앙 로즈> 장면을. 2016년 6~7월 파리 곳곳에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들렸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가 열리는 도심 카페는 각국의 응원단으로 밤늦도록 북적였다. 


프랑스 국가 중 머리에 쏙 들어오는 대목은 ‘부역자’였다. ‘관용’의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처절한 과거 청산이라는 엄중한 경고. 청산 없는 ‘절차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 사상누각인지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다. 키워드는 ‘부역자 청산’.


“넘쳐 넘쳐 흐르는 볼가 강물 위에/ 스텐카 라진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군의 애창곡이던 <스텐카 라진>의 노랫말이다. 장중하고도 구슬픈 곡조의 이 러시아 민요엔 1670년대 러시아 황제의 폭정에 맞서 농민혁명을 일으킨 스텐카 라진과 공주의 비극적 일화가 담겼다. 1970~80년대 포크가수 이연실이 번안곡을 부르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 노래는 2014년 5월 ‘돈 코사크 합창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내한공연에서 불렀다. 이 남성 합창단은 1921년 러시아에서 탈출한 코사크인들이 결성했다. ‘붉은군대합창단’(The Red Army Choir)과 볼쇼이합창단 버전도 유명하다. 키워드는 ‘굿바이, 공주님’.


“오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이여 안녕, 안녕, 안녕! (…) 이것은 파르티잔의 꽃이라고/ 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2013년 4월6일 경남 진주의료원 현관 앞, 영어와 우리말이 섞인 <벨라 차오>(Bella ciao)가 저녁 공기를 갈랐다. 적자를 내세워 공공병원 폐업을 밀어붙이는 홍준표 경남지사에 맞선 ‘시민의 연대’ 모임이었다. 원래 이탈리아 노동요였다가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때 파르티잔들이 부르면서 유명해졌다.


조지 오웰의 소설 <카탈루냐 찬가>를 영화로 만든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에서는 이 노래를 OST로 썼다. 1990년대 이래 반세계화 투쟁 현장에서 <인터내셔널가>와 거의 동급으로 애창된다.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영국의 꽃다지’로 불리는 아나키스트 밴드 첨바웜바(Chumbawamba)의 노래가 유명하다. 키워드는 ‘연대’.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가장 비극적인 소재를 4·4조의 전통적 운율에 입에 짝짝 붙는 노랫말을 붙여, 단박에 최고의 애창곡으로 떠올랐다. 샹송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Qui A Tue Grand-Maman)라는 원곡에서 몇 소절을 따왔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이 원곡을 ‘When The Love Falls’라는 슬픈 사랑 노래로 바꾸기도 했다. 키워드는 ‘저항’.


“우리의 사령관 체 게바라여/ 당신의 영광스럽고 강력한 손은 역사를 겨냥하지요.”

체 게바라에게 헌정한 곡 <사령관이여, 영원하라>(Hasta siempre Comandante)다. 1959년 쿠바혁명 완수 뒤인 1965년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Hasta la victoria siempre)라는 말을 남기고 게바라는 새로운 혁명의 정글로 떠났다. 그해 카를로스 푸에블라가 그를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키워드는 ‘영원한 승리’.


혁명과 격변의 시기, 노래는 넘쳐났다. 러시아혁명의 정신이 담긴 클래식 음악으로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혁명)과 11번(1905년 혁명)이 있다. 단두대를 소재로 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프랑스혁명기를 담았다. 혁명과 음악의 더 상세한 내용은 전북 정읍 학산중 역사교사 조광환이 지난 10월에 낸 <음악과 함께 떠나는 세계의 혁명 이야기>(살림터 펴냄)를 참고해도 좋겠다.

글 / 손준현 <한겨레> 대중문화팀 기자

편집 및 제작 / 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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